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USA 휩쓴 美·中 '안보 이슈'…K-바이오에 '쏠린 눈'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전시회 '바이오 USA' 폐막
'바이오 안보' 화두…'K-바이오' 저력 과시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 국내 기업 최대 규모 부스
'최태원 장녀' 최윤정 SK바이오팜 본부장, 바이오 USA 현장서 '미팅 주도'
한국 바이오 기업이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업계 국제행사에서 저력을 과시했다. K-바이오는 불과 코로나19(COVID-19) 전까지 '바이오 변방'으로 분류됐지만, 자체 전시 규모를 2배 이상 키우고 '명당'을 차지하는 등 중심 무대로 올라섰다.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지난 3일(현지시간) 시작된 '2024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이하 '바이오 USA')이 6일 막을 내렸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 70여개국 1만9000명 이상이 올해 행사 현장을 메웠다. 이 중 한국인 참관객은 1300여명으로 행사 개최국인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았다. 행사 기간 한국관에서만 총 400여건의 비즈니스 관련 상담이 이뤄졌다.
올해 바이오 USA에서 가장 큰 화두는 '바이오 안보'였다. 미국 정부가 자국 산업 보호 취지로 중국 바이오 기업을 견제하는 내용의 '생물보안법'을 추진하면서 업계 지각 변동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5일 한국·미국·일본·인도·EU(유럽연합)가 참여하는 민·관 합동 '바이오제약연합'을 발족했는데, 사실상 미국이 한국 등 우방국을 상대로 중국 견제 흐름에 동참할 것을 유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행사 기간 최선 대통령비서실 과학기술수석실 첨단바이오비서관과 김현욱 경제안보비서관, 왕윤종 국가안보실 제3차장 등 정부 고위급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스위스 론자 등 국내외 주요 부스를 방문해 의약품 공급망 확보 등 관련 기업 의견을 수렴하기도 했다.
법안의 직접적 영향을 받고 있는 중국 핵심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 우시바이오로직스·우시앱텍은 행사에 불참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바이오협회에서 우시 측에 바이오 USA에 참가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고 알고 있다"며 "작년 보스턴 행사 때와 비교하면 올해 행사 내 전체 중국 기업 관계자 수가 확연히 줄어든 게 체감된다"고 전하기도 했다.
기회를 노린 한국 기업은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국내 개별 기업 부스 중 최대 규모인 42평(139㎡) 크기로 전시장 입구 옆 '명당'을 차지했다. 부스 방문자 수는 하루 평균 1000여명으로 행사 진행 나흘간 4000여명이 다녀갔으며 미팅 건수만 85건 이상으로 집계됐다. 셀트리온에도 행사 기간 1600명이 넘는 업계 관계자가 방문, 전년 대비 2배 이상 많은 이들이 찾아왔다. 셀트리온 부스 규모 역시 삼성과 같은 42평으로 지난해(28평) 대비 1.5배 몸집을 키웠다. 주력 사업인 바이오시밀러와 후속 파이프라인 및 ADC(항체-약물접합체) 등 제품과 바이오 클러스터 등 다양한 분야의 미팅이 이뤄졌다.
올해 처음 바이오 USA에 부스를 차린 SK바이오팜은 행사 기간 200건의 미팅을 진행했다.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상무)이 이번 행사에 참석, 약 50~70건의 비즈니스 미팅에 직접 참여하며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벌였다. 최 본부장은 바이오 USA에서 진행된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엑스코프리) 및 TPD(표적단백질분해) 기술 관련 발표 현장을 찾기도 했다.
한국 기업 행사에도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를 비롯해 미국 주정부 인사의 방문이 이어졌다. 개막 이튿날인 4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 8개 유관기관이 공동 주최한 '한국의 밤 리셉션'(Korea Night Reception)이 열렸다. 행사에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및 기관과 미국·호주 등 9개국 기업 250여곳 관계자 600여명이 참석했다. 당초 약 350명으로 집계된 사전 등록 인원을 훨씬 뛰어넘었다. 이날 왕윤종 제3차장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 한국바이오협회·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이 공동으로 연 '코리아 바이오텍 파트너십'(KBTP)에는 사전 등록자 800여명 중 770명 이상이 현장을 채웠다. 전체 참석자 절반 이상(52%)이 해외 인사였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미국 펜실베이니아 생명공학센터 관계자는 "한국 기업과 협력을 원하는 글로벌 기업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며 "오늘 이 자리도 한국 기업과 연구 등 관련 협업 논의를 위해 참석했다"고 말했다. KBTP에는 미국 상무부를 비롯한 각 주정부 관계자, 화이자·MSD·로슈·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일라이 릴리 등 글로벌 빅파마 관계자가 대거 참여했다고 한국바이오협회는 전했다.
다만, 일본 기업의 확장세가 매서운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일본은 특히 CDMO 분야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후지필름은 작년에 이어 올해 바이오 USA에서도 최대 규모의 전시 부스를 마련한 데 이어, 전시장 입장에 필요한 행사 배지에 자사 로고를 단독으로 새기는 등 기업 홍보 강화에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후지필름은 앞서 지난 4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1800억엔(약 1조6000억원)을 투입해 CDMO 공장을 설립하는 한편, 유럽과 일본 공장 증설 계획도 밝힌 바 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후지필름이 이렇게까지 본격적으로 투자하는 모습은 처음"이라며 "우리도 기업 세제 혜택 등 자체적인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샌디에이고(미국)=홍효진 기자 hyos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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