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교수들, 병원장 요청 거절…"전체 휴진 외 방법 있나"
서울의대-서울대학교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오는 17일부터 집단휴진을 하겠다는 결정을 재고해 달라는 김영태 서울대학교병원장의 요청을 거절했다. 오히려 전공의와 의대생의 복귀를 위한 결정이라며 교수들의 뜻에 힘을 실어달라고 했다.
비대위는 9일 '존경하는 김영태 서울대학교병원 원장님께'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냈다. 비대위가 오는 17일부터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 부서를 제외한 모든 진료과의 무기한 전체 휴진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뒤 김영태 원장이 지난 7일 이를 재고해 달라는 발표문을 낸 데 대해 집단 휴진 강행 의사를 재차 표명한 것이다.
비대위는 전체 휴진 결정에 대해 "우리나라 의료의 미래를 이끌어갈 전문가이자 의료개혁의 동반자이며 힘든 길을 스스로 기꺼이 선택해서 뒤따라 걷고 있는 제자들이 다른 모든 직역의 국민과 마찬가지로 직장 선택의 자유를 포함한 자기결정권을 존중받고 양심에 따라 행동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각종 명령의 '취소'가 아닌 '철회'는 지난 3개월 동안의 행정명령이 여전히 유효함을 뜻하며 이에 불응했던 전공의들을 '현행법을 위반한 범법자'로 규정한다"면서 "복귀하는 전공의는 수련을 마치기 전 다시 집단행동에 참여한다면 행정처분 절차가 재개될 처지에 있으며, 사직하는 전공의는 다른 곳에서 의사의 길을 걷고 있더라도 정부의 결정에 따라 언제든지 면허정지를 받을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이어 "다행히 원장님께서 전공의에게 일체의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복귀 전공의의 안전을 책임지겠다고 하셨다"면서도 "그러나 원장님께서 복귀 전공의의 안전을 약속해주시는 것만으로 대다수 전공의들이 복귀할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비대위는 " 향후 처분의 우려가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젊은 의사들이 돌아올 것이라고 정말 기대하시는지요"라며 "행정명령의 전면 취소로 처분의 우려를 근본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교수들의 결의가 복귀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만족시키려는 몸부림임을 원장님께서도 알고 계시리라고 믿는다"고 했다. "수만 명 직원의 생계가 걸려있는 서울대학교병원이 정상화되고 교육수련병원으로써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인 만큼 교수들의 뜻에 부디 힘을 실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도 했다.
아울러 "우리나라 최고의 지성이라 불리는 서울대학교병원 교수들의 지금까지 대화와 설득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기본권 침해의 방침을 거두지 않는 현 상황을 묵과해도 되는 것일까요"라며 "원장님과 병원 집행진께 부탁드립니다.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난 그간의 비정상적인 진료 형태를 유지하면서 상황이 나아지기만을 기대하지 마시고, 바람직한 의료체계를 실천함으로써 전공의와 의대생이 복귀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십시오"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단지 서울대학교병원만의 회복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의료시스템이 발전하고 제자들이 이끌어갈 올바른 의료 체계의 초석이 세워질 수 있도록 정의로운 길에 앞장서서 당당히 매를 맞는 모습을 보여주십시오. 저희 교수들이 뒤따르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환자와 관련해선 "교수들이 병원을 떠나겠다는 것이 아니며, 희귀, 중증 환자와 암환자 분들에게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치도록 방관하겠다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전체 휴진 기간 동안 외래 진료실을 닫고 정규 수술 일정을 조절하게 되겠지만 응급실, 중환자실 등의 필수 부서 진료를 강화하여 반드시 우리 병원에서 시급한 진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분들의 진료는 최대한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휴진으로 인해 진료와 검사, 수술이 미뤄지게 될 환자와 보호자분들께 죄송합니다. 정부의 합리적인 조치로 빠른 시일 내에 휴진을 멈추고 다시 진료실에서 뵙길 소망합니다"라고 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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