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맘바 레거시

서울문화사 2024. 6. 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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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미국 농구팀이 또 한 번 드림팀을 꾸렸다. 역대 최고로 불릴 법한 전력이지만 여전히 농구팬 마음속에는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다. ‘블랙 맘바’ 코비 브라이언트다. 지독한 승부욕으로 일관했던 그는 현역 시절 “NBA 파이널 우승보다 올림픽 금메달이 더 값지다”는 말을 남겼다. 그의 위대한 유산을 돌아보기 위해, 그의 몸짓 하나하나에 열광하고 기뻐했던 이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듣고 왔다.

1 문혁주 건국대학교 농구부 코치

2024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미국 대표팀이 또 한 번 드림팀을 꾸렸습니다. 이전 세대의 드림팀과 비교했을 때 이번 드림팀의 다른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미국 농구 드림팀은 ‘세계 최강’이라는 타이틀이 붙는 건 변함없습니다. 다만 드림팀이 만들어진 초창기의 NBA 스타들은 대부분 미국 국적 선수였죠. 그만큼 국제 무대에서 전력이 압도적이었고요.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 외 국가들의 전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6년 동안 NBA 정규 시즌 MVP 수상 중 다섯 번을 유럽 선수가 가져갔어요. 이번 드림팀의 전력이 압도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NBA 정상급 선수들이 버티고 있는 다른 나라 팀과의 대결이 기대됩니다.

1992년 마이클 조던의 드림팀, 2008년 코비 브라이언트의 드림팀, 2024년 르브론·커리·듀란트의 드림팀. 무의미한 비교일 수 있겠으나, 세 드림팀 중 가장 막강한 전력을 갖춘 팀은 어디라고 생각하십니까?

드림팀마다 시대가 다르기에 선수들의 플레이 스타일도 달라 나란히 놓고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다만 결과만 봤을 때는 1992년 드림팀이 가장 압도적이었죠. 한편으로 2024년 드림팀은 연차가 오래된 베테랑과 신인 선수가 적절하게 섞여 있어 가장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코비는 현역 시절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마이클 조던, 르브론 제임스와 비교됩니다. 개인적으로 두 선수보다 코비가 더 나은 점은 무엇일까요?

세 선수 모두 농구에 대한 열정,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성실한 노력파였습니다. 그렇기에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제 개인적인 생각을 짧게 덧붙이자면, 조던과 르브론은 자신이 차지한 최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서 실력을 갈고닦았다면, 코비는 본인의 부족함을 끊임없이 인정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합니다.

코비는 동경하던 마이클 조던을 따라 하기 위해 엄청난 연습량을 쏟아부으며 조던의 기술을 완벽하게 자기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더욱이 그는 리그 최고의 슈퍼스타가 된 후에도 자만하지 않고 자신을 낮추던 선수였어요. 뛰어난 선수의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고 실제로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의 노력은 더욱 특별하고 값지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농구선수와 좋은 리더의 자질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코비가 보여준 리더십의 특별함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2008 베이징 올림픽 결승전에서 코비 브라이언트는 NBA에서 같은 팀 소속인 파우 가솔을 들이받았습니다. 그는 “평소에는 절친한 팀 동료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말했죠. 미국 대표팀 선수들은 그 장면을 보고 새로운 동기부여를 얻었고 사기를 올려 승리했다고 말했고요. 다른 선수들이 늦은 새벽까지 클럽에서 시간을 보내고 들어오다, 코비가 헬스장으로 가는 모습을 봤다는 일화도 유명하죠. 이후 다른 선수들도 반성하고 한두 명씩 훈련장으로 합류했다고 합니다. 코비는 승리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도 감수하는 냉철한 리더였습니다. 말보다 행동으로 팀을 이끌어가는 리더십이 최고임은 누구나 알지만 결코 쉬운 행동이 아니죠. 그렇기에 코비의 리더십이 더욱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코비는 승리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도 감수하는 냉철한 리더였습니다.
말보다 행동으로 팀을 이끌어가는 리더십이 최고임은 누구나 알지만 결코 쉬운 행동이 아니죠.”

