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 열풍 불어도 ‘마라통닭’은 없더라고요”…한국대표 한식당의 새 도전 [남돈남산]

신수현 기자(soo1@mk.co.kr) 2024. 6. 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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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식 삼원가든·SG다인힐·캐비아 대표
삼원가든 창업자 아들...외식사업 확장
투뿔등심·붓처스컷 등 외식브랜드 6개 운영
정호영·임기학 등 스타 요리사와 협업
박영식 SG다인힐·캐비아 대표. <사진 제공=SG다인힐>
“200억원. ‘삼원가든’ 보수 공사(리모델링)에 들어간 돈만 200억원이네요.”

서울지하철 압구정역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고깃집 ‘삼원가든’. 대로변에 있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마치 산속 계곡에 온 것 같다는 착각이 든다. 푸른 나무들이 곳곳에 있으며, 나무들 사이에 폭포가 있기 때문이다.

삼원가든은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퍼져 있던 시기에 리모델링을 시작해 2022년 6월 재개관했다. 리모델링에만 약 1년 반 소요됐으며, 이 기간 동안 영업을 하지 못했다.

“리모델링에 들어간 비용만 계산하면 리모델링을 안 하는 게 현명하죠. 고객에게는 더 멋진 공간을, 삼원가든에서 일하는 직원에게는 쾌적하고 더 좋은 근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과감하게 투자했습니다.”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삼원가든’ 내부 모습. <사진 제공=SG다인힐>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삼원가든’에 있는 폭포. <사진 제공=SG다인힐>
삼원가든은 1976년 ‘삼원정’으로 출발했다. 약 50년 동안 남북 고위급회담 오찬, 이산가족상봉 환영 만찬 등 우리나라의 국가 주요 행사가 열렸던 대표 식당이자 정·재계 인사와 톱스타들의 단골 ‘맛집’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역사와 전통이 오래된 만큼 외식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하다.

박수남 삼원가든 회장의 뒤를 이어 그의 아들인 박영식 삼원가든·SG다인힐·캐비아 대표가 삼원가든 경영을 맡고 있다. 박 대표는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기 위해 2007년 SG다인힐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외식업에 뛰어들었다.

박 대표는 삼원가든 경영과 별개로 SG다인힐을 통해 여러 외식 브랜드를 만들고 다양한 외식사업을 하고 있다.

SG다인힐은 현재 △투뿔등심(채끝 등심 전문점) △붓처스컷(스테이크 전문점) △썬더버드(샐러드 등 건강식 전문점) △패티패티(배달 버거 전문점) △오스테리아 꼬또(이탈리안 가정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탈리안 음식 전문점) △로스옥(로스구이 전문점) 등 6개의 외식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가맹점을 내지 않고 전부 직영점으로만 경영하고 있다.

이후 SG다인힐은 박수남 회장이 2004년 설립해놨던 별도 회사와 합병했다. 덕분에 SG다인힐은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이했다.

식당을 개업해서 3년 이상 생존하는 게 쉽지 않을 만큼 치열한 우리나라의 외식업 세계에서 삼원가든은 업력 40년을 넘어 이제는 50년을 바라보며 나아가고 있다. 이번 ‘남돈남산’에서는 박 대표를 만나 신사업 등에 관해 들어봤다.

미국 뉴욕 진출...“세계인에게 진짜 한식 알려주고파”
지난해 12월 베트남에 삼원가든이 문을 열었다. 삼원가든 베트남 매장에서 미국산 양념갈비 1인분 가격이 한국 돈으로 4만원이 넘는다. 베트남 국민 소득을 감안하면 저렴한 수준이 아니지만 삼원가든 베트남 매장은 사람들로 항상 붐빈다. 베트남 부자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다.
삼원가든 베트남 매장에서 손님들이 담소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 제공=삼원가든>
박 대표는 올해 삼원가든의 옛 이름인 ‘삼원정’으로 베트남에 추가로 매장을 열 계획이다. 이르면 올해 말 늦으면 내년 초 미국 뉴욕에도 삼원가든 매장을 내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일본, 두바이, 중국 등 다른 국가에도 삼원가든 출점을 고려하고 있다.

외국인 입맛에 최적화된 한식이 아닌 오랜 세월 한국인이 먹어온 진짜 한식을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 삼원가든의 해외 진출을 결정했다. 한국에서 삼원가든 2호점을 낼 생각은 없다.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그룹 가수 방탄소년단(BTS)을 좋아하면서 한식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게 됐습니다. 엄밀히 따져 보면 BTS 덕분에 한식이 세계에 널리 알려지게 된 거예요. 미국 등 선진국은 물론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서도 한식 인기가 뜨거워요. 특히 미국 뉴욕에 한식 전문점이 속속 생겨나고 있어요. 하지만 막상 가서 먹어보면 미국인에게만 맛있고 한국인 입맛에는 별로인 경우가 많습니다. 전 세계 어떤 사람이 먹어도 맛있는 한식을 제공하는 식당을 해외 여러 국가에 만들 겁니다.”

