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중 도로에 누워있던 사람 차로 치어 사망…운전자 무죄

법원 "전방 주시 잘 했어도 사고 못 피했을 것"

ⓒ News1 DB

(청주=뉴스1) 박건영 기자 = 야간에 도로 한가운데 누워있던 사람을 차량으로 치어 숨지게 한 40대 운전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청주지법 형사1단독 권노을 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된 A 씨(47)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2월21일 오후 10시43분쯤 충북 청주시 서원구 남이면의 한 도로에 누워있던 B 씨(70대)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승용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도로는 주변에 가로등이나 건물이 없었던 탓에 매우 어두운 상태였고, B 씨는 편도 2차로 도로 한가운데 어두운 옷을 입고 엎드린 채 쓰러져 있었다.

검찰은 A 씨에게 전방 주시를 소홀히 해 B 씨를 발견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A 씨가 전방 주시를 잘했더라도 사고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봤다.

권 판사는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A 씨는 충돌 직전에서야 피해자를 식별한 것으로 보인다"며 "시속 70㎞ 도로 한가운데 사람이 엎드려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식별했을 때는 이미 충돌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또 교통사고 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A 씨의 전방주시 의무와 사고 간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권 판사는 "여러 사정을 고려했을 때 운전자가 통상의 주의의무를 기울였더라도 피해자와의 충돌을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사고 당시 피고인에게 전방주시 의무의 태만이나 조작의 미숙이 있었다고도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pupuman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