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에 ‘올인’하는 중국…신3양 잇는 신무기는 그린수소[글로벌 현장]

2024. 6. 9.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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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와 수소 충전이 가능한 중국 상하이시 자딩(嘉定)구의 시노펙(SINOPEC·中國石化) 복합 주유소. 사진=연합뉴스



중국이 서방을 제치고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세 가지 분야를 중국에선 ‘신3양(전기자동차, 태양광, 배터리)’이라고 부른다. 중국은 자국의 강력한 제조업 기반과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신3양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중국이 준비하고 있는 비장의 무기가 바로 수소다. 중국은 경제성 논란을 겪으면서 수소에너지 회의론이 확산되는 와중에도 수소경제 달성에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서다. 2022년 세계 최대 수소 생산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그린수소’ 대량 생산을 통한 수소경제 달성에 한 걸음씩 접근하고 있다.


 수소에 ‘올인’하는 중국 정부

중국은 세계 최대의 수전해 설비 용량과 제조 능력 보유하고 있는 수소 선진국이다. 전 세계 전해조 누적 설비용량은 1.3GW에 달하는데 절반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특히 중국 정부는 2022년 ‘수소에너지 산업 발전 중장기 계획’을 발표하면서 수소에너지를 국가 중점 육성 과제로 부각시켰다. 올해 정부업무보고에서는 처음으로 수소에너지를 전략적 신흥산업 목록에 포함시켰다. 이어 지난 2월에는 ‘제조업 친환경 발전 추진 가속화에 관한 지도의견’을 공표하면서 수소에너지의 생산·저장·운송·충전 등을 총망라한 산업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정부도 수소경제 달성에 힘을 쏟고 있다. 2023년 11월 안후이성은 성내 최초의 수소 생산·충전 일체화 시설에 대해 운영허가증을 발급했고 올해 3월 말 후베이성은 중국 최초로 수소에너지 생태 시범운행 노선을 개통한 게 대표적이다.

이 같은 정부의 수소경제 육성 계획에 발맞춰 중국의 국영 석유회사인 시노펙은 네이멍구 자치구인 울란차브에서 베이징으로 수소를 수송하는 400km가 넘는 수소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장거리 수소 파이프라인으로 1단계 수소 파이프라인은 매년 약 10만 톤의 수소를 처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연간 50만 톤의 수소를 수송해 네이멍구에서 생산한 청정수소를 베이징, 톈진, 허베이 등 에너지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50년간 이어진 수소경제 논란

수소경제에 대한 논의는 50년 이상 진행돼왔다. 수소는 늘 낮은 경제성과 기술력의 한계 때문에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화석연료의 대체 자원으로 주목받았다 잊히기를 반복했다.
수소는 장단점이 명확한 에너지원이다. 지구상 어디에나 있는 무궁무진한 자원인 동시에 공해물질을 발생시키지 않는 청정에너지라는 것은 수소의 강력한 무기다. 또 수소는 질량 1g당 발열량이 석유보다 3배 이상 높은 효율적인 에너지이기도 하다. 수소경제를 활성화시키려는 논의가 오랜 기간 지속되어 온 이유다.

다만 수소는 화합물로 존재하기 때문에 수소를 별도로 분리해야 하고 이때 전기를 사용해야 한다. 그린수소를 생산하기 위해선 그만큼 친환경 전기(신재생발전)가 풍부해야 한다는 의미여서 기반 인프라를 까는 데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또 수소는 상온에서 기체로 존재하기 때문에 에너지 밀도가 낮아서 저장 운반이 쉽지 않다는 점 또한 그동안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다.

수소가 국가의 에너지 정책으로 채택된 것은 2003년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수소경제 이니셔티브’가 최초다. 하지만 당시 기술력 부족과 낮은 경제성 등을 이유로 수소경제의 열기는 식었다. 하지만 이후 탄소중립과 기후위기가 글로벌 이슈로 부상하면서 수소경제에 대한 논의는 재점화됐다. 세계 각국은 수소산업을 친환경 에너지라는 대안적 차원을 넘어서서 차세대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대대적 투자를 시작했다.

수소경제 달성의 핵심은 그린수소 생산단가를 어떻게 떨어뜨려서 경제성을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순수한 수소를 얻기 위해선 주로 3가지 방법이 쓰이는데 석유화학 제조공정 중 부산물로 얻거나(부생수소), 천연가스를 고온·고압에서 분해해서 얻거나(개질수소), 물을 전기분해하는 수전해 방법(그린수소)이 있다. 부생수소는 저렴하지만 생산량이 제한적이고 현재 생산되는 수소의 대부분은 개질수소다. 부생수소나 개질수소는 진정한 친환경 수소가 아니라는 점에서 그레이수소로 불린다.

현재 그린수소의 생산단가는 그레이수소 생산방식보다 두 배 정도 높다. 다만 수소경제 예찬론자들은 수전해 기술의 발전, 재생에너지 원가 감소, 규모의 경제 달성 등으로 인해 그린수소 생산비용이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수소경제 전문가들 예측에 따르면 2030년 주요국들의 그린수소 생산단가는 현재 3~8달러/kg에서 2030년 1.3~2.4달러/kg 수준으로 크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2030년 그레이수소의 생산단가는 kg당 1.3~1.8달러 수준으로 현재 1~2달러 수준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거나 비용이 오히려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에너지 전환에 진심인 중국

최근 중국 국가에너지청이 발표한 ‘2023년 국가전력산업 통계’를 보면 지난해 중국의 재생에너지 총 누적 설비용량 규모는 1472기가와트(GW)로 1390GW의 화력발전을 넘어섰다. 재생에너지의 총 비중은 50.4%, 화석발전 총 용량은 47.6%, 나머지 2%는 원자력발전이 차지했다. 에너지원별 총 누적 설비용량을 보면 태양광이 609GW, 풍력 441GW, 수력 422GW를 차지했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중국이 또 하나의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키우고 있는 게 바로 수소다. 2022년 기준 중국은 세계 최대의 수소 생산국으로 올라섰다. 중국석탄공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중국의 수소 생산량은 4004만 톤으로 전년대비 32% 증가했다.

2023년에는 4575만 톤을 생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수소에너지연맹은 2025년 중국 수소에너지 산업의 총생산액이 1조 위안(약 18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30년 중국의 그린 수소 생산 규모가 500만~1000만 톤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50년 중국 수소에너지가 전체 최종 에너지 시스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를 넘고, 수소에너지 산업망의 총생산액은 12조 위안(약 2238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수소경제 회의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친환경 수소 생산 비용은 kg당 4.50달러에서 6.50달러 수준에 달한다. 당초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의 지원을 토대로 그린수소 생산단가가 kg당 3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직 기대했던 만큼 생산 비용이 줄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 인플레이션과 더불어 전해조 설비 설치 비용, 인건비, 금융비용 등 모든 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그린수소 생산에 필요한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값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회의론이 확산되는 와중에도 수소경제 달성을 위해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당장의 경제성을 따지기보다는 친환경에너지원을 확보하겠다는 국가의 장기비전에 따라 수소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국내 에너지 전문가는 “규모의 경제가 달성되면서 수소경제가 본격 꽃피울 경우 현재 가장 앞서 있는 나라 중 하나가 중국”이라며 “수소는 신3양을 잇는 중국의 차세대 성장동력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지훈 한국경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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