고교 및 대학 시절에는 유망주로 주목받았지만, 막상 프로 무대에서는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는 선수들이 많습니다. 대학 농구와 프로 농구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요즘 아마추어 농구선수는 수업과 훈련을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프로 선수만큼 훈련 시간을 갖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 때문에 중고교 선수의 기본기가 예전과 다르게 많이 부족하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프로 진출 후 2~3년 정도 적응기와 훈련량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농구코트에서 지도자는 선수들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없습니다. 각 선수들의 장단점을 알기에 더 강도 높은 연습량을 요구하고 지적합니다. 그 지적의 강도는 사람과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느냐 마느냐 사이에서 선수의 실력이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코비는 지도자가 원하는 선수가 되기 위해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노력했습니다. 잘나갔던 아마추어 시절에 젖어 자신에게 요구하는 점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감독에게 필요한 선수가 되지 못하고 주전 경쟁에서 밀려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겠죠. 매년 새롭게 등장하는 경쟁자들과의 싸움에서 이겨내려면 더욱 절실해질 필요가 있지만, 요즘 아마추어 선수는 이런 정신력이 부족합니다.

코비는 고교 시절 5가지 포지션을 뛰었고, 그가 뛴 3년간 로워 메리언 고등학교는 77승 13패를 기록했습니다. 프로 농구에서도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는 것이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현재 대한민국 중고등학교에도 모든 포지션을 소화하는 선수들이 있습니다. 대부분 또래 선수에 비해 신체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이죠. 리그 수준이 올라갈수록 포지션마다 전문성이 필요하기에 ‘가드포워드’ ‘포워드센터’처럼 2가지 멀티 포지션은 가능하지만 모든 포지션을 소화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건국대 체육관에는 ‘내가 아닌 우리’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농구는 개인 종목이 아닌 단체 종목이고 포지션마다 각자의 역할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5가지 포지션을 소화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지향할 점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2000년대 이후 가장 위대한 농구선수 5명을 꼽는다면 누가 있습니까?

르브론 제임스, 코비 브라이언트, 샤킬 오닐, 더크 노비츠키, 팀 던컨. 이 다섯 명은 1990년대 마이클 조던이 이끌던 NBA를 더욱 세계적으로 알린 선수들입니다. 농구 기술 발전을 위해 앞장섰고, 각자의 커리어도 대단한 선수들이죠.

하지만 저는 일반적인 대답보다는 스테판 커리, 니콜라 요키치, 루카 돈치치, 르브론 제임스, 빅터 웸반야마를 고르고 싶습니다. 모든 농구선수와 지도자들이 갖고 있던 기본적인 농구의 틀을 완벽하게 부숴버린 선수들이기 때문입니다. 커리는 슛에 대한 모든 편견을 바꿨고, 요키치는 발이 느리면서도 유럽 출신의 비흑인 선수가 빅맨으로서 MVP 경쟁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죠. 돈치치는 포지션의 정체성과 블로킹의 편견을 바꿨고, 르브론 제임스는 40대가 되어도 20대보다 더 빨리 높게 뛸 수 있는 선수입니다. 마지막으로 빅터 웸반야마는 미래 농구의 방향성을 심어줬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이 다섯 명이 제게는 현재 최고의 농구선수입니다.

코치님께서 바라본 코비 브라이언트는 어떤 사람입니까?

저는 선수들에게 자주 언급하는 말이 있습니다. “무슨 일이든 마음먹은 일은 내일부터 해야지 하지 말고 오늘 해라. 내일은 절대 오지 않는다. 오늘이 지나면 또 오늘이다.” 기량이 뛰어나지만 게으른 천재보다,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후에 더 빛을 본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선수 본인이 생각하는 열심히’가 아닌 ‘지도자가 인정할 수 있는 열심히’를 강조합니다. 물론 모든 선수가 노력한다고 100%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성공한 선수들 중에 노력하지 않은 선수도 없습니다. 누구나 인정할 만한 노력을 보여준 선수는 비록 실패하더라도 동료들이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노력은 곧 인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코비 브라이언트의 여러 명언 중 제게 가장 인상 깊었던 문구입니다. ‘블랙 맘바’ 코비 브라이언트는 후대에 ‘모든 스포츠 선수 중 노력과 인성을 갖춘 리더’를 논할 때 가장 먼저 손꼽힐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2 양준민 NBA 칼럼니스트·<왼손은 거들 뿐> 저자

