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의 한계 뛰어넘는 탁월한 음악영화 [음란서생]

배순탁 2024. 6. 9.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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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신형철씨가 지적했듯 문학평론의 가장 큰 장점은 텍스트와 비평의 도구가 동일하다는 것이다.

글쎄, 만약 악보 분석으로 음악 비평을 대체하면 그 글을 읽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수많은 음악 비평이 유독 노랫말에 집착해온 이유이기도 하다.

어떤 분야든 비평가의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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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최선을 다해 음악을 비평해도 잘 만든 음악영화를 이길 수 없다. 〈캐딜락 레코드〉와 〈버드〉가 그런 영화다.
<캐딜락 레코드>는 흑인 R&B 전문 레이블 ‘체스 레코드’를 다룬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씨가 지적했듯 문학평론의 가장 큰 장점은 텍스트와 비평의 도구가 동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 바로 언어다. 음악은 그렇지가 않다. 사진이나 미술이나 영화처럼 ‘보인다’는 혜택을 누리지도 못한다. 어떤 사람은 악보가 있지 않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글쎄, 만약 악보 분석으로 음악 비평을 대체하면 그 글을 읽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수많은 음악 비평이 유독 노랫말에 집착해온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글을 통해 음악의 역사 일부를 여러 번 설명했다. 그러나 아무리 최선을 다해 써봤자 잘 만든 음악영화 한 편 이길 수 없다. 물론 나도 알고 있다. 어떤 분야든 비평가의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어쨌든 여기, 한국에서는 인기를 얻지 못했지만 음악영화로서 탁월한 완성도를 길어낸 영화 두 편을 추천한다.

〈캐딜락 레코드〉(2008)

대중음악의 기원은 흑인 블루스다. 미국 남부에 기원을 둔 블루스가 북부 시카고로 진출해 일렉트릭 블루스 혹은 리듬앤드블루스(R&B)로 발전했다고 보면 된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병충해로 인해 남부 목화 산업이 타격을 받았고, 1차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시카고를 중심으로 한 북부 군수공장의 노동 수요가 급증했다. 1910년부터 1930년까지 대략 흑인 200만명이 일자리를 찾아 북부로 이동했다. 영화 〈캐딜락 레코드〉를 보면 블루스가 어떤 과정을 통해 R&B가 되고, 이후 로큰롤로 발전하게 되는지 단박에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1950년 설립된 역사적인 흑인 R&B 전문 레이블 체스 레코드와 설립자 레너드 체스의 일생을 다룬 영화다. 비욘세가 전설적인 흑인 가수 에타 제임스 역으로 출연한다.

〈버드〉(1988)

‘버드’는 모던 재즈 선구자 찰리 파커의 별명이었다. 이걸 ‘자유로운 영혼’ 비슷하게 해석한 사람들이 몇 있는데 실상은 좀 다르다. 생전 찰리 파커는 프라이드 치킨을 엄청나게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다. 어쨌든 찰리 파커가 등장하기 전까지 재즈는 보통 빅 밴드였다. 클래식 오케스트라처럼 춤추거나 감상하기에 좋은 선율을 대규모로 연주했다. 에어컨 광고음악으로도 쓰인 ‘싱싱싱(Sing Sing Sing)’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흑인 뮤지션들이 징집되고, 클럽이 내야 하는 세금이 20% 증가하면서 상황이 서서히 바뀌었다. 밖에서는 전쟁으로 죽고, 국내에서는 인종차별로 죽어가는 현실에 흑인 뮤지션들이 분노를 표하기 시작했다. 보다 추상적이고, 전투적인 재즈 분파가 번성했다. 세상은 이 음악에 ‘비밥’이라는 명칭을 부여했다.

비밥은 찰리 파커 같은 젊은 세대의 재즈 연주자들 사이에서 만들어진 활기찬 새로운 움직임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재즈 레전드 디지 길레스피는 이렇게 말했다. “그 시기에 우리의 적은 독일이 아니었다. 육체적으로, 도덕적으로 우리를 괴롭히는 백인 미국인들이었다.” 비밥은 언더그라운드의 굶주린 새로운 야수였다. 그것은 추상적이고 복잡한 화성을 통해 재즈의 급진적인 새 출발을 알렸다. 그리하여 1920~1930년대에 비해 전쟁 이후 재즈가 엘리트주의적이고 주변적인 틈새 장르가 되는 데 기여했다. 이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이 영화 〈버드〉를 감상하기 바란다. 재즈광으로 유명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작품이다.

배순탁 (음악평론가)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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