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9% 똑같다”… 결혼반지, 가성비 ‘랩 다이아’ 어떠세요? [뉴스+]

김희원 2024. 6. 9.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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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서 배양한 ‘진짜’ 다이아몬드
가격 부담 없어 예비부부에 ‘인기’
업체 노하우·기술력 따라 품질 차이
회사원 김모(36)씨는 결혼할 여자친구의 프러포즈 선물을 사기 위해 지난달 말 종로 주얼리샵을 찾았다. 심플한 4발 팬던트형 5부(0.5캐럿) 다이아 목걸이가 160만원대로 김씨의 예상보다 저렴했다. 게다가 같은 디자인과 품질로 천연이 아닌 랩그로운(lab grown) 다이아를 선택하면 가격이 4분의 1인 4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김씨는 “‘영원히 함께하자’는 의미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천연다이아 목걸이를 구입했지만, 1캐럿 이상인 결혼반지를 맞추게 된다면 가격이 합리적인 랩다이아를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랩그로운다이아몬드를 사용한 반지. 노비타다이아몬드 제공
해당 주얼리샵 직원은 “랩다이아는 인공 제조했다는 것만 빼면 천연 다이아와 똑같다고 보면 된다”면서 “예전엔 가격이 부담스러워 다이아 반지를 생략하는 신혼부부가 많았는데, 랩다이아가 알려지면서 2캐럿짜리 랩다이아 반지를 맞추는 분들도 꽤 있다”고 전했다.

결혼까지 포기하게 한다는 ‘웨딩플레이션’ 속에서 나 홀로 가격이 하락 중인 품목이 있다. 바로 다이아몬드다.

7일 국내 주얼리업계에 따르면 천연다이아몬드 가격은 수년째 하락하는 추세다. 

국제다이아몬드거래소(IDEX)의 다이아 가격 지수를 보면 7일 기준 105.59(2001년 2월=100)로 1년 전(123.27)보다 14%가량 떨어졌다. 지난 2022년 3월 사상 최고치였던 158.69과 비교하면 33% 이상 낮아졌다.

2022년은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생산지인 러시아가 전쟁으로 제재를 받으면서 다이아 가격이 반짝 급등했던 시기다. 이런 요소를 고려하면 다이아 가격은 꾸준히 하락하는 중이라고 볼 수 있다.
1년새 33% 하락한 천연다이아몬드 가격 지수. IDEX 캡처
천연다이아 가격이 내려가는 가장 큰 이유는 대체품인 랩 그로운 다이아(랩다이아)의 성장 때문이다.

랩다이아는 말 그대로 실험실에서 만든 다이아몬드라는 의미다. 다이아몬드는 탄소가 땅속에서 오랜 시간 고온과 고압을 견뎌 변모한 물질인데, 랩다이아는 인위적으로 고온·고압 환경을 만들어 키워낸 다이아몬드다. 인공 다이아, 배양 다이아라고도 하며 물질 구성과 강도가 다이아몬드와 완전히 동일하다. 랩다이아 업체들이 ‘합성’이나 ‘모조’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주얼리업계에 따르면 현재 랩다이아는 전문적인 감정 도구로도 천연 다이아와 구별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인공적 환경에서 제조한 것이기 때문에 낮은 등급일수록 불순물이 많이 섞여 있는 천연다이아보다 오히려 순수한 결정을 가질 수 있다.

다이아몬드 감정 표준을 제시하는 미국 보석학 연구소(GIA)의 매튜 홀 소장은 랩그로운 다이아에 대해 “천연다이아몬드와 동일한 광학적, 화학적, 열적, 물리적 특성을 가진 진품 다이아몬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인공 다이아몬드 연구 역사는 100년이 넘었다. 국제 보석 협회(IGS)에 따르면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이 1954년 고압 벨트 프레스를 사용해 작은 다이아 종자 결정을 1600도의 고온과 10만 기압의 대기압에 노출해 세계 최초의 랩다이아를 생산했다.
랩그로운다이아몬드를 반지와 팔찌. 노비타다이아몬드 제공
대량 생산이 어려웠던 랩다이아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2017년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생산비용이 줄면서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고 소비자 부담 비용은 낮아졌다.

