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큰소리는 쳤는데···" 잇단 패소 대구시, 교육청과 소송에서도 '위법' 판단
큰소리는 쳤는데···재판해 보니 '이게 아니네?'
홍준표 대구시장 취임 이후 대구시 행정에 제동을 거는 법원 판결 여러 건 있었습니다.
경찰, 국회의원, 시민사회단체 등과 법은 더 잘 안다며 호기롭게 큰소리치며 싸웠는데, 재판에서는 패한 건데요.
대구시와 관련해 또 하나의 주목할 판결이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또 하나의 행정주체, 대구시교육청과의 소송이었습니다.
무상급식은 부패 사각지대? 부정한 카르텔?
2022년 11월 홍준표 대구시장은 SNS에 학교 무상급식 관련 글을 하나 올렸습니다.
몇 마디 옮겨보면, '무상급식 시장은 전국적으로 부패의 사각지대이다. 좌파들의 극성으로 제대로 된 감사가 이루어진 적도 없었다. 무상급식 비용은 전국적으로 수조 원에 이르고 부패카르텔에 넘어가는 검은돈도 수백억에 이를 거다.'
요즘 '000 카르텔'이 유행하기도 했는데, 홍 시장은 2022년에도 사용했군요.
아무튼 글을 올릴 당시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이 무상급식 합동 감사를 하고 있던 시점이라 다들 '뭔가 큰 게 걸렸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예고와 달리 초라했던 감사 결과
그리고 얼마 뒤 감사 결과가 나왔는데, 불법 수의계약 같은 중대 비리는 나온 게 없었습니다.
당연히 부패 카르텔이라 할 만한 것도 없었지요.
다만, 대구시교육청에 2019년과 2020년 사이 예산 집행 과정에서 학교급별 예산보다 초과 사용했다고 문제 삼으며 22억 6천여만 원 환수를 통지했습니다.
대구시교육청은 반발했죠.
이미 정산을 끝내고 잔액은 다 반환했는데 무슨 소리냐며 대구시의 환수 통지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대구시교육청의 대구시 상대 소송 이유는?
소송을 제기하던 2022년 11월 15일 당시 대구시교육청 김도형 감사관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학교급 간 부족액이 발생하면 기관 간 협의하여 초·중·고 등 여유 예산으로 우선 상계 처리하고··· 예산 부족 시 무상급식 협약에 따라 당연히 지원돼야 할 예산이기 때문에 환수 조치는 부당하다는 입장입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급식비는 10억 원이 남고 중학교 급식비는 10억 원이 부족해 초등 급식비 10억 원을 중학 급식비로 썼다는 겁니다.
1년 반 만에 나온 재판 결과···누가 이긴 거지?
소송 제기 일 년 반이 지나 대구지방법원 제1행정부에서 판결을 내렸는데요.
"지방자치단체로서 대구시는 1개의 법인인데 사무 영역에 따라 시장과 교육감이 별개 대표기관으로 병존할 뿐이고 '자기가 자기를 상대로 제기한 소'이기 때문에 권리보호 이익이 없어 부적합하다"며 '각하' 처분했습니다.
소송을 각하했으니 당연히 소송을 제기한 원고인 대구시교육청이 패한 겁니다.
그런데 판결문에는 주목할 내용이 있습니다.
'보조금을 집행하면서 드는 경비의 배분을 변경하였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전제로 한 환수통지는 위법하다.' 이렇게 밝혔습니다.
형식적으로는 대구시가 이겼지만, 내용상으로는 무상급식비 잔액 계산과 환수 통지가 위법이라고 판단해 대구시교육청 손을 들어준 겁니다.
실익 얻은 대구시교육청···이겼는데 '빈손'인 대구시
판결 주문 사항에 '보조금을 반환하라, 마라'는 명시적 표현이 없어 이번 사태는 이렇게 끝날지 더 이어질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데요.
대구시교육청은 '이 문제 가지고 다시 또 양 기관에서 또 갈등을 일으키거나 이어지는 안 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입니다
대구시는 '명분은 주고 실리는 잃었다'면서 판결 주문에 '(보조금 잔액을) 줘라 줄 필요 없다'라고 얘기된 게 아니라 그 부분에 대해서는 변호사나 법률고문과 검토해서 일이 진행돼야 할 것 같다'라며 고민을 하는 모습입니다.
'다 드루와!' 붙었는데···결과는 영~
대구시는 퀴어 축제 도로 점용을 두고 경찰과 해석을 달리하며 초유의 공권력 충돌 사태를 일으켰고 주최 측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패했습니다.
물론 항소를 해서 상급심 판단은 남아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대구시교육청과의 법적 다툼에서는 무상급식 보조금 환수 통보가 위법이라는 사법 판단을 받았습니다.
시민사회단체뿐 아니라 경찰, 교육청 등 공기관과도 갈등이 끊이지 않는 대구시 행정이 무리라는 지적과 비판이 끊이지 않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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