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K콘텐츠 세계적"…억만장자 데이비드용의 진심

최지윤 기자 2024. 6. 9. 09:2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슈퍼리치 이방인' 출연
가수·방송 활약 "한국에 온건 운명"
유창한 한국어·특유의 예능감감
연기 도전 꿈…"눈물의여왕 재미있게 봐"
50/50 투자 "다시 떠오르면 뿌듯할 것"
"오픈마인드 중요…멀티플레이어 되길"
데이비드 용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최근 숏폼 플랫폼 틱톡에서 '톱 원퍼센트 슈퍼리치'(Top 1% Superrich)라는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퍼졌다. 넷플릭스 '슈퍼리치 이방인'에서 한 출연자가 자신을 이렇게 소개, 싱가포르 MZ세대 사이에서 유행어처럼 번졌다. 스스로 1% 부자라고 칭할 수 있는 이가 많지 않은데, 당당하고 유쾌한 매력으로 호감을 샀다. MC 뱀뱀(27)이 '입덕' 했다고 할 정도다. 글로벌 투자 회사 에버그린 그룹 홀딩스 CEO 데이비드 용(37)이다.

"슈퍼리치 이방인에서 좀 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한 달 반 정도 찍었는데 차, 집, 가방, 피부 관리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런 럭셔리 삶은 미국 리얼리티쇼에 많이 나오지 않았느냐. 한국에서 도전하고, 힘든 일을 극복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집중했으면 좋지 않을까 싶다.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좋은 경험이었다. 예능감과 센스가 있는 편이다. 4~5회에 나온 소개팅이 가장 재미있었다. 연기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했다. 이 장면 때문인지 인스타그램 DM으로 '사귀자' '만나자'는 연락이 많이 온다.(웃음)"

데이비드 용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는 화려하다. '싱가포르 억만장자' '개인 현금자산만 1200억원' '벤처캐피탈리스트 겸 K팝 가수' '피프티 피프티 투자자' 등이다. 영국 브리스틀 대학교를 졸업했고, 변호사 자격도 갖고 있다. 2021년부터 한국과 싱가포르를 오가며 생활하고 있으며, 마마무 소속사 RBW와 에이전시 계약을 맺고 활동 중이다. 에버그린 코리아를 설립, K콘텐츠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왜 수많은 나라 중 한국에 관심을 가지게 됐을까?'라는 궁금증이 가장 컸다. "K팝, K드라마 등 K콘텐츠는 세계에서 톱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열여섯 살 때 대만 엔터테인먼트사에서 가수 제안을 받았지만, 학업에만 몰두했다며 "어렸을 때 이루지 못한 꿈이 열정으로 이어졌다"고 털어놨다.

드라마 '학교 2021' OST '마이 웨이'로 가수로서 첫발을 내딛었다. 그룹 '포미닛' 출신 전지윤(33), '마마무' 문별(31), DJ 소다(36)와 협업해 '인 마이 포켓' '아마도 우린' '드리핑' 등의 곡도 발표했다. 지난해 8월 KBS 조이 '무엇이든 물어보살'을 시작으로 슈퍼리치 이방인, 웹예능 '용이 너뭐니' 등에 출연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방송이 가장 잘 맞다"고 귀띔했다. "요즘 방송 제의가 늘고 있다. 한국에 오지 안 왔으면 이런 기회는 없었을 것"이라며 "3년간 70% 정도 한국에 있었는데, 잘 맞는 것 같다. 싱가포르 방송 제안도 많지만, 지금은 한국 활동에 집중하고 싶다"고 바랐다.

"K콘텐츠는 세계에서 최고다. 아이돌, 엔터테이너 콘셉트가 확실하고 차별화되지 않느냐. 한국 예능, 드라마도 세계에서 인기가 높다. 최근 '눈물의 여왕'을 재미있게 봤고, 감동 받아서 울기도 했다. 스토리 라인이 탄탄하고, 완성도가 높다. K드라마도 투자하고 싶다. 제안이 많이 오지만, 좋은 프로젝트를 찾는 게 쉽지 않다. 연기도 도전하고 싶다. 직접 드라마를 제작, 출연하면 되지 않냐고? 그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데이비드 용에게 엔터 사업은 "새로운 도전"이다. 부모님이 반대하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오히려 응원해줬다. 한국에서 한 단계씩 올라가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좋아한다"며 "한국에 온 건 운명 같다. 아직 엔터업계에선 '베이비'라서 많이 배우고 싶다"고 바랐다. "사기꾼은 어떻게 구별하냐고? 사업을 한 지 13~14년 정도 돼 나름의 센스와 보는 눈이 있다"며 "처음 한국에 왔을 땐 인맥이 없었지만, 열린 마음을 가지고 여러 사람을 만났다. 만약 사업만 했다면 그 분야 사람들만 만났겠지만, 엔터 일을 하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게 도움이 됐다. 주변에서도 좋은 분들을 소개해준다"고 했다.