‘캐비아’로 간편식 사업...유명 요리사·음식점 등 IP 150개
박 대표는 2020년 ‘캐비아(KAVIAR)’라는 회사를 또 세웠다. 맞벌이·1인 가구 등이 많아지면서 가정간편식(HMR), 즉석식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간편하면서 맛있는 간편식이 별로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집에서 전자레인지 등에 데워서 간편하게 먹더라도 조금이라도 더 맛있게, 더 고급스러운 음식을 먹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고민했습니다. 누구나 브랜드 있는 간편식 이를 테면 삼원가든 갈비탕, 유명 요리사가 만든 간편식을 먹을 수 없을까, 그 방법을 연구하다가 캐비아를 설립하고 간편식 사업에 진출했죠.”

박 대표는 삼원가든 브랜드로 ‘뼈없는 갈비탕’, ‘얼큰 육개장’, ‘두툼떡갈비’, ‘소고기 우거지탕’, ‘서울식 불고기’ 등을 선보였다. 지난해 판매수량만 순서대로 각각 61만개, 39만개, 24만개, 15만개, 5만개를 기록할 만큼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특히 인기가 좋은 ‘뼈없는 갈비탕’은 2022년부터 올해 1분기(3월)까지 229만개, ‘얼큰 육개장’은 154만개 팔렸다.

박 대표는 소비자들에게 유명 요리사(스타 셰프)가 운영하는 식당, 유명 맛집, 지역 맛집 등에 방문하지 않아도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스타 셰프, 식당 등과 계약을 맺었다. 이렇게 확보한 지식재산권(IP)만 약 150개이다. 계약을 맺은 셰프는 임기학, 유용욱 ‘유용욱바베큐연구소’ 소장, 정호영, 권우중, 여경옥, 김건, 남준영 셰프 등이다.

셰프가 요리법(레시피) 등을 알려주고, 캐비아는 관련 제품을 기획·개발한 후 마케팅·판매한다. 예를 들어 바비큐 대가로 유명한 유용욱 셰프와 협업해서 만든 ‘유용욱바베큐연구소 직화삼겹살제육볶음’이 대표 상품이다. 올해도 캐비아는 여러 셰프들과 협업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캐비아는 여러 IP를 확보한 덕분에 성장성을 인정받아 벤처캐피털 등으로부터 총 150억원도 투자받았다. 캐비아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만큼 더욱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올해 목표 매출액을 지난해(약 390억원) 2배 수준인 800억원(자회사 캐비아에프 포함)으로 세웠다. 캐비아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언제나 믿고 먹을 수 있는 브랜드 음식을 제공하는 회사이다.

캐비아는 자회사 ‘캐비아에프’를 통해 치킨 브랜드 ‘마라통닭’을 선보이며 프랜차이즈 사업(가맹 사업)도 시작했다. 박 대표는 올해 3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마라통닭 신논현점(직영점)’을 열었다. 연내 매장을 30개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에 몇 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마라탕, 마라샹궈 등 마라음식 인기가 지금까지 지속되면서 마라음식이 이제는 일상에 파고든 음식의 한 장르가 됐습니다. 마라음식을 연구하다가 알게 됐는데, 여러 마라음식이 있지만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마라통닭은 없더라고요. 마라와 치킨을 접목하면 좋을 것 같아서 마라통닭을 개발했어요.”

박 대표는 누구나 소자본으로 쉽게 마라통닭 매장을 낼 수 있도록 마라통닭 가맹점은 배달 위주로 운영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에 치킨 가게가 많지만, 치킨은 배달 음식 중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만큼 여전히 인기가 많은 까닭에서다.

“마라음식의 종주국은 중국으로 알려져 있죠. 마라음식의 종주국인 중국에 마라통닭, 한국의 마라치킨을 수출하고 알리는 것도 목표입니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앞만 보고 달려”
박 대표는 캐비아 등을 통해 새로운 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다시 기본에 충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유행에 민감하고 빠르게 등장했다가 금방 사라지는 외식 업계에서 50년을 넘어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려면 항상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가짐 때문이다.

“코로나19 같은 외부 변수에 외식 업체는 가게 문 자체를 닫아야 할 정도로 큰 타격을 입기도 합니다. 예측 불가능한 여러 변수, 외부 환경에서도 외식 업체가 명맥을 이어가려면 맛, 서비스, 위생 등 기본에 충실해야 합니다. 회의할 때마다 직원들에게 기업이 성장할수록 기본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박 대표는 삼원가든 회장의 아들로 편한 삶을 살 수도 있었지만 끊임없이 도전하면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왜 스스로 험난한 땅을 향해 가는 걸까.

“스스로에게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면서 살아온 것 같아요. 누구의 아들이 아니라 제 이름 석자로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었고, 많은 것들을 달성해야만 한다고 늘 다짐했어요. 제 삶의 주인으로 살고 싶어서 앞만 보고 달려온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가만히 있으면 패배자(루저) 같으니까요.”

신수현 기자

* 유튜브 ‘팩토리5F’에서 ‘삼원가든 육개장’이 대량 생산되는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소고기가 해체되는 과정부터 육개장 완제품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생생히 공개합니다.
* 남돈남산은 많이 팔린 제품 등을 소개하고 많이 팔리게 된 배경, 해당 기업의 경영 전략 등을 담는 연재 코너입니다. 아래 기자페이지의 ‘+구독’을 누르시면 놓치지 않고 기사를 읽으실 수 있습니다. 자사 제품 중에 소비자에게 사랑받아 많이 팔린 제품이 있다면 제보해주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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