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출신 男, '스콘 맛집' 카페 사장님 된 근황 보니… [본캐부캐]

김수영 2024. 6. 9.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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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 본캐부캐]
스타들의 본캐와 부캐를 동시에 만나는 시간
배틀 출신 휘찬, 4년째 '스콘 카페' 운영
신사동 가로수길서 코로나 위기도 넘겨
"당일 생산·당일 판매 원칙 지켜"
"쿠팡이츠 리뷰 3000개, 단골 많아 자부심"
"배우 활동 열려 있지만…가족이 1순위"

대한민국 성인남녀 절반 이상이 '세컨드 잡'을 꿈꾸는 시대입니다. 많은 이들이 '부캐(부캐릭터)'를 희망하며 자기 계발에 열중하고 새로운 미래를 꿈꿉니다. 이럴 때 먼저 도전에 나선 이들의 경험담은 좋은 정보가 되곤 합니다. 본캐(본 캐릭터)와 부캐 두 마리 토끼를 잡았거나 본캐에서 벗어나 부캐로 변신에 성공한 스타들의 잡다(JOB多)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그룹 배틀 출신 휘찬 /사진=변성현 기자


왁자지껄한 신사동 가로수길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골목 한편에 고즈넉한 분위기의 카페가 등장한다. 메인 메뉴는 커피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디저트 스콘. 크고 화려한 매장은 아니지만 테라스석에 앉아 있다 보면 고소하고 달콤한 빵 굽는 냄새를 맡고 찾아온 참새의 '짹짹'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운치 있고 편안한 분위기의 장소다.

4년째 한 자리를 지키며 신사동 '스콘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이곳의 사장은 그룹 배틀 출신 휘찬(본명 김태관)이다. 배틀은 오디션 프로그램 시초 격인 '배틀 신화'에 합격한 이들로 구성된 팀이었다. 당시 휘찬을 비롯해 류·리오·진태화·크리스·신기현까지 총 6명이 '제2의 신화'라는 타이틀과 함께 큰 인기를 얻었지만, 회사가 재정적으로 힘들어지면서 활동이 끊겼다. 그렇게 많은 소녀 팬들에게 '추억의 그룹'으로 남게 됐다.

휘찬은 팀이 해산한 후 중국에서 배우로 개인 활동을 이어갔으나, 이 역시 한한령이라는 벽에 부딪히며 좌절됐다고 고백했다. "말도 안 통하는 나라에서 4년 동안 열심히 했어요. 자리도 잡혀가고, 자신감이 쌓이려는 찰나에 한국으로 오게 된 거죠. 그때 나이가 서른 살이었어요. 정말 막연하더라고요.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서 자존감이 바닥을 치기 시작했죠. 그때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한 번에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현재의 카페가 자리를 잡기까지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다. 휘찬은 "처음엔 프랜차이즈 식빵 브랜드를 운영했는데 여름이 되니 장사가 잘 안되더라. 그래서 아내와 같이 우리의 브랜드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화곡동에 베이커리를 오픈했고 다행히 그 가게가 정말 잘 됐다. 이후 중국의 큰 쇼핑몰 1층 메인 자리에 들어갈 기회가 생겨서 가게를 지인에게 넘기고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서 갔는데 코로나19가 터져버렸다"고 전했다.

당시를 떠올리며 "한국에 돌아오기가 무서울 정도였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휘찬은 "부부가 둘 다 연예인을 했으니 할 수 있는 게 없더라. 한국에 와서 먹고살긴 해야 하는데 수입이 하나도 없었다. 코로나19 때문에 불안하긴 했지만 우리가 해봤던 일,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했다. 그렇게 2020년 9월 '윌비스콘'을 차리게 됐다"고 밝혔다.


'윌비스콘'은 스콘 전문점이다. 커피와 함께 스콘, 파운드만을 취급한다. 휘찬은 "강남 가로수길은 너무 치열한 곳이지 않냐. 유명한 매장에서 먹지, 굳이 우리 걸 먹겠나 싶더라. 화곡동에서 카페를 할 때 스콘이 7~8가지 정도 있었는데 고민 끝에 더 맛있고 다양하게 레시피를 바꿔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다른 빵은 발효해야 해서 다 나가면 수량을 추가하기가 힘든데, 스콘과 같은 제과 종류는 발효 시간이 없어서 추가하기 편하다는 장점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일과는 새벽 5시 50분쯤 카페 건물 지하에 있는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걸로 시작한다. 운동이 끝난 뒤에는 가게로 올라가 직접 스콘을 만든다. 휘찬은 "운동을 시작한 것도 어떻게든 가게 오픈을 직접 하기 위해서였다"면서 "아침마다 스콘을 200개 정도 만든다. 주말의 경우 많이 나갈 땐 하루에 300개도 판매되는데 추가 수량도 거의 다 내가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클로티드크림 라즈베리·허니호두 크림치즈·블루베리 바스크·솔트라우겐·앙버터·카야잼 버터·르뱅초코·얼그레이·무화과·딸기잼·애플시나몬 등 16여개의 다양한 스콘과 통밤쑥·흑임자 크림치즈·모카 피칸호두·얼그레이·단호박 등 8개 종류의 파운드를 판매 중이다. 카페만의 시그니처 커피도 있다.

