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1군 2년차 겪었던 NC 김시훈 “선발 전환, 살아남으려면 증명해야”
NC 김시훈(25)은 올시즌을 앞두고 5선발로 낙점받았다. 선발이 꿈이었던 김시훈은 풀타임 3년 차에 소원을 이뤘다.
마냥 기뻐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불펜에서 뛴 지난 시즌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후반기에는 필승조에서 빠졌다. 생애 첫 포스트시즌 무대에서도 제대로 활약하지 못했다. 불펜에서도 부진했던 김시훈을 선발로 쓰는 게 맞느냐는, 회의적인 시선도 있었다.
김시훈은 “불펜으로 좋지 않았던 상황에서 선발로 전환했기 때문에, 선발로도 잘 하지 못하면 내 자리는 점점 더 줄 것이고, 선발로 능력을 증명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시즌 반환점을 향해가는 9일 현재 김시훈은 당초의 우려를 지워가고 있다.
4월까지 시즌 첫 6차례 선발 등판에서 평균자책 2.79로 활약하며 NC의 초반 상승세에 기여했다. 지난달 30일 KIA전 3.1이닝 7실점으로 부진했지만, 직후 등판인 지난 5일 창원 두산전에서는 5이닝 1실점으로 회복했다. 이날 김시훈은 개인 최다인 100개를 던졌고, 역시 개인 최다인 8삼진을 잡아냈다. 이날까지 김시훈은 2승1패 평균자책 4.19를 기록 중이다. 리그 다른 5선발들과 비교해 밀리지 않는 성적이다.
김시훈은 포심을 바탕으로 포크볼과 커브, 슬라이더를 고루 던진다. 선발 전환 후 가장 달라진 점으로는 “불펜으로 뛸 때는 그날그날 좋은 공에 집중해서 타자와 승부할 수 있었지만, 선발 투수는 그렇게 하기가 힘든 것 같다. 잘 안 들어가는 공까지 계속 던지면서 경기 중 밸런스를 잡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선발로 시즌을 치르며 스스로 체감한 바이자 다른 선발들로부터 받은 공통적인 조언이기도 하다.
김시훈은 NC 국내 1선발로 자리 잡은 동갑내기 절친 신민혁에게 특히 많은 조언을 구하고 있다. 올해 새로 팀에 합류한 외국인 투수 카일 하트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김시훈은 “로테이션상 하트가 항상 내 앞에 나가기 때문에, 타자와 상대해 본 느낌이나 피칭 전략 같은 걸 많이 이야기해 주는 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에릭 페디가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가장 생각나는 선수’로 김시훈을 꼽으며 “죽을 때까지 제일 친한 친구로 생각될 것 같다”고 할 만큼 김시훈은 외국인 투수들과 관계를 맺는 데 적극적이다. 그들의 빠른 적응을 돕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그들에게 더 많은 걸 배우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목표는 일단 규정이닝이다. 규정이닝을 채울 수 있다면 다른 지표 또한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는 생각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을 무대에서 자존심 회복이다. 김시훈은 “지금 팀 상황이 어렵긴 하지만 이 시기만 잘 넘어가면 충분히 다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중 두산 시리즈에서 NC는 3연전 전패를 했지만, 하트와 김시훈이 호투하며 일단 희망을 찾았다. 배턴을 넘겨받은 대니얼 카스타노와 신민혁이 주말 한화 시리즈 첫 2경기에서 잇따라 호투하며 연승을 기록했다. 4연속 ‘루징 시리즈’의 사슬을 끊어내고 반등의 계기를 찾았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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