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바다 된 홍콩…경찰은 소년에 실탄까지 쐈다[뉴스속오늘]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는 이날 정점을 찍었고 새 국면을 맞았다. 103만명(주최 측 추산)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는데 홍콩 시민 7명 중 1명꼴이었다. 이날 시위는 1997년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에 반환된 이후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는 이날 기점으로 대규모로 번졌고 격렬해졌다. 장기간 이어진 시위는 송환법 폐지 요구에 그치지 않고 중국 간섭에서 벗어나려는 민주화 운동으로 성격이 달라졌다.
홍콩 경찰은 최루탄에 이어 실탄을 쏘는 등 시위대를 강경하게 진압하면서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결국 홍콩 정부는 그해 9월 문제가 됐던 송환법을 철회했다. 하지만 본질은 '중국화 반대'였기에 홍콩의 '불안한 평화'는 계속되고 있다.
시위의 발단이 된 '범죄인 인도법'은 중국 본토와 대만, 마카오 등 홍콩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였다. 홍콩은 영국, 미국 등 20개국과 인도 조약을 맺었지만 중국과는 이를 체결하지 않았다.
이 법안은 2018년 대만에서 홍콩인 남성이 여자친구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추진됐다. 현행법상 타국에서 발생한 살인죄를 처벌할 수 없어 한계가 있었다.
홍콩 시민들이 우려한 건 중국 정부의 악용 가능성이었다. 홍콩의 반중 인사, 인권 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악용할 수 있어서다.
실제 2015년에 중국 공산당 비리를 다룬 금서를 출판해오던 홍콩 코즈웨이베이 서점 관계자 5명이 잇따라 실종된 사건이 있었는데 그중 1명이 2017년 "중국에서 납치돼 조사받으며 허위자백을 강요받았다"고 폭로한 바 있다.
시위가 처음 시작된 건 2019년 3월 31일이었다. 6월 9일 정점을 찍은 건 송환법 추진이 급물살을 타고 2차 심의를 앞두면서다. 2차 심의는 애초 6월 12일로 예정됐다.
12일 당일엔 시위대가 법안 처리를 막으려 입법회 건물 주변을 봉쇄했고 정부는 경찰력을 동원해 최루탄, 물대포 등으로 강경하게 진압했다. 법안 처리는 미뤄졌지만 시위대는 송환법 철회와 이를 주도한 행정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후 6월 16일엔 9일보다 더 많은 약 200만명이 운집한 시위가 열렸고 7월 1일엔 입법회에 들어가 의사당을 점거하는 일도 벌어졌다.
시위가 격렬해지면서 진압의 수위도 높아졌다. 7월 21일엔 전철역에서 흰옷 입은 100여명의 남성이 시위 참여자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백색 테러'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는 시위를 다시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시위가 확산하면서 점점 반중국 성격이 분명해졌다. 중국 중앙정부를 상징하는 붉은 휘장에 검은 페인트를 뿌리는가 하면 시위 현장에 대형 성조기를 등장시키기도 했다.
결국 홍콩 정부는 그해 9월 4일 송환법을 공식 철회했다. 하지만 시위는 그 이후에도 계속됐다. 시위대를 잡아들이고 강경 진압한 데 대해 책임을 물었고 행정장관 직선제 등을 요구하면서다.
이에 경찰 진압 수위는 날로 강경해졌고 실탄까지 꺼내들었다. 같은해 10월 1일 18세 고등학생이 경찰 실탄을 맞고 중상을 입은 데 이어 사흘 뒤에도 14세 소년이 총격을 당했다.
이런 가운데 경찰이 복면 쓴 시민에게 복면을 벗도록 요구했을 때 불응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형,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는 복면금지법까지 시행 돼 또 다른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송환법은 철회됐지만 중국 간섭은 계속되면서 홍콩 안에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시위의 본질도 중국화에 대한 반대였기 때문에 홍콩 시민들의 불만은 여전히 내재한 상태다.
중국은 1997년 영국에서 홍콩을 반환받으면서 홍콩을 특별행정구로 지정했다. 한 국가 안에서 두 체제를 허용하는 일국양제 원칙을 이어오고 있으나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3년 취임한 이후 홍콩에 대한 간섭이 심해졌다.
대표적인 예로 중국은 행정장관 직선제 약속을 뒤집기도 했다. 이에 홍콩 시민들은 행정장관의 직선제를 요구하며 2014년 일명 '우산 혁명'을 벌였다.
양성희 기자 y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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