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조사처 "'정년연장' 불가피…계속고용·임금피크제 지원도 필요"
평균 73세까지 노동시장 잔류 희망…"정년연장 불가피"
"실제는 49.3세 퇴직…계속고용·재고용 등 유연화해야"
日, 2013년 계속고용의무 도입…99.9%가 65세까지 고용
"임금삭감으로 인한 의욕 저하 과제…심도있는 논의 필요"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인해 정년연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단순한 정년연장 외에도 정부와 경영계가 요구하는 계속고용과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입법조사처는 지난달 30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제22대 국회 입법정책 가이드북'을 발간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다. 내년에는 총인구의 20% 이상이 60세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독일은 36년, 미국은 15년, 일본은 10년이었으나 우리나라는 불과 7년이다.
이에 '일하는 노년'에 대한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5월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55~79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0.2%였다.
고령층의 근로 희망도 높아지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현재 60대에 해당하는 베이비붐 세대(1955년~1963년생)의 경우, 기존 노년세대보다 일자리를 지속하려는 의지가 매우 높은 편"이라며 "장래 근로희망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평균 73세까지 오랜 기간 노동시장에 잔류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특히 정년 연장을 희망하는 비율이 83.4%로 높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 방식에 있어서는 노사가 의견이 조금씩 다르다.
노동계에서는 현재 60세인 법정정년을 2027년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인 65세에 맞춰 단계적으로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영계에서는 정년 이후 '재고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입법조사처는 "저출산 고령화 심화에 따른 노동 공급 부족 및 연금 재정 악화, 이로 인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미래세대의 부담 등을 고려해 본다면 정년연장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다만 정년연장에 따른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수반되는 문제점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우리나라는 2013년 법정정년을 60세로 연장했지만 실제 퇴직연령은 49.3세로 10년 이상 차이가 있고 중소기업은 실질적으로 정년제를 미운영하는 사업장이 80%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에 입법조사처는 "60세 이후 65세까지의 계속 근로 방식을 정년 연장 외에도 '계속고용' 및 '재고용' 등의 형태도 가능하게 해 기업에게 유연한 방식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직무급 임금체계와 임금피크제 도입 시행 적극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단, 임금피크제로 인한 임금 감소가 지나치게 높아 기존의 생활 수준을 하락시킬 정도는 안된다고 제언했다.
입법조사처는 이와 함께 우리와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들어 분석한 '고령자 계속고용제도 도입 확대 방안' 보고서도 함께 내놨다.
현재 정부는 계속고용제도(재고용, 정년연장·폐지)를 도입해 근로자를 계속고용하는 중소·중견기업에 근로자 1명당 최대 3년 동안 1080만원의 장려금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는 고령층 소득 절벽 문제에 대해 계속고용제도 도입을 유도하고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들어선 일본은 2013년부터 계속고용 의무제도를 도입했다. 계속고용을 희망하는 근로자 전원을 65세까지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하되, ▲정년연장 ▲계속고용제도 도입 ▲정년폐지 등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일본 후생노동성이 펴낸 '2022년 고연령자 고용 상황 등 보고'에 따르면, 2022년 6월 기준 65세 고용 의무화 조치를 실시한 기업은 전체의 99.9%였다. 이 중 약 70%는 계속고용제도를, 나머지 30%는 정년 폐지나 연장을 택했다.
입법조사처는 "일본은 계속고용제도 등을 활용한 초고령사회 도입에 따른 노동공급 감소 및 연금 재정 악화 등의 문제에 대응했고, 일정부분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며 "최근 10년 새 일본의 고령자 취업률을 살펴보면 비율이 크게 상승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일본의 60세~64세 취업률은 2012년 57.7%였으나 2022년에는 73.0%로 상승했다. 65세~69세 역시 2012년 37.1%에서 2022년 50.8%로 올랐다.
다만 관건은 '사회적 합의' 여부다. 고령자의 고용이 연장되면 불가피하게 중장년층이나 청년층의 취업률에도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입법조사처는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노동공급 감소 및 연금 재정 악화 등 여러 사회 경제적 문제들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계속고용제도 등을 비롯한 고령자 고용연장 정책을 적극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고령자 계속고용제도는 중고령자, 청년, 기업 등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제도 확대에 대한 심도 있고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또 계약직으로 재고용되는 경우, 근로조건이 악화될 수 있어 세심한 정책 설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상대적으로 안정되게 연착륙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일본의 고령자 고용정책의 경우에도 계약직 재고용 형태가 선호되고 있어 평균 30~50% 수준의 임금감소를 수반하고 있다"며 "이로 인한 고령자 근로조건 악화와 근로의욕 저하 등 문제가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delant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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