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 빚 못갚은 명동 300억 건물주, 경매서 100억 가치 떨어지자…

이가영 기자 2024. 6. 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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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전세사기 여파로 경매 매물이 늘며, 지난 5월 서울 빌라 경매 건수가 2006년 1월 이후 최다 수준을 기록했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빌라 밀집 지역 모습. /뉴시스

6억여 원의 은행 빚을 갚지 못해 경매에 넘어온 300억원대 명동 상가가 두 차례 유찰되며 입찰가가 100억원 이상 낮아지자 경매가 취소됐다.

9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 중구 충무로 1가에 위치한 4층 높이의 근린 상가에 대한 경매가 오는 13일 3차 매각 기일을 앞두고 지난 5일 취하됐다.

이 상가는 1967년 5월 사용 승인이 난 건물로, 지어진 지 57년이 된 노후 건물이다. 하지만 감정가격은 평당 10억원 이상으로, 최초 감정가는 318억원에 달했다. 이 건물 1~2층에는 액세서리 샵이, 3층에는 성형외과, 4층에는 부동산 중개업소와 의상실 등이 입점해 ‘노른자 상가’로 꼽혔다. 1~2층의 경우 임대 보증금 10억원에 월 임대료는 7000만원으로 조사됐다.

경매로 나왔다 취하된 명동 상가 전경. /지지옥션

채권자는 한 은행으로, 청구액은 6억228만원이었다. 2004년부터 이 상가를 담보로 건물주가 꾸준히 돈을 빌렸는데, 6억원가량의 대출 이자 등이 밀리면서 경매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매 응찰자는 나오지 않았다. 두 차례에 걸친 유찰 끝에 3번째 경매의 최저 입찰가는 203억5981만원까지 떨어졌다. 감정가 대비 100억원 이상 낮아진 금액에 건물이 팔릴 위기에 처하자 건물주는 6억여 원의 은행 빚을 갚았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이런 경우 변제 계획만으로는 경매가 취하되기 어렵고, 채무자가 자금을 마련해 6억여 원을 모두 갚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상가와 빌라 등 부동산 시장에서 인기가 시들한 매물들의 경매 건수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유찰이 반복되면서 감정가보다 훨씬 낮은 금액에 팔린 매물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 중구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바로 앞에 있는 한 동대문패션상가 경매 물건은 6번의 유찰을 거쳐 지난 4월 감정가의 26% 수준으로 매각됐다. 최초 감정가는 8400만원이었지만, 낙찰가는 2202만원이었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한 다세대 빌라는 15번의 유찰과 재매각을 거쳐 최근 감정가의 5% 수준인 1280만원에 겨우 낙찰됐다. 서초구 방배동의 다세대 빌라 역시 감정가 26% 수준인 1억7223만원에 낙찰됐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유찰되는 상가‧빌라 경매 물건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주현 선임연구원은 “2021년 같이 초저금리로 가지 않는 이상 임대시장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상가 경매 진행 건수는 계속 늘어나고, 낙찰률 하락 등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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