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지분으로 그룹 지배하는 총수, ‘배당’에는 인색
계열사 등 통해 그룹 간접 지배, 주주환원은 소극적
전문가 “상법 개정안에 주주 보호 의무 포함해야”
총수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기업일수록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에는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 이익으로 돌아갈 규모가 적은 배당에는 인색한 대신, 경영 성과와 크게 상관이 없는 고정급 등 보수는 상대적으로 높았다. 주주보다 총수 일가에만 유리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 보호 의무도 포함하도록 정부가 상법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국ESG기준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 ‘소유 지배 괴리도와 주주환원 및 임원 보상의 관계’를 보면 소유 지분과 실제 의결권을 행사하는 지분 차이가 30% 이상인 경우, 배당 성향은 22.1%인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소유 지분과 실제 의결권을 행사하는 지분 차이가 10% 미만이면 배당 성향이 55.9%까지 증가했다.
소유 지분과 실제 의결권을 행사하는 지분 차이는 총수가 직접 보유한 지분보다 친인척, 임원, 비영리법인, 계열사 등을 통해 영향력을 더 많이 행사할수록 커진다. 소유 지분과 실제 의결권 차이가 큰 회사가 배당에 소극적인 이유는 총수의 지분이 적어 총수에 돌아가는 이익도 적기 때문이다. 유고은 ESG기준원 책임연구원은 “기업의 배당 결정이 총수의 배당권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자사주 매입에서도 온도 차를 보였다. 소유 지분과 실제 의결권을 행사하는 지분 차이가 30%인 기업은 자사주 매입 비중이 2.2%에 그쳤다. 가진 지분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총수는 자사주 매입에도 소극적인 셈이다. 자사주 매입은 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해 대표적인 주주환원 수단으로 꼽힌다.
이에 비해 소유 지분과 실제 의결권을 행사하는 지분 차이가 10%를 밑도는 기업은 자사주 매입 비중이 35.8%에 달했다. 유 책임연구원은 “총수가 지배력을 확보한 그룹에서는 자사주 매입이 저조했지만, 지배력이 약한 그룹에서는 현금배당은 물론 자사주 매입 또한 활발하게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보유한 주식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총수는 배당 대신, 막대한 규모의 보수를 통해 이익을 챙겼다. 기업지배구조원 분석 결과, 지난해 코스피200 회사에서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총수는 보수로 약 30억원을 받아 전문경영인 보수(약 20억원)보다 50% 가량 많았다.
특히,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경향이 클수록 총수 일가 대표이사 보수총액과 고정급이 높아진 현상은 두드러졌다. 유 책임연구원은 “지배력을 이용해 총수 일가에게 경영 성과와 무관한 부가 이전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때문에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 보호 의무를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회사가 주주보다 총수 일가에 유리한 방향으로 경영하면서 발생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막기 위해서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달 29일 논평을 통해 “2009년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사건의 대법원 판결 이후, 삼성물산 부당합병과 쪼개기 상장 등 사례에서 주주 이익이 침해되더라도 회사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는다면 해당 의사결정을 한 이사에게는 아무런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포함하는 상법 개정안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내에서도 호응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7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일환으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도 포함하도록 하는 상법 개정도 검토한다고 밝혔다. 다만 법무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라 실제 국회 문턱을 넘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의 이익을 포함하는 개정안은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핵심”이라며 “여·야간 합의 처리해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를 한 단계 개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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