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성장’ 임윤찬...피아노뿐인 무대에 ‘난쟁이’가 보인다 [리뷰]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4. 6. 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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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음이 심장을 강타하지 않으면 다음으로 넘어가지 않고 반복해 연습한다는 피아니스트 임윤찬(20)은, 2시간을 꽉 채운 독주회 무대 내내 관객의 심장을 두드려댔다.

음울하고 불안정한 소리에 임윤찬은 밀고 당기기를 극대화하고 몸을 휘청여가며 연주했다.

이번 전국 리사이틀은 당초 지난 4월 데카 레이블을 통해 낸 첫 음반 '쇼팽: 에튀드'의 실황 연주로 기획됐으나 임윤찬의 의지로 프로그램을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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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임윤찬, 2년 만의 국내 독주회
7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전 객석 기립해 환호
음으로 그림 그린듯한 무소륵스키 ‘전람회~’
“하고 싶은 곡 골라…준비하며 행복해해”
22일까지 대구·통영·부천·광주·서울 투어

첫 음이 심장을 강타하지 않으면 다음으로 넘어가지 않고 반복해 연습한다는 피아니스트 임윤찬(20)은, 2시간을 꽉 채운 독주회 무대 내내 관객의 심장을 두드려댔다. 지난 7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연 2년 만의 국내 리사이틀에서다. 임윤찬이 터치하면, 피아노 한 대뿐인 정적인 무대도 역동적으로 변했다. 오직 음악으로 수많은 심상과 서사를 쌓아 올렸다. 2022년 밴 클라이번 콩쿠르 최연소 우승으로 세계를 놀라게 하고도 무한 성장하면서 이날 임윤찬은 자신을 넘어선 듯 보였다.

먼저 멘델스존 ‘무언가’ 마장조와 라장조로 부드럽게 공연의 문을 열었다. ‘말 없는 노래’라는 뜻대로 그저 음악만이 있었다. 임윤찬은 순식간에 곡에 녹아들며 편안한 선율로 관객을 자신의 세계로 인도했다. 이어 곧바로 차이콥스키 ‘사계’에 돌입했다. 러시아의 1월부터 12월까지 계절의 인상을 담아낸 총 12개의 모음곡이다. 임윤찬은 들뜬 분위기의 2월 ‘사육제 주간’, 잔잔한 애상이 느껴지는 6월 ‘뱃노래’와 10월 ‘가을의 노래’, 빠른 템포와 기세가 대단한 8월 ‘수확’, 9월 ‘사냥’ 등에서 감성과 테크닉을 여과 없이 뽐냈다.

임윤찬이 단순한 연주자가 아니라 이야기꾼이란 점은 2부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에서 특히 잘 드러났다. 비유적인 표현이지만 마치 연극 한 편을 짠 듯, 무대 위에서 기획·연출에 메소드 연기까지 다 했다. 실제로 이 곡은 무소륵스키가 먼저 세상을 떠난 화가 친구 하르트만의 추모 전람회에서 본 그림과 전시장을 거니는 모습을 주제로 해 인상주의적 특징이 강하다.

임윤찬은 의자에 앉자마자 연미복 꼬리 부분을 다 정리할 새도 없이 빠르게 ‘산책’(프롬나드)을 시작했다. 그림 사이를 천천히 돌아본다는 느낌이 아니라 빠르고 힘 있는 걸음걸이였다. 이런 해석은 곧바로 이어지는 제1곡 ‘난쟁이’와 한 곡처럼 이어졌다. 음울하고 불안정한 소리에 임윤찬은 밀고 당기기를 극대화하고 몸을 휘청여가며 연주했다. 주제마다 그의 해석을 듣고 보느라 지루할 틈이 없었다. 특히 마지막 두 곡 ‘닭다리 위의 오두막집’과 ‘키예프의 대문’은 강렬하고 웅장한 악상에다 극적인 연주가 어우러진 클라이맥스였다. 난타하듯 빠르고 강한 연주에 팔과 머리, 왼발이 반동처럼 떠올랐다. 임윤찬은 마지막 음까지 왼발을 강하게 구르며 내리쳤다.

거의 모든 관객이 자리에서 튀어 올라 환호를 보냈다. 연주 전후로 보인 임윤찬의 ‘반전 매력’도 객석을 사로잡았다. 무대 위에서 문과 피아노 사이를 오가는 짧은 시간임에도 피아노 앞에서의 몰입도와는 정반대의 멋쩍음이 느껴져서다. 임윤찬은 왼쪽 어깨가 더 내려간 비스듬한 자세로 꾸벅꾸벅 인사를 했고, 힘을 다 쏟아낸 듯 터덜터덜 걸었다. 눈이 안 보일 정도로 기른 앞머리는 인사하고 고개를 올릴 때마다 흩날렸다. 이후 열화와 같은 성원에 앙코르 두 곡을 선보일 땐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힘이 넘쳤다. 1부 연주와 앙코르 도중 최소 네 차례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렸는데 연주자의 집중력은 흐트러짐 없었다.

이번 전국 리사이틀은 당초 지난 4월 데카 레이블을 통해 낸 첫 음반 ‘쇼팽: 에튀드’의 실황 연주로 기획됐으나 임윤찬의 의지로 프로그램을 변경했다. 그의 소속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해야 하는 음악을 했다면 이번엔 정말 하고 싶은 곡을 골랐다고 한다”며 “공연을 준비하면서도 행복해했다”고 귀띔했다. 임윤찬은 같은 프로그램으로 9일 천안, 12일 대구, 15일 통영, 17일 부천, 19일 광주, 2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일정으로 전국 관객과 만난다.

지난 7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공연에서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임윤찬. 국내에선 2년 만의 피아노 독주회로, 이달 천안·대구·통영·부천·광주 등에서 추가로 관객과 만난다. 사진제공=목프로덕션
지난 7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독주회에서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임윤찬. 사진제공=목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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