올림픽 농구 경기에서 미국 대표팀의 금메달 획득은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2004년에는 동메달을 땄죠. 이번 대회에서 미국의 가장 강력한 경쟁팀은 어디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없다’가 되겠네요. 이번 파리 올림픽 미국 남자 농구대표팀은 근래 들어 가장 화려한 멤버를 자랑하는 드림팀입니다. 그간 국제 무대에 잘 나서지 않았던 스테판 커리와 르브론 제임스를 비롯해 제이슨 테이텀, 타이리스 할리버튼, 앤서니 에드워즈 등 젊은 슈퍼스타까지 합세했어요. 그나마 개최국인 프랑스가 최근 조엘 엠비드의 프랑스 대표팀 합류를 추진하며 미국 대표팀을 견제하려 했으나, 엠비드마저 미국 대표팀에 합류했습니다. 현재 리그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는 니콜라 요키치가 이끄는 세르비아도 미국의 상대가 되기엔 역부족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파리 올림픽 남자 농구 관람의 키포인트는 누가 미국을 괴롭히냐가 아니라 미국이 얼마만큼 화려한 퍼포먼스와 압도적인 강함을 보여주며 우승할까라고 생각합니다.

NBA 슈퍼스타라면 누구나 하나씩 ‘레전드’로 꼽히는 위닝샷 장면이 있죠. 작가님께서 가장 인상 깊었던 코비 브라이언트의 장면은 어떤 장면입니까?

‘Mr.81’이란 별명을 탄생시킨 토론토 랩터스와의 경기도 인상 깊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코비의 커리어 마지막 경기인 유타 재즈전입니다. 모든 것을 쏟아붓고, 후회를 남기지 않겠다는 코비의 의지가 그대로 전해졌던 경기였어요. 제 눈에는 파이널 경기 때보다 더 집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날 코비는 무려 42분 동안 코트를 누비며 60득점을 기록했습니다. 4쿼터에는 무려 23득점을 몰아치며 팀에 승리를 안기고 떠났습니다. 상대팀이었던 유타는 수비 강도를 낮추기보다, 팀 내에서 수비를 제일 잘한다는 선수를 매치업 상대로 붙이며 레전드의 마지막을 배웅했습니다. 경기장에 모인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 코비가 마지막까지 자기다운 모습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빛나게 해줬습니다.

농구를 잘하는 것과 위대한 선수가 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 같습니다. 코비 브라이언트가 동시대 다른 슈퍼스타들과 달랐던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농구를 잘하는 선수는 경기를 지배하는 데 그치지만, 위대한 선수는 경기 자체를 넘어 리그를 지배하는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NBA는 마이클 조던이 은퇴한 후 이른바 ‘포스트 조던 찾기’에 열중했습니다. 자연스레 조던과 같은 포지션의 선수들이 많은 주목을 받게 됐죠. 코비를 비롯해 앨런 아이버슨, 트레이시 맥그레이디, 앤퍼니 하더웨이 등 수많은 선수가 포스트 조던이 되기 위해 노력했으나 코비만큼 임팩트를 남긴 선수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제이슨 테이텀과 데빈 부커처럼 코비를 롤모델로 삼아 슈퍼스타로 성장하는 젊은 선수들이 늘어나는 등 코비가 리그 전체에 끼치는 영향력은 여전히 대단합니다.

코비는 ‘맘바 멘털리티’로 불리는 근성과 정신력으로도 유명합니다. 코트 안팎에서 그의 맘바 멘털리티가 가장 돋보였던 에피소드 하나만 소개 부탁드립니다.

