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높인다…해외 선진국 사례는[은행 사회공헌 1조 시대③]
지원 목적 고민하고 장기 계획 세워야
[서울=뉴시스]이주혜 기자 = 은행권이 해마다 1조원이 넘는 규모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국내 은행의 사회공헌 활동이 천편일률적이라는 아쉬움 때문이다. 해외 은행들은 '선택과 집중'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사회공헌 활동의 실효성을 키우고 있다.
9일 금융경제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금융 전문지 유로머니가 수여하는 우수 은행상 중 '사회적 책임(CSR) 우수 은행'에 선정된 8개 은행은 각각 확실한 관심 및 집중 분야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 DBS 은행은 식량 안보와 환경적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구축하고자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Zefo Food Waste) 운동을 2020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은행 내부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뿐만 아니라 잉여 식품을 지역 사회에 재분배한다. 홍콩에서는 현지 자선단체와 협력해 지역 식당의 잉여 식품을 소외 계층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냉장 차량 등을 후원했다. 또 공급망에서 식품의 손실을 줄이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나 음식물 쓰레기를 업사이클링하는 기업 등을 지원한다.
아울러 식당 예약 플랫폼 및 음식 배달 플랫폼과 제휴해 폐점 전 마지막 시간대에 주문할 경우 할인을 제공, 자연스럽게 남는 음식을 줄일 수 있는 시장 구조를 만들었다.
이러한 노력으로 DBS 은행이 줄인 음식물 쓰레기는 2022년 1300톤에 이른다.
이외에도 케냐의 공정은행은 아프리카 지역의 산림 파괴를 방지하고자 가정용 땔감 전환, 식목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남미 지역의 반코 피친차 은행은 에콰도르의 주요 산업인 농축산업 지원을 위해 전문학교를 설립했다. 국가와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한 사회공헌 활동이다.
단편적인 지원에 그치지 않고 지원 대상이 장기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사례도 있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금융 소비자의 재정 건전성과 금융 이해력 향상을 위해 온오프라인 금융 교육을 제공한다. 금융사가 가진 금융 지식과 노하우를 사회와 나누는 셈이다.
BofA는 2013년부터 온라인 금융 교육 플랫폼인 '배터 머니 해빗(Better Money Habits)'을 운영 중이다. 저축, 주택 구입, 학자금, 은퇴, 세금, 투자를 비롯해 다양한 금융 관련 주제를 대화형 도구, 비디오, 안내문 등을 활용해 이해하기 쉽도록 했다. 단순한 일회성 교육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단기 목표를 달성하도록 장려한다. 고객에게 필요한 금융 주제를 추천하거나 개인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저축 및 지출 계획을 수립해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돕는다.
오프라인 상담도 지원한다. BofA는 재정건전성 개선을 위한 무료 금융 상담 프로그램을 애틀랜타와 LA의 4개 금융 센터에 도입한 후 지난해부터 미국 17개주 180개 금융센터로 확대했다. 이 프로그램 참여자들은 신용(FICO)점수가 향상되고 저축액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밖으로 눈을 돌려보면 파타고니아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모범 기업으로 언급된다. 파타고니아는 환경을 대표 영역으로 설정했다. 의류 기업이지만 환경을 위해 옷을 사지 말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것으로 유명하다.
파타고니아는 1985년부터 매출의 1%를 자연환경 복원과 보존을 위해 사용했다. 또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며 새 옷을 사기보다는 이미 가지고 있는 제품을 오래 사용하기를 권장한다. 이러한 취지에 공감한 소비자들로부터 지지를 받으면서 '실리콘밸리의 유니폼'으로 불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은행들도 단순한 기부금 지원, 일회성 봉사활동에 그칠 것이 아니라 사회공헌 활동의 목적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상배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은행의 사회공헌 활동 금액이 얼마나 많냐보다 어느 분야에 어떤 의미와 목적을 가지고 했느냐가 중요하다"면서 "금융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적극적인 고민과 검토를 통해 장기적인 계획을 만들어내고 자금을 집중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win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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