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뿜뿜, 은빛·초록빛 자작나무 군락에 탄성

박주연 기자 2024. 6. 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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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자작나무숲. 박주연 기자 photo@newsis.com


[인제·양구=뉴시스] 박주연 기자 = 온통 은빛, 초록빛 물결이다.

"지금부터 자작나무 숲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우거진 숲길을 한참이나 걸은 끝에 목적지 '별바라기숲'에 도착했다. 지난 겨울 폭설을 이겨낸 수십만 그루의 자작나무가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냈다. 은빛 나무들이 연초록 잎들을 흔들며 온몸으로 여행객들을 매혹했다.

지난 7일 한국관광공사의 '6월엔, 여기로(여행가는 달, 기차 타고, 로컬여행)-양구·인제 로컬리즘 원포인트 여행'에 동행했다. 공사는 '6월 여행가는 달'을 맞아 국내여행 활성화를 위해 지난 1일부터 오는 15일까지 전국 14개 지역, 12개 코스에서 1010명을 대상으로 '여기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여행가는 달'은 여행 비수기에 국민들의 국내 여행 활성화 분위기를 조성, 국내 여행 수요를 늘리고, 내수를 증진하기 위한 캠페인이다. 올해는 지난 3월에 이어 6월에 '여행가는 달'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여기로'는 6월 1만6315명이 참여 신청을 해 16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나타낼 정도로 인기다.

인제 자작나무숲. 박주연 기자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고난 이겨낸 '속삭이는 자작나무숲'

강원 인제에 자리잡은 원대리 자작나무 숲은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으로도 불린다.

원래 이곳은 소나무숲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솔잎흑파리 피해가 발생해 소나무들을 벌채한 후 138ha 규모의 숲에 자작나무를 심었다. 1974년부터 1995년까지 이곳에 69만 그루의 자작나무가 심어졌다. 7코스의 탐방로와 숲 속 교실, 전망대, 생태연못, 인디언 집, 나무다리, 나무계단 등의 시설이 있어 자작나무의 특별한 매력을 느끼며 산림욕과 힐링을 즐길 수 있다.

입구인 자작나무 숲 안내소에서 시작되는 숲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꽤 경사가 있어 숨이 차오른다. 새소리를 들으며 길을 오르다보면 듬성듬성 자작나무들이 보이고, 아름드리 소나무가 멋진 자태를 선보인다. 2.9Km 가량 걸으면 별바라기숲이 나타난다. 수령 20년 이상의 자작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차 절경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인제 자작나무숲. 박주연 기자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인제 자작나무숲. 박주연 기자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하늘을 향해 뻗은 은백색의 자작나무가 초록 잎들과 어우러져 탄성을 자아낸다. 자작나무가 뿜어내는 짙은 피톤치드에 기분까지 상쾌해진다.

자작나무는 껍질에 기름성분이 많아 불에 탈 때 '자작자작' 소리가 난다. 그래서 자작나무로 이름 붙여졌다. 옛 사람들은 자작나무 껍질을 벗겨 초 대용으로, 종이 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천마총의 천마도는 자작나무 수피에 그려졌어요. 천여년간 산성의 토양에 묻혀있었지만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된 이유죠." 숲 해설사는 "자작나무 껍질에 기름 성분이 있는데, 이 성분 때문에 그림이 잘 버틸 수 있었다"며 "자작나무에는 자일리톨 성분도 있으니 강아지들과 산책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겨울 폭설과 강풍으로 피해를 입은 인제 자작나무들. 서서히 원기를 되찾고 일어서고 있다. 박주연 기자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쭉쭉 뻗은 자작나무 숲 사이로 고개를 숙인 나무들이 눈길을 끈다. 지난해 겨울 폭설과 강풍으로 쓰러졌던 나무들이다.

