북 3차 오물 풍선 도발에 확성기 즉각 켠다…한반도 긴장 고조

김호준 2024. 6. 9.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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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심리전 도구인 확성기 방송 오늘 재개…북 반발할 듯
남북 접경지 훈련 재개도 속도 낸다…이달 중 이른 시점에 재개
북, 오물 풍선 330여개 살포…합참 "안전 위해 물질 없어" [합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정부가 북한의 3차 대남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해 최전방지역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결정했다.

북한이 최근 들어 세 차례나 오물 풍선을 대규모로 살포하자 강력한 대북 심리전 카드를 꺼낸 것이다.

정부가 접경지에서의 훈련 재개도 예고한 상황에서 북한이 이에 반발해 추가 도발에 나설 경우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 민감해하는 대북 심리전 수단 활용

대통령실은 9일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를 열어 이날 중 대북 확성기를 설치하고 방송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우리가 취하는 조치들은 북한 정권에는 감내하기 힘들지라도, 북한의 군과 주민들에게는 빛과 희망의 소식을 전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는 북한이 더 강한 도발을 했을 때를 대비한 카드로 남겨둘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북한의 3차 오물 풍선 살포에 북한이 고통스러워할 강력한 대응이 즉각 필요하다는 쪽으로 결론이 난 것이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1963년 박정희 정부 때 시작돼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에 남북 군사합의를 통해 중단된 바 있다.

이후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 천안함 피격 도발(2010년)과 지뢰 도발(2015년), 북한의 4차 핵실험(2016년) 등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 조치로 일시적으로 재개되기도 했다.

2018년 4월 남북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에 따라 철거 및 철수되기 전까지 대북 확성기는 최전방 지역 24곳에 고정식으로 설치돼 있었고 이동식 장비도 16대가 있었다.

고정식 확성기는 창고에 보관 중이고, 이동식 장비인 차량은 인근 부대 내 주차돼 있다.

2015년 대북 방송 재개 때 북 서부전선 포격 도발

앞서 정부는 지난 4일 북한의 오물 풍선 등 도발 대응 차원에서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금지한 '9·19 남북군사합의'의 효력정지를 결정했고, 이에 따라 대북 심리전을 막는 법적 제약을 제거했다.

이후 군 당국은 고정식이든 이동식이든 수 시간 내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준비를 갖춰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대북 확성기 방송은 주로 대한민국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고 북한 체제를 고발하는 내용이었고, 한국 가요를 틀어주거나 기상정보를 송출하기도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에 재개되는 대북 확성기 방송은 과거 송출 내용과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출력 스피커를 이용한 대북 확성기 방송은 장비와 시간대에 따라 청취 거리가 10∼3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 군인과 주민의 동요를 끌어내는 효과가 있어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해왔고, 남북대화 때마다 강하게 중단을 요구해왔다.

2015년 북한의 목함 지뢰 도발에 대응해 당시 박근혜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을 땐 북한이 서부전선에서 포격 도발을 감행하기도 했다.

대통령은 이날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앞으로 남북 간 긴장 고조의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 측에 달려있을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밝힌 것도 북한의 추가 도발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추가 도발에 달린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파주=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정부의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 결정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는 물론 군사분계선 일대의 군사 훈련이 가능해진 가운데 7일 경기도 파주 접경 지역에 기존 대북 방송 확성기가 있었던 군사 시설물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해당 시설물 안에 확성기가 설치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2024.6.7 superdoo82@yna.co.kr

남북 접경지 군사훈련 재개도 속도낸다

군 당국은 이달 중 재개할 방침이던 서북도서와 군사분계선(MDL) 일대 등 남북 접경지역 내 훈련 준비도 서두르기로 했다.

정부의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 이후 군 당국은 군사합의로 금지됐던 남북 접경지 내 군사훈련 재개 준비를 해왔다.

우선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북도서에 배치된 해병대의 K-9 자주포 해상사격과 군사분계선 5㎞ 이내에 있는 사격장에서 육군 포병 사격 훈련이 재개된다.

이들 훈련은 2018년에 남북이 체결한 9·19 군사합의에 따라 약 6년 동안 중단된 바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해병대와 육군 중 어느 부대의 접경지 포사격 훈련이 먼저 재개될지에 대해 "각 군의 준비 여건을 고려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준비된 부대부터 포사격 훈련을 재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병대와 육군 모두 포사격 훈련 재개 준비에 그리 오랜 시일이 소요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조만간 접경지에서 훈련이 이뤄질 전망이다.

북한은 전날부터 이날 오전까지 330여개의 대남 오물 풍선을 살포했다. 국내 민간 단체들이 지난 6∼7일 등 대형 풍선에 대북 전단을 달아 북쪽으로 보낸데 대한 보복 성격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달 28∼29일과 이달 1∼2일 국내 민간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빌미로 오물 풍선을 남쪽으로 날려 보낸 뒤 다시 대북 전단이 온다면 "백배의 휴지와 오물량"을 다시 집중 살포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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