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주지 승려는 '근로자'일까?…'문자 해고'에 대한 法 판단은
승려 "부당해고"라며 부당해고 구제 신청
지노위 거쳐 중노위서 "부당해고 해당" 판정 받아
사찰 소유한 문화원, "부주지 승려는 근로자 아냐"
法 "부주지 승려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 판단
"문자 해고, 서면 통지 의무 위반…절차상 부당해고"
사찰에서 일하는 부주지 승려를 '문자메시지'로 해고한 것은 서면 통지 의무를 위반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또 부주지 승려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인정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최수진 부장판사)는 최근 A문화원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A문화원은 1963년 설립된 재단법인으로, B사찰을 소유하고 있었다. C씨는 2021년부터 B사찰에서 '부주지' 승려로 일하며, 사찰 행정업무 등을 수행해 왔다.
그러던 2022년 6월 10일, A문화원은 C씨에게 "귀하를 B사찰의 부주지 및 주지 직무대행으로 임명했으나 2022년 6월 9일 B사찰을 D구에 인도했고 재단의 퇴거명령에 불응하고 욕설 등 스님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했으며 또한 재단의 명예를 실추시켰으므로, 부주지 및 주지 직무대행에서 해임하오니 즉각 B사찰에서 퇴거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문자'를 보내 해고 통보를 했다.
그러자 C씨는 부당해고라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했다. 하지만 서울지노위는 "C씨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며 신청을 기각했다.
서울지노위의 판단에 불복한 C씨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재심 신청을 했고, 결국 중노위는 "C씨는 A문화원과의 사용종속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봄이 타당"하다며 "(C씨 해고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재심 신청을 인용했다.
하지만 A문화원 측은 재심 판정이 위법하다며 서울행정법원에 재심판정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A문화원은 "C씨에게 매달 지급된 돈은 승려의 종교생활에 도움을 주기 위해 '보시금' 형태로 지급된 것"이라며 "C씨가 A문화원과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C씨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C씨는 A문화원의 지휘, 감독 아래 임금을 목적으로 A문화원 법인에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부주지'는 주지를 보좌해 사찰관리업무 및 사찰행정업무 등을 수행하는 것인 바, 그 직위의 명칭 및 기능상 '부주지'는 그 업무가 이미 상당부분 정해져 있는 상태라고 봄이 타당하다"며 C씨가 A문화원이 정한 업무내용에 따라 부주지 겸 주지직무대행으로서 사찰관리업무 및 사찰행정업무 등을 수행했다고 봤다.
또한 재판부는 A문화원이 C씨에게 업무의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까지 상당한 지휘 및 감독을 했다고 판단했다. C씨가 사찰 관리 및 행정업무 등을 수행하던 중 A문화원의 전무이사에게 관련 내용을 메신저로 보고하자, 이사가 이에 대해 "'네 좋습니다. 말미에 재단법인 E보존위원회로 하시면 좋겠습니다'"라며 구체적으로 지시한 것을 그 근거로 봤다.
재판부는 C씨가 매달 받은 2~300만원의 돈 또한 근로자로서 업무를 수행한 대가라고 봤다. C씨는 당초 매월 300만원을 지급 받다가 2021년 8월경부터 매월 200만원을 A문화원으로부터 직접 지급 받았는데, 이러한 돈이 아무런 이유 없이 지급된 것이 아니라 C씨가 사찰 관리 및 행정 업무 등을 수행한 것에 대한 대가로 지급된 것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A문화원 측이 C씨에게 '문자'로 해고 통보를 한 것에 대해서도, 근로기준법이 정하고 있는 해고사유 등의 서면 통지의무를 위반해 절차상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근로기준법상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그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문자메시지에 의한 해임통보가 '서면' 통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A문화원 측이 C씨에게 서면통지를 할 수 없었다거나 서면 통지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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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민소운 기자 soluck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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