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4억 들여 영입했는데' KIA 대체 외인, 5점 리드도 못 지키다니... 우타자 극복하고 반전투 가능할까
알드레드는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 두산 베어스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방문경기에서 3이닝 6피안타 3볼넷 4탈삼진 6실점을 기록하고 패전 투수가 됐다.
KIA는 3회까지 5점을 몰아치며 앞서가고 있었음에도 알드레드와 뒤이어 등판한 임기영이 잇따라 무너지며 8-9로 역전패했다. 이로써 KIA는 36승 1무 26패로 3위 두산(37승 2무 27패)과 승차 없는 2위가 됐다.
경기 전 화제는 단연 KBO 2호 대체 외국인 선수 알드레드의 데뷔전이었다. 알드레드는 KIA와 지난달 29일 외국인 투수 윌 크로우(30)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계약금 2만 5000달러, 연봉 30만 달러 등 총액 32만 5000 달러(약 4억 5000만 원)의 계약을 체결하며 한국에 첫발을 디뎠다. 1호는 그보다 일주일 앞서 SSG 랜더스에 입단한 시라카와 케이쇼(23).
이날 투구 수는 70~80개 정도로 예상됐다. KIA 이범호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알드레드가 투구 수 100개를 채워주면서 선발 로테이션을 계속 돌아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초반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해서 바로 빼진 않고 웬만하면 80개까진 끌고 갈 생각"이라고 밝히면서 "불펜 피칭을 비디오로 봤는데 확실히 벤치에 있을 때랑 피칭할 때랑 느낌이 달랐다. 마운드 위에서 확실히 예민해지고 집중하려는 모습이 보여서 한국 야구에 적응하면 괜찮은 피칭을 할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알드레드가 마운드 위에서 나쁜 남자가 되겠다고 했는데 투수는 그런 근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몰리는 공도 줄어든다. 한국 야구는 아직 구속이 시속 150㎞가 나와도 몰리는 공은 타자들이 잘 치기 때문에 무브먼트와 코너 제구를 신경 써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범호 감독의 말대로 알드레드 성공의 관건은 제구였다. KIA 구단에 따르면 알드레드는 평균 시속 140㎞ 중반의 직구와 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과 좋은 디셉션이 장점인 선수이다. 또한 트리플 A 통산 9이닝당 8.4개의 높은 삼진율을 기록하며 뛰어난 탈삼진 능력도 보유했다.
하지만 트리플 A 통산 9이닝당 볼넷이 4개로 제구가 썩 만족스러운 편은 아니었다. 9이닝당 8.4개의 높은 삼진율 역시 콘택트에 뛰어난 KBO 리그 타자들에게 고전한다면 낮아질 여지가 충분했다. 우타자 상대 약점도 우려됐다. 트리플 A에서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2023년 0.267, 2024년 0.327로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인 2023년 0.198, 2024년 0.176보다 두드러졌다.
두산 역시 이를 인지한 듯 타격감이 좋은 김재환, 조수행을 제외하면 우타자로 선발 라인업을 도배했고, 이 전략은 성공을 거뒀다.
낯선 투수의 이점은 딱 한 타순이 돌 때까지였다. 알드레드는 양의지에게만 안타를 맞았을 뿐, 삼진 3개를 솎아내며 공 26개로 끝냈다. 하지만 3회 말 1사에서 조수행에게 볼넷을 내주더니 라모스와 허경민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1실점 했다.
물론 장점도 보였다. 스리쿼터에 가까운 투구폼에서 나오는 좋은 디셉션과 각이 큰 슬라이더로 양의지의 타이밍을 빼앗는가 하면 김재환에게는 두 차례 헛스윙 삼진을 솎아냈다. 하지만 이조차 두산 타자들은 금방 적응해냈다. 4회 말 양석환이 좌전 안타, 김기연, 김재호가 볼넷을 골라 출루했고 이유찬은 알드레드의 슬라이더를 두 차례 지켜본 뒤 세 번째 슬라이더는 중전 1타점 적시타로 연결했다. 조수행은 알드레드의 슬라이더를 2S0B의 불리한 볼 카운트에서도 두 차례 걷어내더니 직구를 공략해 중전 1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결국 투구 수가 78개로 늘어난 알드레드는 임기영과 교체됐고 임기영이 추가 실점하면서 알드레드의 자책점도 6으로 늘어났다.
이날 알드레드의 최고 구속은 시속 148㎞, 평균은 145㎞가 나왔다. 좌완임을 고려해도 KBO 리그 타자들이 공략하기에 어렵지 않은 구속이다. 직구, 싱커, 투심 패스트볼 등 패스트볼 위주의 구종에 구속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고 제구까지 흔들리니 맞히는 데 초점을 맞춘 KBO 리그 타자들에게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결국은 변화구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알드레드는 입국 후 첫 캐치볼을 마치고 가진 인터뷰에서 "나도 (네일처럼) 스위퍼를 던지는 데 자신 있다. KBO에서도 많이 던지려 한다. 스위퍼와 싱커를 섞어 던지는 데 잘 어울릴 것이라 생각한다"고 자신을 소개한 바 있다.
알드레드는 11월 30일까지 보장 계약을 체결했으나, 상황이 그리 여유 있는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정식 선수 전환 전까지 그는 대체 외국인 선수 신분이고 그 안에 자신의 진가를 보여줘야 한다. 과연 알드레드는 길면 두 달 안에 반전 있는 투구로 시즌 끝까지 뛸 수 있을까.
잠실=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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