일화 중 하나는 2012-2013시즌 아킬레스건 파열 부상을 당했을 때입니다. 당시 코비는 부상을 당하자마자 다리를 절뚝일 정도로 극심한 고통을 느꼈습니다. 팬들 눈에도 그 고통이 보였죠. 하지만 코비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팀파울로 얻어낸 자유투를 모두 쏘고 라커룸으로 향했죠. 아킬레스건 파열은 치명적인 부상입니다. 재활에만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리고, 코트 복귀를 한다 해도 이전과 같은 기량을 보여줄지도 확신하기 어려워요. 하지만 코비는 7개월 만에 코트로 복귀했습니다. 그는 코트 복귀를 선언하면서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에 책임감을 느꼈고, 중요한 시기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자기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라고 전했죠.

“‘Mr.81’이란 별명을 탄생시킨 토론토 랩터스와의 경기도 인상 깊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코비의 커리어 마지막 경기인 유타 재즈전입니다.
모든 것을 쏟아붓고, 후회를 남기지 않겠다는 코비의 의지가 그대로 전해졌던 경기였어요.”

코비는 팬만큼 안티팬이 많았던 걸로도 유명합니다. 그 역시 “Love me or Hate me”라 는 말을 남겼고요. 코비가 안티팬이 많았던 이유가 궁금합니다.

혹자는 코비를 두고 ‘위대한 스코어러’ ‘투철한 직업윤리 의식을 가진 진정한 프로’ 등의 찬사를 보내기도 합니다. 반대로 누군가는 코비의 투철한 프로 의식과 지독한 승부욕 때문에 그를 이기적인 선수로 바라보죠. ‘욕심쟁이 난사꾼’이란 표현을 쓸 정도로요. 평소 농구선수로서 프라이드가 강했던 코비는 은퇴 직전까지 플레이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이며 팀의 경기력에 악영향을 끼친 경우가 많았습니다. 거친 수비와 할리우드 액션으로 질타를 여러 차례 받았죠. 프로 초창기엔 샤킬 오닐과 자존심 싸움을 벌이며 팀에 불화를 일으키기도 했고요. 여러 논란과 함께 보여준 미성숙한 모습이 팬만큼이나 안티팬을 많이 만든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코비가 지녔던 다양한 무기와 재능 중 가장 탁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코비가 가진 최고의 재능은 역시나 철저한 자기 관리와 지독한 승부욕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는 현역 시절 코비의 오프시즌 워크아웃을 ‘666 프로그램’이라 부릅니다. 이 명칭은 코비가 오프시즌 2시간의 트랙 운동, 2시간의 농구 기술 훈련, 그리고 하체와 상체 강화훈련을 각각 1시간씩 진행해온 것에서 유래합니다. 하루 6시간, 일주일에 6일씩, 6개월 동안 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해서 사람들은 이를 666 프로그램이라 불렀습니다. 같은 강도는 아니었지만, 은퇴 후에도 코비는 꾸준히 운동을 통해 자기 관리를 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코비 브라이언트는 NBA 역사상 최초로 한 팀에서 20년을 뛴 선수이자 한 구단 2개 번호 영구결번을 기록한 선수죠. 한 팀에서 20년 이상 뛰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특별한 일인지 궁금합니다.

숫자가 이미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NBA 역사상 원클럽맨은 46명에 불과합니다. NBA 역사상 은퇴 전까지 한 클럽에서 20년 이상 커리어를 보낸 선수는 코비 브라이언트, 더크 노비츠키, 우도니스 하슬렘 단 세 명뿐이죠. 원클럽맨이 되는 것은 정말 운을 타고나야 합니다. 일반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조직이란 단순히 일만 잘한다고 해서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은 아닙니다. 일을 잘해야 하는 것은 물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등 신경 써야 할 요소가 많습니다. 프로 선수도 역시 팬들은 물론 구단 프런트와의 관계를 돈독히 해야 해요.

