뻗어가는 K푸드 ‘김밥’... 끝나지 않는 한일 원조논쟁 [정래연의 요리조리]

강민성 2024. 6. 9.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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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싼 엄마표 김밥. 독자 제공
연희김밥 신촌점의 '오징어 김밥'과 '참치김밥'. 독자 제공
서울 성수 '진작다이닝'의 후토마끼 사진. 독자 제공
강릉 교동김밥의 '꼬막김밥'과 '묵은지 참치김밥'. 독자 제공

소풍날 아침 눈을 뜨면 주방에서는 김밥을 싸는 어머니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점심시간에는 각자 도시락 뚜껑을 열어 집집마다 다른 김밥을 비교하며 먹었다. 등산을 갈때는 김밥 한 줄을 컵라면과 함께 먹기도 했다. 이처럼 김밥은 우리 일상 속에서 즐겨온 음식이다. 이제 김밥은 일상을 넘어 글로벌화 되고 있다.

지난 2023년 9월 틱톡커 세라 안이 올린 냉동김밥 영상이 화제가 되며 미국의 유명 식료품 체인 '트레이더조스(Trader Joe's)' 500여개 매장에서 김밥이 2주만에 품절됐다. 이어 지난 5월 CJ제일제당도 호주 최대 대형마트 체인 '울워스'에 비비고 냉동 김밥을 포함한 신제품을 출시했다.

해외에서 김밥의 유행은 한끼식사를 3.99달러(5500원)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가심비 트렌드에 맞았기 때문이다. 또한 동물성 재료가 없고 글루텐프리로, 채식주의자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수출과정이 까다로워 햄, 계란 등 동물성 재료를 빼고 간장양념된 유부, 잡채 등을 넣었던 선택이 인기를 얻을 수 있던 원인이 됐다. 이에 더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더글로리' 등 K-콘텐츠의 힘을 받아 김밥의 인기는 커졌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부터 김밥을 먹기 시작했을까? 1849년 조선후기 홍석모가 쓴 풍속집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정월대보름 음식 중 '복쌈'에 대한 기록을 볼 수 있다. '복쌈'은 취나물과 오곡밥을 배추나 김으로 싸 먹는 음식이다. 김에 싸 먹을 땐 '김쌈'이라 불렀는데 이를 우리나라 최초의 김밥으로 보고 있다. 조선후기 편찬된 조리서 <시의전서>에서는 김쌈을 '소반 위에 김을 펴 놓고 꿩 깃털로 기름을 바른 뒤 소금물을 뿌려 재웠다가 구워서 네모반듯하게 잘라 밥에 싸 먹는 음식'이라 표현했다.

1905년 경부선철도가 생기며 많은 사람이 김밥을 도시락 메뉴로 먹었다. 1949년 6월 8일자 경향신문에는 열차 내 장사꾼들이 통로에서 김밥을 팔았다는 내용을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지하철 개통 이후 지하도 상가, 역 출구 앞에서 호일로 싼 김밥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재료의 물기 때문에 김밥이 쉽게 상하자 1990년대 초반 즉석김밥 전문점이 등장했다. 1994년 김가네, 종로김밥이 개업했고 1995년 인천 주안동에서 우리가 아는 주황색 간판 '김밥천국'이 등장했다. 이때 원조김밥 가격은 1000원이었다.

김밥이 인기를 얻으며 김밥의 원조논쟁은 다시 불타올랐다. 김밥이 일제강점기 한반도에 일본의 김초밥 '노리마키'가 한반도에 전해지며 현지화됐다는 주장도 있다. 1930년 동아일보 <봄철요리법>기사에서 김쌈밥 레시피를 설명하고 있다. '김 가운데 계란, 표고, 덴부를 놓고 말아간다. 일본 빨간 장아찌를 잘게 썰어 같이 먹습니다.'와 같이 노리마키와 비슷한 일본식 레시피가 설명돼있다. 우리나라 김 요리 '김쌈'이 일제강점기 이후 일본의 식문화 영향을 받아 말아먹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노리마키와 김밥의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속재료가 다르다. 노리마키는 한가지 재료만 넣어 말아먹는다는 점에서 여러재료를 넣는 김밥과 차이가 있다. 속재료가 많이 들어가는 마키류로 '후토마키'가 있는데 밥을 식초와 설탕으로 간을 하고, 속재료로 회를 넣는다.

공통재료인 김을 채취한 기록은 한국에서 먼저 찾아볼 수 있다. 1425년 <경상도지리지>와 1481년 <동국여지승람>에서 김 특산지로 전남 광양과 완도, 경남 하동에 대한 기록이 있다. 또한 <삼국유사>에도 신라시대부터 김을 식용으로 이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일본은 1802년 <각반부류>에서 김을 생산한 기록을 찾을 수 있다. 일본과 한국 두 나라 모두 김을 채취해 먹었던 나라로 지역 특성에 맞춰 각기 다르게 김요리가 발달한 것이다.

9개월 전 해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냉동김밥이 지금도 인기를 유지하고 있을까? 지금 식료품점에서 마키의 일종인 냉동 캘리포니아롤에게 시장을 빼앗기고 있다. 기존 인지도가 높았던 캘리포니아롤을 냉동으로 판매하며 낮은 가격에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상온에 뒀다가 바로 먹어도 맛이 구현된다는 점에서 편리성을 갖췄다. 냉동김밥은 전자레인지에서 1분 30초정도 데워먹어야 한다. 또한 냉동김밥은 채식주의자들에게 인기를 얻었던 음식으로 제한적 마케팅을 펼쳤었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는 음식문화, 한국이라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K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김밥에 그치지 않고 다른 K푸드의 수출 확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참치김밥, 멸치김밥, 원조김밥, 땡초김밥 등 현대에 와서 재료에 따라 김밥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독자 여러분의 최애 김밥은 무엇일까. 오늘 점심메뉴로 간단하게 김밥 한 줄을 추천한다. 정래연기자 fodus020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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