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이 ‘디스토피아’라니, 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한겨레 2024. 6. 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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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저자에게 듣는 경제와 책

<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는 평범한 사람들이 땀흘려 일궈낸 노동자 도시이자 중화학공업화를 통해 수출주도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국가가 산업화의 선도기지로 설정했던 산업도시 울산에 대한 이야기다. 즉 울산 이야기는 울산이라는 도시 이야기 그 이상이다. 울산은 전국 시도 중 지역내총생산(GRDP) 1위, 수출 2위의 도시로 ‘부자 도시’이자, 3대 산업(자동차·조선·석유화학)을 보유한 ‘수출 역군 도시’인데, ‘디스토피아’라니 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

연구를 할수록 울산이 ‘쉽지 않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2030년 울산에는 정규직이 없고, 고소득자가 없고, 고학력자가 없는 상황이 될 터다. 매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수천 명의 생산직 노동자들, 특히 우리가 ‘노동 귀족’이라고 말하는 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노동자들이 정년퇴직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정규직 생산직 신규채용은 10년 가까이 없었다가 2023년, 2024년 각 400명씩 800명 채용하는 것 외에 계획이 없다. 매년 천 명 이상의 순 감소가 벌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퇴직하는 생산직 정규직 인원에 턱없이 못 미치는 인원만 채용하고 있고, 사내하청의 비율은 끝 간 데 없이 늘어나고 있다. 타 산업 대비 낮은 임금이 돼버린 조선소 사내하청에 지원하는 ‘내국인’이 줄어든다는 명목으로 법무부와의 합의로 외국인 노동자 비율을 30%까지 채울 수 있게 되었고, 울산 동구에는 7천 명 가까운 외국인 인구가 등록됐다. 같은 시점 울산에서 ‘고학력자’들을 품어내던 연구개발센터와 엔지니어링 센터가 지속적으로 수도권으로 향했다.

무너지는 ‘울산의 꿈’

이미 현대자동차의 모든 연구개발센터는 수도권(서울·경기도 화성·광명시)으로 향했고, 그나마 남아 있던 연구개발 기능의 자동차시험주행장 자리에는 2025년 전기차전용공장이 들어서고, 현대중공업은 중간지주회사 한국조선해양을 세우면서 연구개발과 설계 인원을 지속적으로 경기도 판교로 북상시키고 있다. 진짜 문제는 울산이 제조업 내에서 점유하는 위치가 망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제조업 원청 정규직 생산직 노동자들의 고소득을 유지해온 ‘부자 도시’의 전망이 붕괴되고, 시험공부 잘하지 못해도 열심히 일하면 중산층이 될 수 있었다는 ‘울산의 꿈’이 무너지는 과정 속에서, 전국적으로 진행돼오는 ‘지방소멸’ 속에서 울산마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예측이 보인다는 게 문제 아니겠나. 포항, 창원, 거제, 여수 등 전국 비수도권 산업도시 역시 같은 경로를 겪을 공산이 크다. 울산시는 2023년 하반기 인구가 늘었다고 보도자료를 냈는데 유입인구의 다수는 외국인이었다. 전국적인 비수도권의 ‘인구 감소’ 속에서 울산도 예외가 아니다.

왜 이렇게 됐나? 책은 1987년 이후 울산의 적대적 노사관계가 만들어낸 자동화와 사내하청화, 1970년대 이후 계속 전개돼온 국가의 공간분업 계획의 변화를 살피며 제조업의 변화부터 혁신이론의 눈으로 살핀다. 종국적으로 산업의 관행과 공간분업이 어우러져 고학력화 시대 지역 청년(특히 여성)들을 수도권으로 밀어내는 기제인 산업가부장제를 사회학적 방식으로 분석한다. 이런 분석 속에서 자동화와 로봇의 활용, 엔지니어 주도 혁신을 통해 숙련 노동자가 필요 없어지고, 사내 하청을 활용해도 생산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엔지니어링과 멀어져 그저 생산 하청기지로 전락하게 될 위험에 빠진 울산의 모습이 등장한다.

새로운 길을 열 수 있다면 울산이 만들어냈던 ‘공부 잘해 출세하는 꿈’에서 벗어나 ‘평범한 사람들의 중산층의 꿈’을 복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책은 지금까지 해온 경로에서 이탈하기 위해 제시돼온 부울경 메가시티 프로젝트를 비롯한 다양한 정책적 방법들을 탐색한다. ‘울산 문제’는 비단 울산만의 것이 아니라, 50년 이상 한국 사회를 지탱해온 제조업 주도 사회가 빠져버린 문제다. 디지털 전환, 그린에너지 전환, 국토계획의 전환이 요청되는 지금, 풀리지 않는 제조업 강국이 처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울산의 문제를 살펴보는 데서부터 출발해보길 권한다.

양승훈 경남대학교 교수 flyinghendrix@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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