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 말을 들었다고 그게 '민심'이라는 건 착각!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6. 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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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사람이 동쪽으로 달려가면 그를 쫓는 자들도 동쪽으로 달린다. 그렇게 동쪽으로 달려가는 일은 똑같지만 동으로 달려가서 하려는 일은 다르다."

많은 사람의 말을 들었다고 해서 그 말이 곧 '민심'이라거나 '진정성 있는 말'이라고 믿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자기들끼리 서로 이해를 맞춰 여러 사람이 말을 맞추는 것쯤이야 일도 아니죠.

한비자는 "군주의 곁에 모여드는 사람들은 모두 왕의 눈에 훌륭한 태도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그 속을 알 수 없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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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정치적 인간의 우화 ⑬] '잘 듣는' 군주의 기술 (글 : 양선희 소설가)


"미친 사람이 동쪽으로 달려가면 그를 쫓는 자들도 동쪽으로 달린다. 그렇게 동쪽으로 달려가는 일은 똑같지만 동으로 달려가서 하려는 일은 다르다."

<한비자>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한비자는 "겉으로는 같은 일로 보이더라도 각자의 뜻과 결과가 다르므로 소상하게 살펴보라"고 충고합니다. 실제로 일에는 동기와 뜻이 있고,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이 있고, 결과가 있습니다. 좋은 뜻에 나쁜 결과도 있고, 똑같은 일이라도 다른 동기에 다른 결과도 있지요. 같은 현상이라고 하나로 '퉁'쳐 버릴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니 잘 듣고, 보고, 판단할 줄 아는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1
위나라 사군은 신하 여이를 중히 여기고, 애첩 세희를 사랑했다. 그러나 이들이 총애를 믿고 자신을 눈과 귀를 가로막을까 두려워해서 다른 신하 박의를 높여 여이와 맞서게 하고, 다른 첩실인 위희를 높여 세희와 맞서도록 하면서 "이렇게 서로 대조해 보는 것이다"고 말했다.
사군은 자신의 이목이 가로막히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몰랐다. 아랫사람도 윗사람을 비판할 수 있고, 아랫사람이 윗사람과 나란히 앉을 수 있도록 하는 일은 하지 않은 채, 권력이 서로 비슷하게 된 이후에야 서로 비판할 수 있도록 했으니 더욱 군주를 가리고 막는 신하들이 늘어났던 것이다.
사군이 가로막힌 것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군주는 말을 듣는 사람입니다. 그들도 역시 공정하게 듣고 판단하고 싶겠죠. 그러나 군주를 둘러싼 이들은 자기 이익을 위해 군주의 귀를 막기도 하고, 그의 귀에 그럴듯한 달콤한 말로 속삭이기도 합니다. 말을 듣는 기술이야말로 필수 덕목입니다. 그렇다면 물리적 다수의 말이 옳은 말일까요?
 
#2
위나라의 신하 방공이 태자를 따라 조나라의 수도인 한단에 인질로 가게 되었다. 그는 왕과 이런 말을 주고받았다.
"지금 한 사람이 시장에 호랑이가 있다고 하면 왕께서는 믿으시겠습니까?"
"못 믿는다."
"두 사람이 시장에 호랑이가 있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못 믿는다."
"세 사람이 시장에 호랑이가 있다고 하면 믿으십니까?"
"나는 믿을 것이다."
"대체로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날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한데 세 사람이 말하면, 호랑이는 있는 것이 됩니다. 지금 한단과 위나라의 거리는 시장보다도 멀고, 저를 헐뜯는 자들은 세 사람보다 많을 것입니다. 바라옵건대 왕께서는 이 점을 살펴주십시오."
이후 방공이 한단에서 돌아왔을 때, 결국은 참언들 때문에 왕을 볼 수 없었다.
 
#3
노나라 애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답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하면 헤매지 않는다. 지금 과인은 일하면서 여러 신하들과 상의하는데 나라는 더욱 어지러워지니 어쩐 일입니까?"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명군이 신하에게 물으면, 한 사람은 알고 한 사람은 모릅니다. 사정이 이러해서 명군은 윗자리에 있으면서 신하들에게 아래에서 솔직히 논의하도록 합니다. 그런데 지금 노나라의 신하들이 계손 씨(노나라 실권을 장악한 대부)와 말을 하나로 맞추고 행동을 같이하니 노나라가 온통 하나가 되어버렸습니다. 군주께서 비록 경내에 있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해도 이 어지러운 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많은 사람의 말을 들었다고 해서 그 말이 곧 '민심'이라거나 '진정성 있는 말'이라고 믿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군주를 둘러싼 무리의 이야기는 민심과 거리가 먼 경우가 많습니다. 군주에게도 정치의 기술이 있지만, 신하들에게도 기술이 있거든요. 대략 공익보다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달려가는 건 권력 주변 사람들에겐 일상적으로 있는 일이죠. 그러니 자기들끼리 서로 이해를 맞춰 여러 사람이 말을 맞추는 것쯤이야 일도 아니죠.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을 갖는 것은 대단히 어렵습니다. 한비자는 "군주의 곁에 모여드는 사람들은 모두 왕의 눈에 훌륭한 태도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그 속을 알 수 없다"고 말합니다. 군주를 현혹하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은 많습니다. 그런 특별한 재능을 <한비자> 설의 편에 나온 사례로 한번 볼까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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