휘찬은 메뉴 개발과 관련해 "와이프가 많이 노력했다"면서 "백종원 선생님이 '사장이 귀찮을수록 손님들이 좋아한다'고 하던데, 실제로 작업이 쉽지 않은 통밤쑥 파운드를 손님들이 좋아하더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특히 자부심을 갖고 있는 건 "당일 생산, 당일 판매"라고 했다. 휘찬은 "남는 스콘은 직원들이 챙겨가거나 전부 버린다. 타 매장에서 일하다가 온 직원이 스콘을 이틀간 사용했었다는 말을 듣고 '우린 그러지 말자'고 했다. 남아서 버리기 아까울 때도 있고, 손해를 볼 때도 있지만 매일 새롭게 신선한 스콘을 고객들에게 맛보게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탓에 신사동 가로수길 상권이 전반적으로 휘청인 가운데 휘찬은 가게를 지켜냈다. 그는 "주변 가게들이 다 바뀌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거다. 자본력이 있는 유명한 브랜드도 아닌데 손님들이 진심을 알아준 것 같다"며 뿌듯해했다. 

팬데믹 상황에서는 배달에 주력한 게 돌파구가 됐다. 쿠팡이츠에는 무려 3000개의 리뷰가 올라와 있다. 휘찬은 "배달을 안 했다면 가게가 없어졌을 것"이라며 "리뷰를 꼼꼼하게 읽고, 세심하게 메모도 보냈다. 또 우린 서비스를 아까워하지 않는다. 리뷰를 써야 주는 게 아니라 항상 맛보시라고 서비스를 넣어 보낸다. 그런 게 다 리뷰로 돌아오는 것 같더라. 3000개나 쌓인 리뷰 역시 우리의 자부심이다"고 말했다. 단골이 많다면서 140번이나 주문한 손님이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어 "포털사이트 리뷰 이벤트도 하지 않는다. 돈을 써서 그런 걸 올리고 싶지 않았다. 우리 가게는 진짜 고객들이 남겨준 리뷰"라면서 "맛집을 소개하는 인스타 계정에 딱 한 번 홍보를 해봤는데 다시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는 영화는 입소문이 나듯이 가게도 그렇더라. 결국 남는 건 실제 고객들의 평가"라고 덧붙였다.

향후 카페를 더 키워 지점을 늘려갈 생각이 있냐는 물음엔 "그러고 싶다"면서도 "다만 이 작은 매장을 운영하는 것도 힘들 때가 많아서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진=휘찬 인스타그램 캡처


카페 사장 외에 휘찬을 표현하는 또 다른 말은 '로한이 아빠'다. 모델 겸 배우 출신 신민희 씨와 결혼해 슬하에 아들을 두고 있는 그는 배틀 출신, 배우, 사장님 등 자신을 표현하는 여러 수식어 중 가장 좋은 건 '로한이 아빠'라고 했다.

휘찬은 최근 배틀 멤버 신기현을 만났다면서 "아이를 낳기 전에는 몰랐던 또 다른 행복이 있으니 꼭 아이를 낳으라고 했다"며 웃었다. 이어 "와이프한테도 '난 로한이 아빠니까 다 할 수 있다'고 자주 말한다. 아이가 곧 내 자부심"이라고 강조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출연 제의가 온다면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엔 "제안이 온다면 생각해볼 순 있겠지만 지금은 아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빠듯하다"고 답했다.

휘찬은 배우 활동에 대한 결핍이 컸던 과거와 비교해 현재 삶에 대한 만족도가 크게 올라갔다고 했다. 일과 가정 모든 게 삶의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일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어서 이젠 누굴 만나도 예전보다 나아요. 서른살 때는 연기만 하겠다는 마음이 너무 간절해서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거든요. '뭐 하고 지내?'라는 말만 들어도 부담스러운 정도였죠. 누굴 만나기도 꺼려지고요. 하지만 그런 시기를 다 겪고 나니 지금은 훨씬 행복해요. 일도 열심히 하고, 또 한 아이의 아빠가 되니 확실히 성숙해진 느낌이랄까요."

배우 활동 계획에 대한 질문에는 "열려 있다. 기회가 있다면 당연히 도전해보고 싶다"면서도 "계속 꿈만 좇진 않을 것 같다. 이제는 가정이 더 중요하다. 내가 나가면 와이프는 독박 육아를 해야 하지 않냐. 그렇게까지 하면서 내 꿈만 좇기엔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고백했다.

이어 "막연하게 도전하기보다는 기간을 정해둬야 할 것 같다"면서 "'배틀 신화' 오디션에 나간다고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작은 고시원 방에 들어갔을 때 아버지는 내가 금방 내려올 거라고 생각했다더라. 배우로 실적을 낸다면 누구보다 부모님이 좋아하시지 않을까"라며 미소 지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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