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주지 스님 ‘문자 해고’한 사찰…법원 “근로기준법 위반”

사찰이 부주지 스님에게 문자로 해고를 통보한 것은 부당해고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최수진)는 A재단법인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을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전경./서울행정법원 제공

재단은 2022년 6월 재단 소속 서울 소재 사찰의 부주지 스님 B씨에게 문자로 해임을 통보했다. B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으나 기각됐는데,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해 부당해고를 인정하는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재단은 중노위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재단 측은 “B씨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부당해고로 볼 수 없다”며 주장했다고 한다. 또 B씨에게 매달 지급한 돈은 스님의 종교생활에 도움을 주기 위한 ‘보시금’이며, B씨가 일할 때 재단의 지휘나 감독을 받지 않았고 근무 시간과 장소도 따로 정해지지 않아 근로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재판부는 “B씨는 재단의 지휘·감독 아래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B씨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B씨는 재단이 정한 업무 내용에 따라 부주지 겸 주지직무대행으로서 사찰관리와 사찰행정업무 등을 수행했다”며 “B씨가 재단의 임원에게 업무 내용을 보고하면 임원이 구체적 지시를 하기도 했다”고 했다. 재단의 지휘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B씨가 받은 돈은 보시금 형태라 하더라도 결국 사찰관리 및 사찰행정업무 수행에 대한 대가로 지급된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근로자인 B씨에게 문자로 해임을 통보한 것은 근로기준법상 해고 사유 등의 서면통지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