데이비드 용은 인터뷰 내내 한국어로 얘기하려고 노력했다. 한국어가 막히면 영어를 쓸 법도 한데, 번역기를 찾아보고 홍보팀 도움을 받아 설명했다. "최대한 한국말로 인터뷰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예전부터 친구와 자주 한국말로 얘기하고, K드라마를 보고 많이 배웠다. 눈물의 여왕도 자막없이 70% 정도 이해했다"면서도 "한국어는 단어가 정말 많다. 예능은 리액션이 빨라야 하는데, 가끔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100% 전달하지 못할 때가 있다. 더 열심히 배워야 한다"며 겸손해했다.

용이 너뭐니에선 K팝 가수를 인터뷰하며 예능 감각을 뽐내고 있다. 그룹 '투애니원' 산다라박(39)을 비롯해 'JYJ' 김준수(37), 가수 권은비(28) 등이 출연했다. "K팝에 관심이 많아서 아이돌 선배에게 배우고 싶다"며 "산다라박 선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투애니원과 '빅뱅'은 K팝 가수 중 가장 먼저 알게 된 아이돌이다. 10대 때부터 좋아했는데, 같이 촬영해 영광이다. 소위 말해 '성덕'(성공한 덕후)이 돼 신기하다"며 좋아라했다.

"산다라박 누나는 정말 착하다. 용이 너뭐니 영상이 올라오면 SNS에 항상 먼저 공유해준다. 엔터업계에는 말만 하는 사람이 많은데, 다라 누나는 진심으로 관심을 표현하고 응원해준다. 아무래도 누나도 필리핀에서 활동할 때 고생해서 더 응원해주는 게 아닐까 싶다. 넷플릭스 파티 때도 계획된 게 아니었는데, 누나가 노래해줘서 고마웠다. 친구처럼 응원해줘서 든든하고, 영감도 많이 받는다."


데이비드 용은 그룹 '피프티 피프티' 사태의 구원투수로 떠올랐다. 피프티 피프티는 '큐피드'로 빌보드 차트에 진입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지만, 멤버 4명이 소속사 어트랙트를 상대로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법정공방을 벌였다. 결국 이 소송은 기각됐고, 멤버 키나(21)만 돌아온 상태다. 데이비드 용은 지난해 어트랙트에 투자, 피프티 피프티 새 멤버를 뽑는 동남아 오디션도 함께 했다.

국내 4대 엔터사 SM, JYP, YG, 하이브가 아닌 중소기획사 어트랙트에 투자한 데는 "가능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짚었다. "솔직히 네 곳은 이미 돈도 많고, 성공한 그룹도 많지 않느냐"면서 "어트랙트는 좋은 IP가 있는데, 일련의 사태로 인해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피프티 피프티는 노래 한 곡만 뜬 뒤 문제가 생기지 않았느냐. 투자자 입장에서 너무 아쉬웠고, 기회를 마련해주면 더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새 멤버 충원 후 컴백, 다시 떠오르면 뿌듯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에서 최종적으로 이루고 싶은 꿈을 묻자 "하이브리드 맨이 되고 싶다"고 바랐다. "친한 친구들은 대부분 투자업계에 있는데, 내가 이렇게 다른 나라에서 활동하는 걸 신기해 한다. 힘들지만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게 재미있다. 외국인에게 이런 기회가 많이 오지 않는다. 힘들어도 계속 도전할 것"이라는 각오다. "'나는 솔로'와 '나 혼자 산다'에도 출연하고 싶다"며 "실제로 혼자 살아서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슈퍼리치 이방인에서 소개팅 했을 때 선택을 못 받지 않았느냐. 연애도 하고 싶다"고 했다.

청년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특히 어린 친구들은 오픈 마인드가 필요하다. 예전엔 하나의 직업만 가졌다면, 요즘은 가능하면 멀티플레이어가 됐으면 좋겠다. 사업 투자는 처음부터 크게 하지 말고,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두려워하기 보다,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3년 전 한국에 왔을 때 '외국인이 왜 한국엔터 투자를 하느냐' '왜 이렇게 힘든 일 하느냐. (돈도 많은데) 그냥 놀아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3년 후 넷플릭스에 출연할 지 누가 알았겠느냐. 나도 이 길이 너무 힘들지만, 하나씩 도전하고 이뤄가며 뿌듯함을 느낀다. 나의 이런 경험이 젊은 친구들, 한국에서 도전하는 외국인 등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