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이사·재경팀까지 나섰다”…주가부양 나선 삼성전자 임원들

삼성 서초사옥. 연합뉴스

삼성전자 주요 임원진들이 최근 잇따라 억대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최근 노조 파업 등으로 인해 떨어진 주가를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 임원 6명은 이달 들어 자사주 총 1만5490주, 11억4908만원 규모를 사들였다.

지난 3일엔 박학규 경영지원실장 사장이 삼성전자 보통주 5500주(4억535만원), 노태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 사장은 보통주 5000주(3억6750만원), 정재욱 삼성리서치 글로벌 AI센터 부사장은 1330주(9948만원)를 각각 매입했다.

또 김동욱 재경팀장 부사장은 지난 5일 2000주(1억5180만원)를 사들였으며 윤주한 재경팀 부사장은 지난 5일과 7일 두 차례에 걸쳐 660주(4975만원), 7일에는 박순철 지원팀장 부사장이 1000주(7520만원)를 매수했다.

이번 자사주를 사들인 임원중 박학규·노태문 사장은 사내이사로 있다. 또 김동욱·윤주한 부사장은 회사 자금의 흐름을 책임지는 재경팀 소속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이들의 이번 자사주 매입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의 자신감을 대내외에 표출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최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 파업 소식으로 주가가 크게 내려간 만큼 이를 끌어올리기 위한 책임경영의 의지도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저자 주가는 지난달 초만 해도 8만원 선을 웃돌았지만 이후 현재까지 7만원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지난달 29일 오전 노조가 파업 소식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면서 당일과 이튿날 주가는 5% 이상 빠졌고 7만3500원선까지 내려갔다. 현재 주가는 이들의 자사주 매입 소식에 7만7000원선을 회복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재용 회장의 이달 미국 출장 결과에 따라 8만원선 회복의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회장은 이달 초 미 버라이즌 베스트베리 최고경영자(CEO)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30여건의 주요기업 CEO와 정관계 인사들과의 만남이 예정돼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의 회동 가능성도 점쳐진다.

외신 등에 따르면 황 CEO는 최근 대만 타이베이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 HBM이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소문에 대해 "아니다"라며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과 협력하고 있다. 3사 모두 우리에게 메모리를 공급할 것"이라고 말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젠슨 황 대표는 삼성의 HBM에 대해 자사 GPU 및 GPU 컴퓨팅 플랫폼과 삼성 HBM간의 추가적인 최적화 과정이 요구된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바 있다"며 "아직 실패를 단정짓기엔 어렵다는 판단으로 2분기 내 8단 매출액 인식, 12단 양산 돌입이라는 기존 가이던스는 달성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