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가 있는 마을] 1500년 숨결 배인 전통 모시…온몸으로 느낀다
서천군, 2018년 3만평 규모 홍보관 조성
명인 등 작품활동…특색 있는 공방 모여
매년 10만명 방문…체험프로그램 인기
6월 수확철에 열리는 문화제도 볼거리
충남 서천군 한산면에는 전국에서 유명한 특산품이 두개나 있다. 하나는 감칠맛이 뛰어나 한번 마시면 쉬이 자리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술인 ‘한산소곡주’고, 다른 하나는 1500년 역사를 지닌 전통 직물 ‘한산모시’다. 한산모시는 부드럽고 시원해 여름옷에 많이 쓰인다. 특히 한산모시는 2005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2022년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됐다. 이를 지키는 데 앞장서는 마을이 있으니 한산면 지현리에 있는 ‘한산모시공예마을’이다.
한산면에 있는 모시농가 80여곳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이 마을은 2018년 서천군이 모시를 대중에게 알리려고 10만㎡(약 3만평) 규모로 조성한 곳이다. 이곳엔 홍보관이자 박물관인 한산모시관, 공방 7개, 방문자센터가 있다. 한산모시공예마을은 평일·주말 할 것 없이 전국에서 매년 10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을 만큼 인기다.
한산모시공예마을 입간판을 지나면 한옥으로 된 공방들이 마을을 이루고 있다. 마을 군데군데 깻잎처럼 생긴 모시풀이 눈에 띈다. 모시의 재료인 모시풀은 1년에 세번(6월초∼8월말, 9월초∼10월초, 10월말) 수확한다. 모시 만드는 과정은 상당히 복잡하다. 모시풀의 속껍질만 벗겨내 말려 사람의 이로 쪼개서 모시섬유를 뽑는데 이 과정을 모시째기라 일컫는다. 모시째기한 섬유 뭉치는 한올씩 실을 뺀 다음 손바닥으로 비빈 뒤 연결해 기다랗게 만든다. 실에 콩가루와 소금을 푼 물을 먹여 매끄럽게 만들고 이를 베틀로 엮어 짜면 우리가 아는 시원한 질감의 직물인 모시가 된다.
한산모시공예마을의 가장 큰 장점은 모시를 주제로 한 특색 있는 공방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방문자센터에 가면 이곳 ‘스탬프 투어’도 안내해준다. 모시와 한지로 부채를 만드는 ‘부채이야기’, 천연 염색을 해보는 ‘쪽빛 아낙네’, 모시로 보석을 만드는 ‘오르비스’, 모시로 라테를 만드는 카페 ‘선베이크’ 등이 있다. 모두 저마다 체험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어 심심할 틈이 없다.
이 가운데 ‘실이랑바늘이랑’은 한산모시공예마을 조성 때부터 자리를 지킨 공방이다. 충남무형문화재 제44호 서천 침선장(바느질 명인)인 이순동씨가 딸인 황길남 침선장 전수자와 함께 모시로 다양한 작품과 소품을 만들고 있다. 공방에 들어서면 잠자리 날개 같은 하늘하늘한 모시천이 사방에 걸려 있다. 모시는 만들기도 어려울뿐더러 대부분 손바느질로 만들기 때문에 가격도 만만치 않다. 황 침선장 전수자는 “모시는 한필에 100만원이 넘을 만큼 귀한 직물”이라며 “다만 안타까운 건 모시풀을 재배하고 모시를 만드는 분들이 나이가 들어 천이 점점 더 귀해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이랑바늘이랑 맞은편엔 충남청년농부영농조합법인 ‘논틀밭틀’도 자리를 잡았다. 서천에 거주하는 젊은 농부들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로 친환경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공방이다. 논틀밭틀의 현관을 열고 들어가자 향긋한 비누 냄새가 밀려든다. 공방 한쪽에서 모시 잎을 넣은 비누를 말리고 있어서다. 모시풀과 허브를 활용한 모시허브소금 만들기는 이곳의 대표 체험이다.
논틀밭틀 회원인 이수진 허블루팜 대표는 “한산면의 자랑인 모시와 다양한 농산물로 친환경 제품을 만들어 방문객에게 소개하고 있다”며 “공예마을에선 일하는 사람들끼리 정보 공유도 잘 이뤄지고, 임대료도 일반적인 상가 건물보다 낮아서 좋다”고 설명했다.
방문객들도 만족도가 높다. 체험뿐만 아니라 예쁜 감성 카페와 작은 책방 ‘책방앗간’ 등 소소하게 즐길거리가 많아서다.
아이와 함께 한산모시공예마을을 찾은 김민선씨(39·충남 공주)는 “서천 여행을 왔다가 우연히 마을에 들르게 됐는데 한산모시에 대한 풍부한 교육 자료와 다양한 체험이 있어서 좋았다”며 “잘 몰랐던 모시에 대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한산모시공예마을에선 매년 모시의 첫 수확철인 6월초에 ‘한산모시문화제’가 열린다. 올해도 모시옷 입기, 베짜기, 한산소곡주 칵테일 마시기 등 이색 콘텐츠로 7∼9일 축제가 열렸다. 지나간 축제가 아쉽다면 한산모시공예마을에 들러 전통 직물의 매력을 발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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