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계부채 비율, 세계 1위…새 기준 적용에도 여전

기준 연도 개편으로 명목 GDP 규모 증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100% 하회 목표 달성

▲ 지난 5월 23일 강원 춘천 온의동 한 은행 벽면에 금융 상품 홍보물이 붙어 있다. [강원도민일보 자료사진]

국민계정 통계의 기준 연도 개편으로 국민총생산(GDP) 등의 지표가 크게 개선됐지만,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여전히 세계 주요국 가운데 1위 수준으로 나타났다.

9일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기준 연도를 2015년에서 2020년으로 변경하면서 100.4%에서 93.5%로 6.9%포인트(p) 낮아졌다.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 역시 122.3%에서 113.9%로 8.4%p 떨어졌다.

이는 한은의 기준 연도 개편으로 지난해 명목 GDP 규모가 2236조원에서 2401조원으로 증가한 데 따른 결과다.

다만, GDP가 크게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각 부채 비율은 다른 나라들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금융협회(IIF) 통계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새 기준 연도에 따르더라도 세계 34개 나라(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 중 가장 높았다.

세계 2위인 홍콩(93.3%)과의 격차가 7.1%p에서 0.2%p로 축소됐으나, 한국을 제외한 33개국 평균치(34.2%)를 크게 웃도는 1위를 유지했다.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기준 연도 개편에 따라 한국의 순위가 세계 4위에서 5위로 한 계단 하락했다. 일본이 114.5%로 종전 5위에서 4위로 올라서며 한국과 자리를 바꿨다.

한편 이번 기준 연도 개편에 따라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0% 선을 넘은 적이 한 번도 없게 됐다.

새 기준에 의하면 지난 2021년 말 기준 98.7%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이후 2022년 말 97.3%, 2023년 말 93.5% 등으로 하락세를 나타냈다.

기준 연도 개편 전의 종전 최고치는 2021년 말의 105.4%였다.

그동안 100% 선은 가계부채 관리의 ‘기준점’이었다. 기준 연도 개편에 따른 명목 GDP 증가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100% 하회라는 정책 목표가 달성된 것이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해 10월 2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100% 미만으로 낮추는 것이 저의 책임”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