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中 견제법' 쏟아진다…美의회 움직임 주시"
"韓 직·간접적 불이익 우려…한중 경쟁 심화 가능성도"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미국 대선을 5개월 앞두고 미 의회의 '대중(對中) 견제 입법' 동향을 주시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 대선주자들이 경쟁적으로 '대중 통상 공세'에 나선 가운데, 미 의회도 역대급 중국 관련 법안을 쏟아내고 있어 한국 기업이 직·간접적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9일 발간한 '미 의회 대중국 견제 입법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제118대 미 의회 개원 후 9개월간 발의된 중국 관련 법안은 376개로 집계됐다. 116대·117대 의회의 중국 관련 법안이 각각 474건, 432건이었던 점에 비춰보면 역대급 '입법 공세'가 예상된다.
현재 미 연방의회가 검토 중인 주요 대중 견제 수단은 '고율 관세 조치', '항구적정상무역관계'(PNTR) 지위 철회', '멕시코 등을 경유한 우회 수출 방지' 등이 대표적이다.
PNTR 지위는 미국이 비시장경제국에 대해 의회의 정기적 심사 없이 자동으로 최혜국 관세를 적용하는 근거다. 미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및 시장 개방을 조건으로 중국에 PNTR 지위를 부여한 바 있다.
그간 미 의회는 바이든 행정부에 전기차, 조선·해운, 철강·알루미늄 등의 전략 품목에 대한 무역법 301조 조치 강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해당 법은 대통령에게 미국의 무역과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응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의회는 또 중국 제품 수입에 따른 국가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를 발동하고, '중국 특별 세이프가드 조치'를 재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중국 특별 세이프가드 조치는 중국산 수입품 급증으로 인한 국내 산업의 피해 입증 기준을 WTO 일반 세이프가드 조치 요건보다 완화한 것이다. 중국의 WTO 가입 당시 도입됐지만 2013년 폐기됐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하원은 118대 의회 회기 시작과 동시에 '중국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초당적인 대중국 정책을 개발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12월 130개의 입법 규제안을 담은 정책 권고 보고서도 채택했다. 여기엔 중국의 PNTR 지위를 철폐해 모든 중국산 제품에 포괄적으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무협은 보고서에서 "중국의 PNTR 지위 철회가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관세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별도 조사를 거쳐 도입해야 하는 반덤핑·상계관세 조치 등과 달리 언제든지 높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며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전기차가 관세 조치를 회피하기 위해 멕시코를 우회해 미국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미국 내에서 커지고 있다. 중국 기업이 멕시코 현지에서 전기차를 생산·조립해 미국에 수출하면 '미국·멕시코·캐나다 간 자유무역협정'(USMCA) 특혜관세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미 의회는 중국 기업이 제3국에서 생산한 전기차를 규제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출국이 아닌 '기업'(entity)을 기준으로 규제를 부과하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보고서는 "해당 법안들이 회기 내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다음 회기에서 재발의된다면 초당적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 공화당이 대선에서 승리하고, 상·하원을 모두 장악할 경우 대중국 견제 속도가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문제는 미 의회의 대중국 강경 견제 기조가 한국 기업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중국의 제3국 우회수출을 차단하면 중국산 원료나 중간재를 사용하는 한국 기업이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서다.
중국의 미국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 대체 시장인 제3국 수출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어 한국과 중국 간 경쟁이 심화할 수도 있다.
한아름 무협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에는 대통령의 권한뿐만 아니라 정책 의제 설정권자인 의회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의회 선거 동향을 함께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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