그런 점에서 코비는 성적과 함께 자신을 사랑해주는 팬, 자신을 이해해주는 구단 프런트를 만났다는 점에서 실력과 운을 동시에 타고난 선수였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님께서 바라본 코비 브라이언트는 어떤 사람입니까?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다들 아시는 현대 정주영 회장의 자서전 제목입니다. 제가 바라본 코비는 이 책 제목과 같은 선수가 아닌가 싶습니다. 코비는 동시대 다른 슈퍼스타 선수들과 달리 유난히 커리어에 굴곡이 많았던 선수였다고 생각합니다. 어린 나이에 파이널 3연패의 주역이 되는 등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지만, 반대로 그런 자신감이 자만심이 된 탓이었는지 이후 수많은 구설에 오르내리며 시련이 계속됐습니다. 커리어 후반에는 선수 생활을 위협하는 부상을 겪기도 했고요. 보통의 선수라면 이런 시련 앞에 포기할 법도 했지만 코비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마침내 최고의 자리에 다시 오르며 화려하게 커리어를 마쳤습니다.

3 박성진 농구 전문 편집숍 ‘훕시티’ 대표

대표님께서 처음 코비 브라이언트의 경기를 보았을 당시의 첫인상이 궁금합니다.

코비는 로워 메리언 고교 졸업생 신분으로 얼리 드래프트를 통해 LA 레이커스에 입단했습니다. 그는 어른스러워 보이기 위해 수염을 기르고 아프로 헤어를 한 채 당찬 발걸음으로 코트에 들어선 걸로 기억합니다. 그래도 앳된 모습은 어쩔 수 없기는 했지만요. 당돌하고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자신감이 넘치는 플레이가 기억에 남네요. 요즈음 소위 잘나가는 신인들의 쇼맨십과는 결이 달라서 낭만이 있었던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마이클 조던에게 ‘조던 시리즈’가 있듯, 코비 브라이언트에게도 ‘줌 코비’ 시리즈가 있죠. 모든 줌 코비 시리즈를 통틀어 대표님께서 개인적으로 가장 특별하게 여기는 모델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코비9 엘리트’를 뽑을 수 있습니다. 기존 코비 시리즈와는 상반되는, 마치 복싱화를 연상하게 하는 디자인의 신발입니다. 국내외 농구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갈리는 디자인이지만, 로컷 농구화로 정평이 나 있던 기존의 디자인을 탈피한 모델이죠. 2013년 당시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선수 생활에 위기가 있던 코비만을 위해 만든 농구화라는 점에서 가장 특별한 모델로 기억됩니다.

디자인적으로 훌륭한 농구화와 기술적으로 뛰어난 농구화의 기준이 다를 것 같습니다. 대표님이 생각하는 좋은 농구화의 기준이 궁금합니다.

다년간 매장을 운영하며, 국내 농구 애호가나 컨슈머들과 교류하며 나름대로 많은 분들이 선호하는 좋은 농구화의 기준을 정립해봤습니다. 착용 시 앞뒤 쿠셔닝이 좋고, 로컷으로 플레이할 때 발목에 거슬림이 없어 활동성이 좋고, 바닥 접지가 우수한 농구화가 좋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이에 부합되는 모델이 코비 시리즈라고 추천할 수 있고요. 가격 역시 13만9000원에서 16만9000원 정도로 실제 농구를 즐기시는 분들이 구매 가능하실 거라 생각하지만, 최근에는 여러 요인으로 평균 가격이 다소 높아져 아쉬운 마음입니다.

지금 출시되고 있는 슈퍼스타의 시그너처 농구화 중 가장 영향력이 크고 인기가 많은 모델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단언컨대, 코비 시리즈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알고 있듯 현재는 코비 시리즈를 플레이용으로 구매하고 싶어도, 인기가 높아 쉽게 구하기 힘듭니다. 코비 시리즈를 제외하자면, 나이키의 ‘GT. 컷’을 고를 수 있겠네요. 이 모델은 시그너처 농구화는 아니지만 조던 풀이 메인 모델로 활약 중인 신발입니다. 실제로 조던 풀이 경기장에서도 즐겨 착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나이키의 기술력을 집약한 최상위 라인의 농구화 중 하나로 접지, 반응, 쿠셔닝 삼박자를 고루 갖췄습니다. 국내 프로 선수들도 많이 선택하시는 모델 중 하나입니다.

