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직구가 KBO에서 제일 좋아”…좌절과 극복, ‘신인’ 김택연의 성장기[스경x인터뷰]
김택연(19·두산)은 지난달 24일 광주 KIA전에서 쓰디쓴 좌절을 맛봤다. 당일 그는 3-0으로 앞선 8회말 등판해 1이닝도 채우지 못한 채 4실점 했다. 흔들리는 제구가 문제였다. 선두 타자 최원준을 포수 뜬공으로 잘 잡았으나 박찬호에게 볼넷을 내줬다. 마찬가지로 김도영을 삼진으로 잘 돌려세웠지만, 나성범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끝낼 타이밍을 스스로 놓친 김택연은 최형우에게 적시타, 이우성에게 역전 스리런포를 얻어맞았다. 9회초 폭발한 타선 덕분에 팀은 재연전승을 거뒀고, 김택연도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었다. 당시 결승 2점 홈런을 터트린 김재환은 “오늘을 계기로 더 단단해졌으면 좋겠다”고 ‘고졸 신인’ 막내를 다독였다.
시련은 그를 더 굳건하게 만들었다. 김택연은 충격의 4실점 후 6경기 연속 무실점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일 잠실 KIA전에선 9회초 1사 1루에서 투런포를 허용한 이교훈 대신 급히 마운드에 올라 실점 없이 9-8, 1점 차 승리를 지켰다. 팀은 5연승을, 김택연은 시즌 2번째 세이브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보름 전 나쁜 기억을 말끔히 지워낸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김택연은 경기 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KIA전 준비를 더 잘하려고 했다”며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와서 다음 등판에도 차질이 없을 것 같다”고 미소지었다.
실제로 지난 KIA전의 좌절은 성장에 필요한 자양분이 됐다. 김택연은 “많은 선배님과 형들이 ‘네 직구가 KBO리그에서 제일 좋으니까 자신감 가지고 열심히 하라’는 위로와 조언을 해주셨다”며 “(김)재환 선배님의 말처럼 그런 경험을 한 번 하고 나니까 더 단단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2024 KBO 신인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김택연은 올해 29경기 2승 2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 2.73의 성적을 거두며 프로 첫해부터 상위권 구단의 승리조로 맹활약 중이다. 시속 150㎞대 빠른 공을 구사하는 등 기본적인 자질도 좋지만, 시련과 좌절을 극복하며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앞서 김택연은 개막 일주일 만에 2군행을 통보받고 열흘간 재정비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그는 “2군에선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려고 노력했다“며 ”신인다운 패기를 보여주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김택연은 지난 4, 5일 창원 NC전과 7, 8일 잠실 KIA전까지 이번 주에만 네 차례 등판했다.
빡빡한 등판 일정에 힘들 법도 한데, “아직 지칠 단계는 아니”라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김택연은 “여름 준비를 정말 잘해야 한다는 조언을 많이 듣고 있다”며 “체력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피로 관리를 할 수 있는 루틴들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름부터 시작되는 본격적인 순위 경쟁을 앞두고 각오도 밝혔다. 김택연은 “순위 싸움이 이어지다 보니까 정말 집중해서 던지고, 조금 더 이기려고 악착같이 한다”며 “더 높은 순위로 가기 위해 지금처럼 계속하면 될 것 같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잠실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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