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가게 사장님’…연체↑·매출↓·이자↑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윤지원 기자 2024. 6. 9.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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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연체율 2년여만에 3배 이상 치솟아
대출규모 증가, 고금리에 이자부담 껑충
금융위, 지난달 자영업 지원마련 TF가동
서울 관악구 신사시장 인근 건물들이 공실로 임대에 나와있다. 한수빈 기자

경북에서 5년여간 양식 프랜차이즈 식당 사업을 했던 A씨는 지난 3월 가게 문을 닫았다. 코로나19로 힘들었던 시기도 버텼지만 재료비 회수도 어려운 저조한 매출 앞에서 사업을 이어갈 여력이 남아나지 않았다. 폐업은 했지만 빚은 남아있다. 신용보증기금 정책자금대출, 캐피탈사 담보대출, 은행권 신용대출로 빌린 돈이 총 1억 원가량이다. A씨는 “채무조정프로그램 등을 통해 어떻게든 이자를 낮출 방법을 모색 중”이라며 “아직 연체한 적은 없지만 그 날이 다가오는 건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골목 사장님’들이 위태로워지고 있다. 고금리·고물가가 장기화되면서 이자 부담이 가속화되고 있다.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이 11여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가계의 실질 소득이 줄어들어 매출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한계에 부닥힌 자영업자들도 늘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은행권의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대비 0.06%포인트 오른 0.54%로 집계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지속했던 2012년 12월(0.64%) 이후로 가장 높은 수준이며, 개인사업자 연체율이 저점이었던 2021년 말(0.16%)과 비교하면 2년여 만에 3배 이상으로 뛰어오른 상황이다.

자영업자의 부채 질도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 올 1분기 개인사업자 전체 여신에서 부실채권(3개월 이상 연체)이 차지하는 비중은 0.41%로 직전 분기(0.34%)보다 0.07%포인트 증가했다. 대기업 대상 여신의 부실율이 0.48%로 전 분기에서 0.2%포인트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자영업자들의 연체율은 한동안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출액 자체가 많이 늘어나면서 이자부담이 갈수록 커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신용평가회사 나이스평가정보 자료를 보면 올해 3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 335만9590명의 대출잔액은 1112조7397억원에 달했다. 오로지 사업자 명의 대출만 포함한 이 숫자는 2019년 말(738조641억원)과 비교해 50.8% 늘었다. 전체 자영업자 중 대출이 있는 사람의 비중도 60%로 2019년 약 37%에서 껑충 뛰었다.

A씨처럼 사업자 대출은 물론 신용, 담보대출까지 끌어모은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빚에 허덕이는 자영업자 수는 더 많을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분기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의 이자 비용은 전년 동기대비 62% 가량 늘었다.

문제는 매출이 곤두박질 치고 있다는 점이다. IBK기업은행 분석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카드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4월 이후 계속 마이너스에 머물러 12월 기준 -6.4%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물가 상승을 반영한 가계 실질소득은 1년 전보다 1.6% 감소해 2017년 1분기(-2.5%)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감소율을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영세한 개인사업자일수록 매출 감소폭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계상황에 놓인 자영업자들에게 남겨진 선택은 폐업이나 개인회생이다. 지난해 개인회생을 신청한 영업소득자(자영업자)는 5859명으로 전년 대비 61% 증가했다. 자영업자 폐업률은 지난해 9.5%로 1년전 보다 0.8%포인트 늘었다. 폐업자 수도 전년 대비 11만1000명 늘어난 91만1000명에 달했다.

금융당국은 이와 관련해 지난달 28일 ‘서민·자영업자 지원방안 마련 TF’ 첫 회의를 열고 자영업자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당국은 3~4차례 회의를 통해 서민금융 공급, 사업단계별 자영업자 지원, 맞춤형 채무조정안 등을 내놓을 방침이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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