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9% 똑같다”… 결혼반지, 가성비 ‘랩 다이아’ 어떠세요? [뉴스+]
가격 부담 없어 예비부부에 ‘인기’
업체 노하우·기술력 따라 품질 차이
결혼까지 포기하게 한다는 ‘웨딩플레이션’ 속에서 나 홀로 가격이 하락 중인 품목이 있다. 바로 다이아몬드다.
7일 국내 주얼리업계에 따르면 천연다이아몬드 가격은 수년째 하락하는 추세다.
국제다이아몬드거래소(IDEX)의 다이아 가격 지수를 보면 7일 기준 105.59(2001년 2월=100)로 1년 전(123.27)보다 14%가량 떨어졌다. 지난 2022년 3월 사상 최고치였던 158.69과 비교하면 33% 이상 낮아졌다.
랩다이아는 말 그대로 실험실에서 만든 다이아몬드라는 의미다. 다이아몬드는 탄소가 땅속에서 오랜 시간 고온과 고압을 견뎌 변모한 물질인데, 랩다이아는 인위적으로 고온·고압 환경을 만들어 키워낸 다이아몬드다. 인공 다이아, 배양 다이아라고도 하며 물질 구성과 강도가 다이아몬드와 완전히 동일하다. 랩다이아 업체들이 ‘합성’이나 ‘모조’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주얼리업계에 따르면 현재 랩다이아는 전문적인 감정 도구로도 천연 다이아와 구별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인공적 환경에서 제조한 것이기 때문에 낮은 등급일수록 불순물이 많이 섞여 있는 천연다이아보다 오히려 순수한 결정을 가질 수 있다.
다이아몬드 감정 표준을 제시하는 미국 보석학 연구소(GIA)의 매튜 홀 소장은 랩그로운 다이아에 대해 “천연다이아몬드와 동일한 광학적, 화학적, 열적, 물리적 특성을 가진 진품 다이아몬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주얼리업계 관계자는 “다이아는 등급별로 천차만별이지만 같은 품질의 천연다이아와 랩다이아를 비교하면 최소 5배에서 최대 200배까지 가격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랩다이아는 인공적으로 제조되지만, 품질이 균일하지는 않다. 생산 업체마다 기술력에 차이가 있고, 씨드(랩다이아가 되기 전의 물질)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풍부한 노하우를 가진 업체라도 늘 같은 품질의 랩다이아를 생산해내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따라서 랩다이아에도 등급이 있으며 천연다이아와 같이 GIA, IGI 등 기관의 감정을 받는다.
랩다이아가 천연 다이아의 대체재가 될 수 있는 이유는 가격 경쟁력 외에 또 있다. 환경적·윤리적 비판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것이다.
1990년대 아프리카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반군들이 강제 노역을 동원해 다이아몬드를 채굴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다이아몬드의 윤리적 문제가 불거졌다. 다이아몬드 광산은 토양과 해양 등 환경을 파괴하고 주변 생태계를 교란하며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기도 한다.
랩다이아 업체 클린오리진은 “천연다이아 1캐럿이 100평방피트 생태계를 교란하고 6000파운드의 광물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반면, 랩다이아 1캐럿은 0.07평방피트의 땅을 파괴하고 1파운드의 광물 폐기물을 초래한다”며 랩다이아가 윤리적이며 지속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랩다이아를 친환경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전 세계 랩다이아의 60% 이상을 중국과 인도에서 생산하고 있는데, 생산에 사용되는 에너지는 대부분 석탄에너지라는 것이다. IGS는 랩다이아 1캐럿을 연마하는데 평균 511kg의 온실가스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2019년 랩다이아를 친환경적이며 지속 가능하다고 광고한 8개 업체들에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할 수 없어 소비자를 속일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랩다이아는 천연다이아와 비교하면 윤리적이고, 거의 동일한 데다, 가격은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향후 지속해서 천연다이아 시장을 위축시킬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랩다이아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영국 노비타다이아몬드의 윤준영 한국 지사장은 “랩다이아는 현미경으로 인증번호를 봐야만 천연다이아와 구분할 수 있다. 천연다이아와 같지만 천연다이아는 아니기 때문에 99.9% 같다고 말할 수 있다”면서 “보통 결혼식 3개월 전에 예물을 맞추므로 지금이 비수기인데도 고객이 적지 않다. 향후 랩다이아 수요는 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수요가 늘어도 랩다이아 가격은 크게 오르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기술 발달로 랩다이아 제조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윤 지사장은 “수요보다 공급이 더 빠르게 늘어 재고가 쌓인 상황이다. 공급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랩다이아 가격은 크게 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금값이 최근 무섭게 오른 데다 앞으로 더 상승할 전망이어서 현재 랩다이아 반지 가격은 전보다 오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처럼 결혼·출산 NO”…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서 주목받는 ‘4B 운동’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단독] “초등생들도 이용하는 女탈의실, 성인男들 버젓이”… 난리난 용산초 수영장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송지은이 간병인이냐”…박위 동생 “형수가 ○○해줬다” 축사에 갑론을박
- “홍기야, 제발 가만 있어”…성매매 의혹 최민환 옹호에 팬들 ‘원성’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