코비는 살아생전 “올림픽 금메달이 NBA 우승보다 더 중요하다”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도 유명하죠. 실제로 그는 현역 시절 두 번의 올림픽 금메달과 다섯 번의 NBA 파이널 우승을 달성했습니다. 그중 가장 뜻깊은 우승을 하나만 꼽자면 무엇을 고르시겠습니까?

누군가는 비판의 목소리를 낼 수도 있지만, 샤킬 오닐과 결별한 이후 2009년도 파우 가솔, 데릭 피셔, 라마 오돔, 앤드루 바이넘, 트레버 아리자 등과 함께 이룬 우승이 떠오릅니다. 코비의 삶의 방향성 중 하나였던 치열한 승부욕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우승이라 생각해요. 특히 파이널 1차전에서 코비 브라이언트가 혼자 34개의 야투를 시도하며, 40득점 8어시스트 8리바운드 원맨쇼를 펼쳤던 모습은 그야말로 압권이었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말이 아닌 행동으로, 그리고 결과로 자신을 증명한 경기였습니다. 코비의 커리어에 방점을 찍은 우승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맘바 멘털리티’로 잘 알려진 코비는 많은 명언을 남긴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문장이 있다면 무엇을 고르시겠습니까?

“I don’t want to be the next Michael Jordan, I only want to be Kobe Bryant(나는 제 2의 마이클 조던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 그저 코비 브라이언트가 되길 바랄 뿐이다).” 신인 시절부터 상대팀으로 만난 조던에게, 조언을 구하고 새벽에 전화해 훈련을 도와줄 수 있냐며 조던을 밤새 괴롭혔다는 일화는 유명한 이야기죠. 코비가 모든 기술을 훔쳐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며 그토록 존경해 마지않던 인물이 조던이지만,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이 아닌 본인만의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겠다는 의지가 투영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완벽을 향한 집착, 그걸 이루기 위한 집요함. 커리어 내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치열했고,
누구보다 농구라는 스포츠를 순수하게 사랑했던 것이 코비의 특별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대표님께서 생각하기에 농구선수로서 코비 브라이언트의 특별한 점은 무엇입니까?

완벽을 향한 집착, 그걸 이루기 위한 집요함. 커리어 내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치열했고, 누구보다 농구라는 스포츠를 순수하게 사랑했던 것이 코비의 특별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언젠가 코비를 완전히 모르는 농구팬 세대가 생길 텐데요. 그때 코비를 어떻게 소개하시겠습니까?

단순하게 유명 언론에서 조사한 레전드 농구선수 순위, 수많은 우승 반지와 수상 기록의 나열로 그를 소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설명한다 하더라도 무의미한 일이라 생각되고요. 코비는 농구를 삶 그 자체로 받아들였던 선수입니다. 농구에 임했던 자세, 최고임에도 더 높은 곳을 위해 꾸준히 한 노력, 묵묵하게 지켜나간 리더십을 통해 쟁쟁한 스타를 이끌었던 일화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넘어야 할 산이 있어서 두려운 게 아니라 넘어야 할 산이 없는 게 두렵다”라고 한 코비의 말을 인용하여, “정상 위치에서도, 자신이 넘고자 하는 목표를 끊임없이 갈구하던 농구선수”라고 소개하고 싶네요.

대표님께서 지켜보았던 코비 브라이어트는 어떤 사람입니까?

농구를 정말 사랑했고 항상 더 잘하고 싶어 했던 사람. 농구를 향한 순수한 사랑과 노력 그 자체로 인정받았던 선수였습니다. 은퇴사에서 “Mamba Out” 말 한마디로 큰 울림을 줄 수 있는 삶을 살았던 그를 보면서 순수한 꿈과 열정의 힘을 되새깁니다.

“농구를 정말 사랑했고 항상 더 잘하고 싶어 했던 사람.
농구를 향한 순수한 사랑과 노력 그 자체로 인정받았던 선수였습니다.”

Editor : 주현욱 | Illustration : 최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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