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1500만원 그림’ 때문에…법정에서 재회한 전 연인들

화가로 활동 중인 하정우. 사진 ㅣ네스프레소(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그림)

배우 하정우가 그린 1500만원짜리 그림을 두고 헤어진 연인이 법정 다툼을 벌였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법 통영지원 민사1단독 조현락 부장판사는 지난달 8일 이모씨가 김모씨를 상대로 낸 유체동산인도 청구 소송에서 “김씨는 이씨에게 2015년작 ‘October’(作 하정우) 그림을 인도하라”고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고 양측이 항소하지 않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재판부는 “계약 당사자가 누구인지는 계약에 관여한 당사자의 의사해석 문제”라며 “당사자들 의사가 일치하는 경우에는 그 의사에 따라 계약의 당사자를 확정해야 하지만, 당사자들의 의사가 합치되지 않는 경우에는 의사표시 상대방의 관점에서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를 계약 당사자로 이해했을 것인지를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씨는 2016년 2월 당시 여자 친구 김씨에게 1500만원을 빌려 배우 하정우로부터 ‘October’ 그림을 구매했다.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다. 하정우와 대학 선후배 사이였던 이씨는 하정우에게 직접 그림을 구매해 부모님 집에 보관하고 있다가 2018년 2월부터 김씨에게 그림을 맡겼다.

그러나 두 사람의 결혼은 무산되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이씨는 김씨가 하정우 그림을 돌려주지 않자 2022년 4월 소송을 냈다. 그러나 김씨는 “당시 이씨와 결혼할 예정이었다”며 “해당 그림의 공유자이거나, 소유자가 이씨라고 하더라도 대여금 반환을 담보하기 위해 양도담보권 내지 질권을 설정받아 그림을 점유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법원은 하정우 작업실에 방문해 그림 매수 의사를 밝힌 남성에게 소유권이 있다고 판단했고, 자금을 빌려준 여성에게는 소유권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그림을 누가 산 것인지 계약 당사자들 간의 의사가 어긋난다면 그림을 판매한 상대방인 하정우 씨의 관점에서 ‘누가 계약 당사자로 보였는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조 부장판사는 “이씨가 하정우와 대학교 선후배 관계로 친분이 있었고, 하정우의 작업실을 방문해 그림을 사겠다고 했으며, 그 매매대금 지급을 위해 김씨로부터 2016년 1월 말 1000만원을, 2월 초 500만원을 각각 송금받아 하정우에게 지급했다”고 했다.

또 “이씨가 하정우로부터 그림을 인도받아 부모님 집에 보관하고 있다가 2018년 2월부터 김씨가 그림을 보관해 온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그림의 매매계약 경위 등을 미뤄 하정우는 계약 당사자를 이씨로 봤을 것이므로 해당 그림의 매수인은 계약에 관여한 하정우와 이씨의 일치된 의사에 따라 이씨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이씨와 사귀면서 이씨 부탁으로 해당 그림을 보관하기 시작했을 뿐,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그림의 공유자이거나 양도담보권자 또는 질권자로서 그림을 점유해 왔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