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정치 9단이자 DJ의 영원한 비서실장 … "국회의원은 7분의 언어 예술사"
디지털시대 염두에 두고 정의 내려
누구보다 빨리 시대 흐름 파악 장점
정치경력 40년… 日영화 수입 성과
'사형제 폐지' 파격적 1호법안 내놔
"대북전단 살포는 백해무익" 당부도
"국회의원은 '7분의 언어 예술사'다. 상임위원회나 국정감사에서 7분 동안 좋은 질문을 하고 좋은 답변을 받아내야 한다. 그래야 12초짜리 방송에 나오고, 신문에 한 줄 나온다."
박지원(81·사진) 더불어민주당 의원(5선)은 최근 디지털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국회의원이란 무엇인가'를 이렇게 정의했다. 그의 정치경력은 40년이다. 하지만 누구보다 빨리 시대의 흐름을 파악한다. '7분의 언어 예술사'도 디지털시대를 살아가는 정치인을 염두에 둔 정의다.
그에게 붙는 수식어는 많다. '정치 9단'을 비롯해 'DJ(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 '스트롱 보이', '스마트 보이', '올드보이' 등 다양하다. 박 의원은 이들 가운데 DJ의 영원한 비서실장을 가장 좋아한다. 그는 그 이유를 "역사적으로 평가를 받은 DJ는 현대 사회의 스승"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국민의 정부에서 공보수석·문화관광부 장관·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한 DJ의 최측근이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면 김 전 대통령과 대화를 한다. "대통령님, 대한민국과 세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데 어떻게 대처하면 좋겠습니까"라는 식이다. 물론 명상을 통한 문답이다. 박 의원은 "늘 대화 끝에 나온 결론을 가지고 방송 인터뷰를 하루에 4~6번씩 한다"고 말했다.
화려한 정치 경력 때문에 지금은 부각되지 않지만 문화관광부 장관으로서의 성과를 자랑한다. 당시 문화계에서 꺼렸던 일본 영화 등의 수입을 주도해서 영화 산업의 초석을 마련했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말라"는 김 전 대통령의 문화정책원칙을 따른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당시 대통령께서 '영화를 검열하고 가위질을 한다면 한다면 문화예술인들은 창작력이 후퇴한다, 그래서 자네 이름이 지원 아닌가'라고 했다"며 "난 그걸 지켰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화예술 예산도 1%로 올려 1500억 원을 지원했다"며 "또 일본 최장수 간사장을 한 니카이 운수대신과 협상해서 비행기를 증편하고 관광객도 많이 유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성과를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4년만에 국회에 돌아온 지금도 늘 화제의 중심에 있다. '이재명 대표 연임론'을 가장 먼저 제기하고, 국회의장 후보 선거 등의 권리당원 20% 반영 문제 등에도 늘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다. 국회 개원전에는 국회의장 출마를 시사해 관심을 모았지만 불출마를 선언했다. 박 의원은 "주위에서 출마 권유가 있어서 여러 차례 생각해봤는데, 민주당을 8년간 떠나있었다"며 "선거를 앞두고 171명의 의원들과 스킨십도 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내가 나설 때가 아니다'고 정리를 했다"고 설명했다. 총선 직후에는 헌정 사상 최고령 당선자 타이틀과 함께 전국 최다 득표율(92.35%)을 기록해서 화제가 됐다.
1호 법안 역시 파격적이다. 그는 '사형제 폐지법안'을 내놓았다. 찬반양론이 팽행한 사안이다. 박 의원은 "28년 전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김영삼 대통령이 1997년 12월30일 23명에 대해 사형을 집행했다. 그 후로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윤석열 대통령까지 28년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다"며 "엠네스티 인터내셔널 본부에서는 10년 간 사형 집행을 하지 않으면 사실상 사형 폐지 국가로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형제가 범죄를 줄이는 것이 아니다"며 "이제는 폐지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다만 "요즘도 흉악범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사형에 찬성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며 "이에 300명 여야 의원들을 상대로 발의안 서명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김대중 정부에서 대북정책의 중심에 있었고,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정보원장을 지내서였을까. 특히 대북관련 현안에 대해선 적극 의견을 개진했다. 박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9·19 남북군사합의 전부 효력정지를 두고 "대북 외교에선 0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남북 관계에서 북한과 맺은 모든 협정은 지켜주는 게 좋다"며 "설사 북한이 위반을 하더라도, 왜 군사합의서를 안 지켰느냐 규탄할 수도 있고 국제사회에 호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와 남한의 대북 전단 살포 모두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백해 무익하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대북전단은 대개 북한 휴전선 근방에 떨어지지만, 오물은 충청도 비행장에 떨어져서 9시간 동안 마비되는 사태도 있었다. 거기에 폭발 물질, 세균 화학물질이 들었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하지 말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3일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의 대규모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선 "박정희 전 대통령 얼굴이 오버랩됐다"고 직격했다. 박 의원은 "(1976년 1월15일) 박 전 대통령이 포항에서 석유가 발견됐다고 해서 발칵 뒤집혔다. 그런데 사실이 아니었고 '뻥통'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천공과도 연결이 된다고 하는 데, 이게 무슨 주술 국가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140만 배럴 석유가 매장됐다고 하는 데 '제발 석유아 나와라'고 간절히 소리 지르고 싶다"고 했다.
제 3지대에 있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에 대해서도 한 마디씩 평가했다. 이 전 대표에 대해선 "수십 년간 호형호제했던 사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전 대표가 탈당을 할 때 심하게 비판했지만, 내가 갔던 길(탈당)을 가려고 해서 만류하고 싶었다"며 "꽃길을 가는 것 같아도 가고 보니 지옥이더라"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하루 빨리 야권 본연의 자세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준석 의원에 대해서는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최근 정부 여당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비판한 데 대해서다. 박 의원은 "보수를 표방하지만 김 여사 특검에 대해 '생쑈'라고 했다"며 "오히려 이 대표가 그렇게 비판하지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조국 대표에 대해선 "우군이니까 같이 가야 하는 존재"라고 밝혔다.
22대 국회가 나아갈 길에 대해선 "싸우면서 일해야 하는 데, 싸움에서 싸움으로 이어지는 비극이 되풀이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이번 총선에선 국민들이 윤석열 정권도 심판했지만, 민주당에게도 채찍을 줬다"며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 단독으로 180석을 안주고, 범야권엔 200석 대신 192석을 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총선 민의는 윤석열·이재명 공동정권"이라며 "공치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처럼 정치인으로서 열정이 넘치지만, 그가 정치인의 길을 걷지 않은 때도 있었다. 인터뷰 말미 그 때 그 시절에 대해 물어봤다. 1970년대에 그는 경제인이었다. 당시 30대였던 박 의원은 미국에서 가죽·가발 사업으로 크게 성공해 뉴욕 맨해튼에 빌딩을 5채 정도 갖고 있었다. 그는 "한국 교포로서 최초로 수출 유공자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며 "정치를 하지 않고 사업을 했더라면 나름대로 성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치하면서 다 팔았는데 후회하지 않는다"며 "제 아내도 후회하지 않더라"고 전했다. '지금까지 경제인으로 생활했으면 트럼프 정도 부자가 됐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고 물어보니 "과대 평가"라며 웃으며 답했다.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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