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의 마법 같은 연주…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피아니스트
멘델스존 ‘무언가’, 차이콥스키 ‘사계’,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음악으로 선명한 이미지 펼쳐보여
백미는 2부 ‘전람회의 그림’ 연주…발 구르며 온힘 실은 타건으로 교회 종소리 표현한 장면 압권
17일 부천아트센터, 22일 서울 예술의전당 등 7차례 공연
‘누구나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가사 없는 노래란 뜻의 ‘무언가’와 1년 열두 달의 감성을 녹인 ‘사계’, 전시장을 거닐며 본 10개 그림에 대한 감상을 표현한 ‘전람회의 그림’ 속 이미지를 멋들어진 음악으로 펼쳐냈다. 1부 첫곡이자 부드러운 붓 터치로 그린 ‘무언가’에선 아련하고 따스한 심상이 피어올랐다. 그는 이어 12개 소품으로 짜여진 ‘사계’를 계절별 특색이 선명한 채색으로 연주했다. 1월부터 12월까지 각 달에 어울리는 시에서 영감 받아 작곡한 차이콥스키가 들었더라도 매우 흡족해 할 만한 솜씨였다. 소리의 질감과 색감은 물론 긴장을 조였다 푸는 완급조절까지 뛰어났다.
임윤찬은 호로비츠의 편곡 버전을 선택했지만 원곡의 일부도 조미료처럼 쓰고 자신만의 해석을 덧입혀 입체적으로 ‘전람회의 그림’을 그렸다. 러시아 전설 속 마녀 ‘바바 야가’의 오두막을 묘사한 ‘10곡’에서 마녀가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장면을 화려한 글리산도(손톱으로 건반 위를 미끄러지게 연주하는 것)로 실감나게 표현한 그는 마지막 11곡 ‘키예프의 대문’에서 절정으로 치달았다. 왼발을 바닥에 세차게 구르며 온 힘이 실린 타건으로 전시회 밖에서 들려오는 교회 종소리를 웅장하게 묘사한 부분이 압권이었다. 이탈하거나 뭉개지는 음 하나 없이 마치 한 편의 장엄한 교향곡 연주를 듣는 듯했다. 언제나처럼 혼신을 다한 연주가 끝나자 전율한 관객들은 엄청난 환호와 기립 박수를 보냈다. 차이콥스키 곡(Moment lyrique)을 앙코르로 들려준 임윤찬은 거듭된 앙코르 요청에 리스트의 ‘사랑의 꿈’을 감미롭게 건넸다. 많은 관객이 달콤한 꿈을 꾼 듯한 표정이었다. 이번 독주회는 9일 천안, 12일 대구, 15일 통영, 17일 부천, 19일 광주를 거쳐 2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마무리된다.
글·사진=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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