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피벗에도 한은은 그대로”…전문가, 금리인하 이르면 ‘4분기’
국내 은행권 전문가들이 한국은행의 본격적인 통화정책 전환(피벗) 시점에 대해 이르면 4분기일 것으로 예상했다. 물가 상황 등에 따라서는 아예 해를 넘길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금리에 이미 한 차례 기준금리 인하(0.25%p) 기대가 미리 반영된 상태인 만큼, 하반기 대출·예금 금리 하락 폭도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에 대해서도 유사한 입장이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캐나다은행의 피벗에 따른 여파에 대해 일축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영끌족·자영업자 등의 계속되는 고금리 대출 부담을 우려했다.
ECB는 지난 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p 내렸다. 2022년 7월 금리 인상을 시작한 이후 1년 11개월 만에 피벗을 단행했다. 앞서 지난 5일(현지시간) 캐나다은행도 기준금리를 0.25%p 내렸다. 약 2년 3개월 만에 통화정책의 키를 긴축으로 튼 것이다.
시장에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지난 7일 미국 노동부가 내놓은 5월 고용지표는 찬물을 끼얹었다. 비농업 일자리 증가 폭(전월 대비 27만2000명)이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돌았다. 물가 불안이 다시 부각되면서 연준의 인하 명분은 그만큼 약해졌다.
연합뉴스가 국내 시중은행 전문가들을 상대로 미국 연준과 한은이 금리 인하에 대한 전망을 물어본 결과 대다수가 "연말까지 대출·예금 금리의 추가 하락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심재찬 NH금융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미국은 아직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폭발적으로 증가한 통화량에 대한 통제를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문제에 뚜렷한 진전이 없다면 미국의 금리 인하는 어렵고, 따라서 9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은에 대해서는 "미국이 인하하지 않은 상태에서 선제적으로 낮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먼저 내리면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익현 신한은행 투자솔루션부 셀장은 "미국 연준은 양호한 경기 등을 고려할 때 9월 정도에나 인하를 시작해 연내 두 차례(0.5%p) 정도 낮출 수 있다"면서 "한국의 경우 최근 성장률 개선 등으로 미뤄 미국 인하를 확인한 뒤 10∼11월께 한 차례(0.25%p) 내릴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시장금리 하락 폭 역시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투자전략팀장도 "한은이 서둘러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이유가 많지 않다"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2% 중반까지 높아진 데다, 물가는 여전히 안정 목표(2%)를 웃돌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미국이 인하에 나선다는 가정 아래 한은도 올해 4분기 인하가 유력하나, 물가가 충분히 낮아지지 않는다면 올해 인하가 없을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장미란 하나은행 도곡금융센터지점 VIP PB(프라이빗뱅킹)부장은 "미국과 한국 모두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지고 있다"면서 "미국 연준은 연내 1∼2회, 한은은 연준 인하 후 1회 정도 낮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과의 금리차 등을 고려할 때 한은이 미국보다 먼저 내리기는 어렵다"면서 "연준은 9·12월 두 번 내리거나 11월 한 번 내릴 가능성이 크고, 한은은 4분기에 한 차례 인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선미 KB골드앤와이즈 더퍼스트 반포센터 PB팀장 역시 "ECB가 금리를 먼저 낮췄지만, 고용 상황 등으로 미뤄 미국은 9월 이후에나 인하가 가능할 것이고, 한은의 경우 불안한 외환시장, 수입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해 미국보다 인하 시점을 더 늦출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미 시장금리에 기준금리 1회 인하분(0.25%p)이 선(先) 반영된 상태"라며 "따라서 하반기 중 대출·예금 금리의 큰 폭 하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ECB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시장금리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면서 시중은행 대출 금리는 대체로 떨어졌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7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180∼5.625%을 기록했다. 약 한 달 전 5월 3일(연 3.480∼5.868%) 대비 상단이 0.243%포인트(p), 하단이 0.300%p 각각 낮아졌다.
같은 기간 혼합형 금리의 주요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는 3.895%에서 3.624%로 0.271%p 내렸다.
신용대출 금리(1등급·만기 1년)도 1개월 사이 연 4.330∼6.330%에서 4.240∼6.240%로 상·하단이 0.090%p씩 하락했다. 은행채 1년물 낙폭(0.102%p)과 비슷했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연 3.720∼6.797%)도 상단과 하단이 각 0.041%p, 0.130%p 떨어졌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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