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광산' 조선인 강제노역 포함될까…한일 '치킨게임' 가능성도

노민호 기자 2024. 6. 9.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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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약속' 미이행 日…韓 "막연히 믿진 않아…'방지책' 요구"
일본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시도하면서 한국과의 새로운 외교 갈등을 촉발시킨 사도광산이다. 2022.05.09. ⓒ AFP=뉴스1 ⓒ News1 박기현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세계문화유산 등재 심사를 담당하는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가 일본의 사도광산 등재 추진과 관련해 '외국인도 전체 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추라'고 권고함에 따라 이와 관련한 한일 간 외교전이 예상된다.

이코모스는 지난 8일 일본의 사도광산 등재 신청에 대한 평가 보고서를 발표하며 '보류'(refer)를 권고했다. 특히 이코모스는 일본이 에도시대의 사도광산만 부각한 것을 지적했다.

사도광산은 일제강점기 때 1000명 넘는 조선인이 강제노역했던 곳이다. 그러나 일본은 강제노역이 이뤄졌던 시기를 빼고 사도광산이 17세기 에도시대 일본 최대 금강이자 세계 최대 금 생산지였다는 점만을 부각해 왔다. 그 때문에 이러한 일본의 조치가 '꼼수'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정부는 그간 여러 차례 전체 역사를 반영해 줄 것을 일본 측에 직접 요구하거나 유네스코 관계자와의 접촉 시 우리 입장을 개진하면서 일본을 견제해 왔다.

이코모스의 세계유산 등재 신청에 대한 결정의 종류는 △등재 △보류 △반려 △등재 불가 등 총 4가지로 이번 '보류' 권고에 따라 일본은 보완 조처를 해야 한다. 특히 이코모스는 이번에 "사도광산 현장에 전시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라고 했기 때문에 일본의 가시적인 조치가 이어질 필요가 있다.

하지만 여전히 외교가 안팎에선 일본의 미온적 대응을 우려한다.

실제 일본은 지난 2015년 7월 일명 '군함도'를 포함한 일본의 '메이지 시대 산업시설' 23곳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던 당시에 한 약속을 지금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당시 일본은 △1940년대 일부 시설에서 수많은 한국인이 강제노역한 사실을 이해할 수 있는 조처를 하겠다 △인포메이션 센터와 같은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조치를 해석전략에 포함하겠다는 등 2가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일본은 이후에도 군함도가 '근대산업시설'이라는 점만 부각했고 조선인 강제징용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 News1 DB

오히려 지난 2020년 6월 문을 연 '산업유산정보센터'(도쿄인포메이션센터)에는 강제노역을 부정하거나 '조선인에 대한 차별이 없었다'는 등의 억지 주장이 담긴 증언을 전시하는 역사 왜곡 행보를 하고 있다.

이에 세계유산위는 2021년 7월 일본 정부의 '군함도 왜곡'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는 내용의 결정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세계유산 등재 과정에서 이코모스의 '보류' 권고를 받은 8건의 사례 모두 세계유산 등재가 최종 결정됐다. 그 때문에 사도광산 역시 일본의 보완 조치 이후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최근 세계유산위 회원국들 사이에선 향후 자국의 유산 등재를 위해 다른 나라의 등재를 크게 막지 않는 '정치·전략적 결정'을 취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전향적이고 성실한 조치가 더 필요한 이유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지난 7일 "한국과 성실하게 논의하고 있다"라며 지속적인 소통을 해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외교부는 일단 일본의 태도를 지켜보며 필요시 강경한 대응도 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일본이 (권고를) 이행할 거라고 막연히 믿지 않고, 이행을 안 한 전력이 있으니…"라며 재발 방지책에 대해선 "최대한 일본이 약속을 지킬 방안을 일본에 요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사도광산의 등재 결정은 다음달 21일부터 개최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관례적으로 컨센서스(반대 없는 전원 합의)로 등재되지만 의견이 모아지지 않을 경우 투표 절차를 거친다. 21개 회원국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 당국자는 "우리 입장이 반영이 안 된다면 끝까지 컨센서스를 막고 투표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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