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 펀치 없어 더 매력적인 '응원 유발者' 이민기

아이즈 ize 이경호 기자 2024. 6. 9.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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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이경호 기자

ENA 월화드라마 '크래시'./사진=ENA

범죄 수사물에서 악행을 저지른 범죄자를 단숨에 때려잡으며 통쾌함을 선사하는 게 주인공의 주요 임무다. 그러나, 이런 매력 없이 응원 유발하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는 주인공도 있다. 바로 '크래시'의 이민기다. 

이민기가 주연으로 출연 중인 ENA 월화드라마 '크래시'(극본 오수진, 연출 박준우)는 지난 5월 13일 첫 방송 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매회 최고 시청률을 경신 중이다.  

'크래시'는 지난 4일 8회 시청률이 5.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동일 기준)를 기록했다. tvN 월화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가 종영한 후, 시청자들을 끌어모으면서 '월화극 왕좌'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이어 역대 ENA 드라마 시청률 2위까지 올랐다. 

'크래시'는 도로 위 빌런들을 끝까지 소탕하는 교통범죄수사팀(Traffic Crime Investigation. 이하 TCI)의 노브레이크 직진 수사극. 이민기, 곽선영, 허성태 그리고 이호철, 문희, 강기둥 등이 출연했다. 

'크래시'는 극 초반 TCI 소속 팀장 민소희 역을 맡은 곽선영의 액션 연기, 카 액션, TCI의 통쾌한 역습이 조화를 이루면서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극 후반부에 돌입하면서 민소희 역의 곽선영에 이어 차연호 역을 맡은 이민기가 시청자들에게 '응원 유발 캐릭터'로 떠오르면서, 시청률 상승에도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이민기가 극 중 맡은 차연호는 카이스트 수학과를 수석 입학한 인재. 차연호는 보험조사관에서 간부 특채로 TCI로 합류했다. TCI 합류 전, 노인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공을 세우기도 했다. 교통 범죄를 자신만의 시각으로 해석, TCI 팀원들이 미처 보지 못했던 단서를 찾아내 사건을 해결한다. 자신의 장기인 수학으로 원인을 규명한다. 머리는 비상하지만, 몸은 잘 따라주지 않는다. '경찰'이 되어서, 쫓던 범죄자에게 일격을 당해 동료 경찰들의 따가운 시선까지 받아야 했다.

ENA 월화드라마 '크래시'./사진=ENA

이런 차연호는 극 중반을 넘어 변했다. 차연호는 범인에게 다시 당하지 않으려 민소희에게 체포술을 배웠다. 또 민소희가 구두를 신고 현장에 나온다고 지적한 후 선물한 운동화를 신었다. 여기에 안경까지 벗었다. 민소희의 말에 변화를 보인 차연호였다. 또 10년 전 교통 사고 이후 겪었던 운전 트라우마에서도 벗어났다. 

이처럼 차연호는 회를 거듭하면서 변화했다. 물론, 민소희의 지원 덕분. 그리고 나홀로 수사보다, TCI 팀원들과 함께 하는 공조 수사를 펼치면서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어 결말을 향해 질주 중인 후반 전개에서는 또 한번 큰 변화를 기대케 했다. 앞서 엉뚱하고, 어수룩한 모습을 하나 둘 벗어던지면서 성장형 캐릭터의 참맛을 보여줬다. 

ENA 월화드라마 '크래시'./사진=ENA

차연호의 변화는 시청자들의 응원을 유발한다. 이는 이민기가 차연호의 성장사를 완벽하게 구현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1회, 2회만 해도 이민기의 존재감은 곽선영, 허성태, 이호철, 문희 등에 비해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기존 범죄 수사물에서 등장하는 주인공 형사 캐릭터와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강력한 주먹도 없고, 상대를 움찔하게 하는 카리스마도 없었다. 남들과 성격이 조금 다른 '엉뚱 캐릭터'였다. 그러나, 차연호가 변화하는 모습을 이민기는 지나친 기교보다, 나도 모르게 스며드는 연기로 캐릭터와 혼연일체가 됐다. 외적인 모습을 부각시키보다, 응원을 유발하는 연기를 선보인 것. 차연호 캐릭터가 감정적으로 요동치지 않지만, 시청자들은 감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게 했다. 

이민기는 곽선영, 허성태, 이호철, 문희 사이에서 자신이 튀는 연기를 펼치지 않았다. 충분히 튈 수 있는 상황에서도, 주위를 돋보이게 했다. 사건을 해결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찰나의 순간만을 가져갔다. 이에 시청자들은 알게 모르게 이민기에게 빠져들었다. 이제 그의 성장을 더 응원하고, 지지하는 형국이 됐다. 

이민기는 전작 JTBC '힙하게'에서 강력반 형사 문장열 역을 맡은 바 있다. 당시 이민기는 열혈 형사로 열연을 펼쳤다. 지금의 '크래시' 차연호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히어로 성격이 배재된, 기존 범죄 수사물의 형사들과는 전혀 다른 결이다. 잔잔하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용하게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 해결한다. 이 같은 상황이 차연호 그리고 이민기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크래시'가 종영까지 4회 남았다. 이민기의 튀지 않아 매력적인 연기가 남은 방송에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어떻께 흔들어 놓을지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게 된다. 시즌2로 이어질 수 있게 할 원대한 성장사의 서막이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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