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7억 드릴게요, 단 퇴사만은”…하루 10시간 근무, 일은 좀 고되다는데 [박민기의 월드버스]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4. 6. 9.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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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최대 대형마트체인 월마트
기본급 최대 200% 상여금 등
관리자급 보상체계 대폭 강화
줄퇴사에 ‘유능인재 확보’ 차원
고객들이 미국 월마트 매장에서 식료품을 사고 있다. [사진 출처 = AFP 연합뉴스]
미국 댈러스에 위치한 대형마트체인 월마트에서 매장관리자로 10년 넘게 일해온 필립의 업무에는 끝이 없습니다. 400명이 넘는 직원들의 근무 일정을 관리하는 그는 배송차량 출발·도착 확인을 넘어 월마트 주유소를 찾는 고객들의 차량에 직접 주유하는 업무까지 담당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7시에 매장에 출근하는 필립은 간밤에 일했던 야간근무자들로부터 현장 상황을 보고받고 매장 상태를 확인합니다. 하루종일 매장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재고가 채워졌는지, 가격표가 잘 표시돼 있는지, 배송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 등을 수시로 확인해야 하는 필립은 약 10시간의 근무 시간 동안 평균 200명의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10㎞ 가까이 걸어다닙니다.

매일 고된 업무에 시달리는 필립은 최근 월마트 본사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습니다. 본사가 스톡그랜트(유능한 인재 확보를 위해 직원에게 주식 등을 주는 인센티브 방식)와 상여금 확대로 매장관리자 급여를 대폭 늘리는 등 보상체계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입니다. 이 같은 계획이 실제로 반영되는 필립은 매년 최대 53만달러(약 7억원)의 연봉을 받게 됩니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대형마트체인인 미국 월마트가 최근 관리자급 직원들을 위한 대대적인 보상체계 강화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경쟁 기업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매출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고된 업무로 직장을 옮기는 유능한 관리자급이 늘자 인재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선 것입니다.

미 뉴욕 고용시장 조사 업체 리벨리오 랩스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월마트 매장관리자의 이직률은 경쟁사인 홈디포나 타겟보다 약 2배 더 높았습니다. 월마트는 구체적인 데이터 공개는 거부했지만 리벨리오 랩스에 따르면 월마트의 연간 인력 감소율은 지난해 21%를 기록했습니다.

관리자급 이탈률이 높은 이유는 월마트 매장 관리 업무가 타겟 등 다른 마트의 매장 관리보다 훨씬 더 힘든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월마트 매장 크기는 평균 1만6536㎡에 달하는데, 이는 코스트코나 타겟 등 다른 경쟁 마트 매장보다 2782~4645㎡ 더 넓은 크기입니다.

동시에 월마트는 자동차 정비소와 약국 등을 함께 운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매장관리자의 업무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많은 소비자들이 찾는 만큼 매장관리자 한 명이 담당해야 하는 매출 규모도 상당합니다. 한 월마트 관리자는 “하루에 트럭 한 대에 실리는 분량의 개 사료를 매일 판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블룸버그에 전했습니다.

월마트 배송트럭이 물품 배달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 출처 = AFP 연합뉴스]
이처럼 관리자들의 업무가 가중된 가장 큰 이유는 2010년도에 단행된 본사 차원의 정리해고 때문입니다. 월마트는 당시 매출 하락 등을 이유로 관리자급 직원들을 대대적으로 해고했는데, 이후 충분한 추가 인력이 보충되지 않으면서 남아있는 직원들에게 업무 쏠림 현상이 심화된 것입니다. 당시 월마트는 관리자급이 아닌 시간제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에만 수십억달러를 투자하는 방식의 근무환경 개선에만 집중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경영난이 심화되고, 여전히 구식 기술에 의존하는 근무환경 악재가 겹치면서 월마트와 다른 경쟁사들 간 격차는 더 벌어졌습니다. 약 2년 전까지만 해도 월마트 매장관리자들은 직원들의 교대근무 스케줄을 짜기 위해 수십년 이상 오래된 컴퓨터와 소프트웨어에 의존해야 했고, 아침에 출근하면 40분 이상을 서류작업에 매달려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관리자급 이탈 등 인력 감소는 어느 회사에나 심각한 타격이지만 월마트의 경우 특히 더 심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월마트의 경우 관리자의 약 75%를 내부 직원 중에 뽑기 때문입니다. 수년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터득한 관리자가 나가면 월마트는 새로운 관리자를 뽑기 위해 다시 신규 직원들을 교육해야 하는 만큼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매장관리자들의 불만이 역대 최고로 커진 상황에서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월마트의 이번 노력은 업계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1월부터 시행된 ‘급여 인상’이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본사의 새로운 방침에 따라 월마트 매장관리자들은 연간 최대 2만달러(약 2750만원) 수준의 주식을 받게 됩니다. 매장 관리직의 평균 연봉은 11만7000달러(약 1억6000만원)에서 12만8000달러(약 1억7600만원)로 크게 늘었습니다.

월마트는 관리직급의 상여금을 계산하는 방식도 바꿨습니다. 앞으로는 관리자가 직접 담당하는 매장의 매출을 상여금에 크게 반영한다는 계획입니다. 이 같은 계산 방식에 따르면 매장관리자가 매출을 늘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목표를 달성할 경우 상여금으로 기본급의 최대 200%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매출이 높은 매장을 담당하는 관리자의 경우 본인 업무에서도 뛰어난 평가를 받으면 연봉이 최대 50만달러(약 7억원)까지 늘어나는 셈입니다.

이 같은 새로운 보상체계는 매장 매출 등 성과와 직결돼 있는 만큼 관리자들 사이에서는 ‘일할 동기가 생겼다’는 긍정적 반응이 나옵니다. 대부분의 상품 판매는 본사에서 관리하지만, 매장 재고 관리 등에서는 관리자의 권한이 크기 때문에 어떤 창의적인 판매전략을 쓰느냐에 따라 매장의 매출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매일 쫓기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알면 알수록 더 좋은 국제사회 소식.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 주의 가장 핫한 이슈만 골라 전해드립니다. 단 5분 투자로 그 주의 대화를 주도하는 ‘인싸’가 될 수 있습니다. 읽기만 하세요. 정리는 제가 해드릴게요. 박민기의 월드버스(World+Universe)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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