주얼리업계 관계자는 “다이아는 등급별로 천차만별이지만 같은 품질의 천연다이아와 랩다이아를 비교하면 최소 5배에서 최대 200배까지 가격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랩다이아는 인공적으로 제조되지만, 품질이 균일하지는 않다. 생산 업체마다 기술력에 차이가 있고, 씨드(랩다이아가 되기 전의 물질)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풍부한 노하우를 가진 업체라도 늘 같은 품질의 랩다이아를 생산해내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따라서 랩다이아에도 등급이 있으며 천연다이아와 같이 GIA, IGI 등 기관의 감정을 받는다. 

랩다이아가 천연 다이아의 대체재가 될 수 있는 이유는 가격 경쟁력 외에 또 있다. 환경적·윤리적 비판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것이다.

1990년대 아프리카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반군들이 강제 노역을 동원해 다이아몬드를 채굴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다이아몬드의 윤리적 문제가 불거졌다. 다이아몬드 광산은 토양과 해양 등 환경을 파괴하고 주변 생태계를 교란하며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기도 한다.

랩다이아 업체 클린오리진은 “천연다이아 1캐럿이 100평방피트 생태계를 교란하고 6000파운드의 광물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반면, 랩다이아 1캐럿은 0.07평방피트의 땅을 파괴하고 1파운드의 광물 폐기물을 초래한다”며 랩다이아가 윤리적이며 지속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랩다이아를 친환경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전 세계 랩다이아의 60% 이상을 중국과 인도에서 생산하고 있는데, 생산에 사용되는 에너지는 대부분 석탄에너지라는 것이다. IGS는 랩다이아 1캐럿을 연마하는데 평균 511kg의 온실가스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2019년 랩다이아를 친환경적이며 지속 가능하다고 광고한 8개 업체들에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할 수 없어 소비자를 속일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랩다이아는 천연다이아와 비교하면 윤리적이고, 거의 동일한 데다, 가격은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향후 지속해서 천연다이아 시장을 위축시킬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손인철 한국정품금다이아거래소 대표는 “광산이 늘어나 공급이 많아진 데다, 랩다이아가 급성장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천연다이아 가격은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태”라며 “또 다이아몬드를 채굴하기 위한 에너지, 장비, 인건비 등은 계속 오르는데, 수요가 받쳐주지 않으면 채굴을 지속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1월 프라다가 선보인 랩다이아 반지. 프라다 캡처
랩다이아는 최근 주얼리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프라다는 지난해 11월 랩다이아를 사용한 주얼리 라인을 내놨다. 스와로브스키는 지난 4월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국내에 랩다이아 제품을 선보였다.
스와로브스키가 내놓은 크리에이티드다이아(랩다이아) 제품. 스와로브스키 제공
국내에서도 다이아 수요가 높은 웨딩시장을 중심으로 랩다이아가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최근 소비가 크게 늘었다.

랩다이아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영국 노비타다이아몬드의 윤준영 한국 지사장은 “랩다이아는 현미경으로 인증번호를 봐야만 천연다이아와 구분할 수 있다. 천연다이아와 같지만 천연다이아는 아니기 때문에 99.9% 같다고 말할 수 있다”면서 “보통 결혼식 3개월 전에 예물을 맞추므로 지금이 비수기인데도 고객이 적지 않다. 향후 랩다이아 수요는 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수요가 늘어도 랩다이아 가격은 크게 오르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기술 발달로 랩다이아 제조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윤 지사장은 “수요보다 공급이 더 빠르게 늘어 재고가 쌓인 상황이다. 공급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랩다이아 가격은 크게 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금값이 최근 무섭게 오른 데다 앞으로 더 상승할 전망이어서 현재 랩다이아 반지 가격은 전보다 오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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