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하이브의 ‘언플’은 왜 실패했나①···엔터업계 뒤흔든 ‘초유사태’

이선명 기자 2024. 6. 9.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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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진 어도어 대표(왼쪽)과 방시혁 하이브 의장. 권도현·이선명 기자


연예기획사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간의 분쟁의 서막은 하이브의 ‘완패’로 마무리됐다. 하이브는 법률적으로도 패했고, 주 소비층의 ‘민심’ 또한 등을 돌린 상태다. 르세르핌, 아일릿 등 소속 아티스트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결과까지 초래하면서 여러 대형 연예 기획사 및 동종 업계에서 조차 “기이하다”란 평가가 중론이다.

‘감사권 발동 아웃팅’ 초유의 사태로 개시된 ‘언플 물량공세’


하이브와 민희진 대표간의 분쟁은 하이브의 ‘아웃팅’(내부의 일을 외부에 폭로하는 업계 용어)으로 개시됐다. 하이브는 지난 4월 22일 한 언론에 어도어 임원 A씨 등에 대한 감사권을 발동했다며 A씨가 경영권 탈취 계획을 세우고 이행한 정황을 ‘제보’로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이외 동시에 하이브는 언론을 대동한 ‘폭풍 작전’을 개시했다. 하이브는 즉각 입장을 내고 “(어도어)경영권을 가져가려는 정황이 의심돼 어도어 경영진들에 대해 감사권을 발동했다”고 했다.

하이브의 감사권 발동 공표의 결과로 이틀 사이 기업의 시가총액은 약 1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하이브의 주가는 현재까지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하이브는 가처분 재판 과정에서 1조원 하락의 책임이 민희진 대표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민희진 대표를 직접 공격하는 언론 보도도 잇따랐다. 4월 24일 한 매체의 언론 보도에는 민희진 대표가 하이브 내 타 그룹들을 언급하면서 표절을 주장했다는 사석에서의 발언이 첨부됐다. 이에 대한 진위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같은 내용을 담은 기사도 ‘융단 폭격’처럼 쏟아졌다.

하이브 언플? 엔터업 이해도·전문성 부족 따끔한 일침


경영권 탈취 의혹을 받고 있는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가 4월 25일 서울 강남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관련 사안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익명을 요구한 대형 연예 기획사 홍보 관계자는 “현재 하이브 내부에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부족하고, 정서 또한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며 “소속사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아티스트를 보호하는 것인데, 이번 하이브의 사례는 최소한의 배려 조차 없었다. 소속 아티스트를 위해서라도 자중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또한 “하이브가 엔터업계가 아닌 다른 업계의 문법대로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분쟁은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관심을 갖을 사안이 아니었는데 오히려 기사를 보고 놀랐다는 이들이 많았다고 할 정도로 하이브가 일을 키운 것”이라며 “하이브가 잘못 판단한 것이고 이러한 결과 또한 예상한 것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했다.

하이브의 언론 플레이 중 ‘백미’는 4월 25일 민희진 대표의 기자회견 20분 전, 공식입장으로 배포한 ‘민희진 대표의 주술경영’ 입장이었다. 민희진 대표와 무속인과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확보했다며 민희진 대표의 기자회견을 실시간으로 저지했다.

민희진 대표를 향한 ‘메신저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지정된 몇 군데의 매체에서 민희진 대표의 카카오톡 관련 보도가 연이어 나왔다. 요지는 민희진 대표가 여성 무속인과의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누며 어도어 내 기밀 등을 유출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민희진 대표의 개인사도 알려졌다.

또 다른 대형 연예기획사 홍보 관계자는 “하이브의 이번 분쟁과 관련한 언론 대응 등은 업계에서도 그간 유례가 없었던 사례”라며 “업계에 대한 이해도 부족뿐 아니라, 불필요한 언론 대응을 해 일을 오히려 키운 측면이 있는 것으로도 안다.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

하이브의 감사 과정은 언론에 지속적으로 유출됐다. 민희진 대표가 네이버와 두나무 관계자를 만나 어도어 인수를 제안했다는 내용과 어도어 부대표가 감사 직전 하이브의 주식을 매도한 사실 등 하이브의 감사 자료가 담긴 보도가 하루에도 수백건씩 잇따랐다.

K팝 주 소비층 20대, 하이브에 등돌린 ‘팬덤’


지난달 3일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앞에 방탄소년단의 팬 아미(ARMY)가 보낸 항의성 문구가 담긴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하이브의 언론 플레이로 내외부 마찰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당장 하이브의 주가가 흔들렸다. 이 과정에서 르세라핌, 아일릿 등의 아티스트도 직접 언급됐고 이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는 비판에도 직면했다. 이에 대한 결과로 K팝을 주로 소비하는 10~20대가 하이브로부터 등을 돌렸다.

방탄소년단 팬덤 아미들은 지난달 3일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앞에서 하이브가 아티스트(방탄소년단)를 제대로 보호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아 신문광고와 함께 근조화환 및 트럭시위를 진행해 파장이 일었다.

이는 지난달 8일 발표된 여론 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5월 5일부터 6일까지 남녀 10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민희진 대표를 지지하는 답변이 전체의 33.6%로 하이브를 지지하는 답변 24.6%보다 우세하게 나왔다.

20대의 경우 민희진 대표를 지지한다는 의견이 62.3%로 나왔다. 반면 하이브를 지지하는 의견은 14.3%에 그쳤다. 20대가 K팝을 소비하는 주요 소비자층이라는 점에서 해당 여론 조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해당 여론 조사는 민희진 대표의 가처분 인용 결정 이전 실시됐다는 점에서, 현 시점 여론의 무게추는 더욱더 쏠려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관련해 한 글로벌 브랜드 마케팅 관계자는 “하이브의 이번 언론 플레이는 사실상 민희진 대표 개인을 공격하고 업계에서 퇴출시키려는 전략으로 브랜딩과 커뮤니케이션 모두 실패한 사례”라며 “특히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서 아티스트 보호보다 기업 이익을 우선시한 것으로 이는 브랜드 정체성 상실로 이어져 주 고객층인 팬덤의 외면 또한 초래한 것”이라고 했다.

또한 “하이브의 언론플레이는 지나치게 공격적이고 대중의 정서를 간과한 면도 있다. ‘주술경영’이나 민희진 대표의 카카오톡 개인 대화 내용 공개 등으로 자신들의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타깃 오디언스의 정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주주 친화적인 모습만 강조한 결과”라고 했다.

하이브, 불법 감사 정황도 발견···임원들 형사처벌 책임론도


하이브 사옥(왼쪽)과 방시혁 하이브 의장. 연합뉴스·이선명 기자


하이브가 그간 언론에 공개했던 자료 등은 가처분 재판부에 제출됐으나 법원은 이를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이브의 주장이 민희진 대표의 배임 등의 행위를 뒷받침한다고 보기 어렵고, 민희진 대표가 제기한 아일릿의 뉴진스 표절, 하이브의 뉴진스 차별, 음반 밀어내기 권유 등에 대한 문제제기가 근거가 있고 정당하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더욱이 하이브의 감사 과정에서 불법행위의 정황도 발견됐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는 “하이브가 감사라는 명목으로 입수한 민희진 대표의 개인적인 대화 내용 등을 민희진 대표의 동의 없이 언론에 공개한 행위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9조 위반에 따라 중대한 범죄행위에 해당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실형이 나올 수도 있다”며 “다만 방시혁 의장의 경우 여느 대기업 총수와 마찬가지로 위 내용을 보고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유죄를 피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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