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피격 공무원’ 유족, 공시송달로 북한 상대 손배소송 이어간다
2020년 9월 벌어진 이른바 ‘서해 피격 공무원’ 사건 피해자 고(故) 이대준씨의 유족이 북한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 제동을 건 법원 결정이 항고심에서 뒤집혔다. 유족은 공시송달을 통해 소송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2-1부(재판장 성지호)는 이씨의 유족이 1심의 소장각하명령에 불복해 제기한 즉시항고를 지난 4일 받아들였다.
해양수산부 공무원이던 이씨는 2020년 9월 서해 북측 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사살됐다. 유족은 2022년 4월 북한을 상대로 정신적 고통에 따른 배상금 2억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당시 유족 측은 소장에 피고 북한의 주소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로 적고 공시송달을 신청했다. 공시송달은 법원이 관보 등에 소송 서류를 올리면 상대방에게 전달됐다고 간주하는 절차다. 원고가 법원에 제출한 소장 등을 피고에게 송달해야 재판이 시작되는데, 북한은 주소지가 불분명하고, 소장을 전달하는 방식도 마땅치 않아 공시송달하는 방식을 택해왔다.
그러나 유족 측의 소송에 법원이 지난 2월 제동을 걸었다. 1심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민사210단독 박지원 부장판사는 유족 측의 공시송달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행 민사소송법상 공시송달 요건인 ‘주소 등 근무장소를 알 수 없는 경우’와 ‘외국에서 해야 하는 송달인 경우’에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 부장판사는 “유족이 조선노동당 중앙위 청사의 주소를 알 수 있는데도 구체적으로 적어내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헌법상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인 만큼 북한을 외국으로 볼 수도 없다”고 했다. 공시송달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다. 이어 박 부장판사는 송달할 수 있는 주소도 표기되지 않았다며 소장각하명령을 내렸다.
유족은 불복해 항고했다. 항고 제기 후 네 달 만인 지난 4일 항고심은 “북한의 주소나 근무 장소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공시송달 요건을 갖췄다”며 이를 뒤집었다.
항고심 재판부는 “북한은 반국가단체로서 민사소송법에서 정한 ‘비법인 사단’이고, 비법인 사단은 대표자 주소나 사무소 등 어느 것도 불명한 경우 공시송달 요건이 충족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반국가단체라는 특수성으로 북한의 송달장소에 대한 조사가 현저히 제한되고, 피고의 대표자인 김정은의 주소가 불명하다”며 “원고들이 최후 주소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찾고자 노력했음에도 찾아낼 수 없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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