"지금까지 이런 적이 없었는데 지난해 12월14~17일에 큰 피해가 있었습니다. 14일에 폭설이 내려 25cm가량 쌓였죠. 눈이 쌓인 나무가 무거워졌어요. 그 후에 새벽부터 강풍이 불었어요. 나무들이 엄청난 시련과 고난을 당해서 많이 휘었습니다. 부러지거나 쓰러진 나무도 많았죠. 지금은 원기를 많이 회복해 일어서고 있습니다. 피해를 입었을 당시와 비교해 보면 많이 일어섰어요."

연간 43만명의 방문객이 찾는 인제 자작나무숲은 지난해 겨울 심각한 폭설피해를 입었다. 인제 자작나무숲은 피해복구와 정비사업을 위해 당시 전 구간을 통제했고, 지난달 4일 달맞이 숲 일부 구간을, 29일 별바라기숲을 개방했다. 전체 구간 개방은 올 가을께로 예정돼 있다.
양구 박수근미술관. 박주연 기자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미석 박수근 숨결 물씬…양구 박수근미술관

"일전에 어머님 점심을 가지고 빨래터에 갔을 때, 빨래하고 있는 당신을 본 후 아내로 맞이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나는 그림 그리는 사람입니다. 재산이라곤 붓과 파렛트 밖에 없습니다. 만일 당신이 승락하셔서 나와 결혼해주신다면 물질적으로 고생이 되겠으나 정신적으로는 그 누구보다 행복하게 해드릴 자신이 있습니다. 나는 훌륭한 화가가 되고 당신은 훌륭한 화가의 아내가 되어 주시지 않겠습니까."(미석 박수근이 아내 김복순 여사에게 보낸 편지)

인제와 맞닿아있는 양구는 한국의 대표적 화가 미석 박수근의 고향이다. 1914년 양구에서 태어난 박수근은 보통학교(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독학으로 미술을 공부하며 자신만의 화풍을 구축했다. 겹겹이 물감을 쌓아올린 마티에르 기법으로 아낙네들, 동생을 돌보는 아이 등 1950~60년대 한국을 담아냈다.

박수근의 생가터인 양구군 양구읍 정림리마을에는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다. 1만250㎡ 부지에 박수근기념전시관, 현대미술관, 박수근파빌리온, 어린이미술관, 라키비움까지 5개의 전시관이 지어졌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기증한 작품 등 박수근의 작품 235점을 소장하고 있다. 박수근의 사진과 글 등 화가의 생애를 담은 기록물들도 살펴볼 수 있다.

양구 박수근미술관. 박주연 기자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탁 트인 잔디밭과 정원을 걷다보면 건축가 이종호가 설계한 '박수근기념전시관'이 나타난다. 외벽 주 재료를 화강암으로 둘러 마치 박수근의 작품을 보는 듯 하다. 건물 외부 안내판에 그려진 '빨래터' 그림과 편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곳에서는 2025년 3월까지 소장품 특별전 '박수근: 평범한 날들의 찬란한 하루' 전이 펼쳐지고 있다. 올해 박수근 110주년을 맞아 지난해 경매를 통해 구입한 '가족'(1956년작) 등 그의 유화와 드로잉, 삽화,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 격변의 시기를 화가로 살았던 박수근은 가난한 농가의 전경, 서민들의 일상을 독창적인 기법으로 표현했다. 박수근은 생전 "나는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예술에 대한 극히 평범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며 "나는 평범한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물론 어린 아이들의 이미지를 가장 즐겨 그린다"고 밝히기도 했다.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당시의 사진자료, 신문기사, 박수근의 미술독학 자료, 작고 후 동료 화우들과 가족, 평론가, 지인들의 증언을 통해 '사람 박수근'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전시를 관람한 후에는 박수근과의 인연이 모티브가 된 박완서의 첫 소설 '나목'을 필사하고, 박수근의 드로잉을 따라 그려볼 수도 있다.

양구 박수근미술관. 박주연 기자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p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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