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가격은 ‘커피 한잔=도넛’…싸구려 입요기라 부르지 마라 [도넛전국시대]
도넛 가격 매년 인상 추세…원부자재 값 상승 영향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미국 경찰들이 도넛을 즐겨 먹는 모습은 익숙하다. 왜 이렇게 됐을까? 던킨의 창업자 윌리엄 로젠버그의 말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외신에 따르면 그는 자신의 자서전에서 매장을 보호하기 위해 경찰관들과 가깝게 지내야 한다고 언급했다.
당시 24시간 영업하던 도넛 가게는 경찰들이 야간 순찰을 돌며 방문하기 좋은 곳이었다. 그 모습을 본 윌리엄 로젠버그는 남는 재고를 경찰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방법을 떠올렸다. 도넛 가게에 경찰들이 자주 오게 만들어 심야시간대 강도나 범죄를 예방하려는 취지였다.
당시 박봉이었던 경찰들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도넛을 택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만큼 도넛은 간편하고 저렴한 간식이자 한 끼 식사의 대명사였다.
현재 국내 도넛 시장은 정반대다. 시장이 발전하면서 토종 브랜드와 해외 유명 브랜드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국내 도넛 시장은 SPC 비알코리아가 운영하는 던킨과 롯데GRS의 크리스피크림도넛이 주도하고 있다. 이후 다양한 브랜드가 진입하면서 제품이 다양해졌다. 날개를 단 외식물가와 함께 ‘몸값’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싸졌다.
기본 메뉴인 글레이즈드 도넛만 봐도 높아진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기존 국내 도넛 시장을 주름잡던 주요 브랜드는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을 내세웠다. 던킨의 페이머스 글레이즈드(1500원), 크리스피크림도넛의 오리지널 글레이즈드(1700원)는 비교적 저렴한 편에 속한다.
하지만 노티드 글레이즈 도넛(2500원), 랜디스 글레이즈 도넛(2700원) 등 후발주자들의 가격은 상대적으로 비싸게 형성됐다. 던킨과 랜디스의 동일 품목 가격만 놓고 봐도 2배 차이가 난다.
기본 재료가 아닌 독특한 크림이나 토핑 등 별도 재료를 추가하면 값은 더 뛴다. 노티드의 ‘카푸치노 크림 도넛(4200원)’ 가격은 웬만한 커피 한잔 수준이다. 프리미엄 도넛을 몇 개만 집어도 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입에서 살살 녹는 도넛을 즐기다 보면, 잔고가 사르르 녹는 시대가 됐다.
매년 오르는 물가도 남 얘기가 아니다. 롯데GRS의 크리스피크림도넛은 2021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가격을 올렸다. 대표 메뉴인 ‘오리지널 글레이즈드’는 2020년 1300원, 2021년 1500원, 2022년 1600원, 2023년 1700원으로 4년 동안 30.8% 인상됐다. 던킨도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꾸준히 도넛 가격을 올렸다.
업계는 원재룟값 상승을 비롯해 인건비, 운영비, 전기료 등 제반비용 부담을 호소한다. 실제 도넛의 주요 원재료 중 하나는 밀이다. 우리나라는 밀 대부분을 수입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하반기 주요 수출국의 공급 여건이 악화하며 밀 가격은 계속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022년 2월 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에 따른 공급 차질과 5월 인도의 밀 수출제한 조치, 유럽 남부지역의 고온건조한 기상으로 밀 가격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국제 밀 가격이 뜀박질을 시작하자 수입 가격도 뛰었다. 2022년 식용 밀 수입단가는 세계 밀 수급 여건 악화와 러-우 전쟁에 따른 국제 가격 상승 영향으로 전년 대비 39.5% 상승한 446달러/t(톤)을 기록했다. 9월에는 t당 496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갈아엎었다.
식용 밀 수입단가는 2023년 기저효과(기준시점과 비교 시점의 상대적인 수치에 따라 결과에 큰 차이가 나타나는 현상)의 영향을 받았다. 2022년 가격이 높았던 만큼 그때보다 14.3% 하락한 t당 382달러가 됐지만, 여전히 비싼 건 마찬가지였다.
도넛 제조에 빠질 수 없는 설탕도 마찬가지다. 설탕 주요 수출국인 인도와 태국은 엘니뇨와 가뭄으로 생산량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 설탕값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원재룟값 부담은 더 심해지고 있다. 여기에 매년 오르는 운영비와 인건비 등도 도넛의 몸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빵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0.2% 소폭 오른 130.19로 집계됐다. 본격적으로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 2022년 2월(109.34)과 비교하면 19.1% 높은 수치다. 올해 빵 소비자물가지수는 2월부터 매월 상승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도넛 가격 인상에 대해 “밀부터 설탕, 기계 운영비, 전기료, 인건비 등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불가피하게 올린 측면도 있다”며 “본사에서도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인상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앞으로 더 높은 가격의 도넛을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new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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