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리아·비브리오패혈증·수족구병, 올해 더 늘어난다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2024. 6. 9.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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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부터 급증하는 질병
모기, 어패류 생식 조심하고, 어린이 집단시설 위생에도 신경 써야

(시사저널=노진섭 의학전문기자)

말라리아, 비브리오패혈증, 수족구병이 과거보다 올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초여름부터 이들 감염병 매개와 환자가 발생하기 시작하자 질병관리청이 주의를 당부했다. 말라리아는 중국얼룩날개모기를, 특히 휴전선 접경지역에서 조심해야 한다. 비브리오패혈증은 어패류 생식 그리고 피부 상처가 있는 사람의 바닷물 접촉을 피해야 예방할 수 있다. 수족구병 유행은 어린이 단체시설의 위생 관리에 달렸다. 

세계 말라리아의 날인 4월25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서 연구원이 모기 분류작업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접경지역 모기로 전파되는 말라리아

국내보다 외국 말라리아가 더 위험

올해는 지난해보다 말라리아 매개 모기의 활동이 더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봄철의 잦은 비와 기온 상승으로 모기 번식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모기 채집 현황에 따르면 올해 5월 채집한 모기는 지난 10년 평균의 2배를 넘었다.

말라리아는 열대지역에서만 발병하는 감염병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말라리아 발생국이면서 심지어 우선 퇴치 대상국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7년 우리나라를 포함해 35개국을 말라리아 퇴치 우선 국가로 지정했다. 본래 한반도에서 말라리아는 학질이라는 명칭이 따로 있을 정도로 토착병이었다. 한국전쟁 시기에 크게 퍼졌고 정부는 1963년 말라리아를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했다. 1970년 1만5926명의 환자 발생으로 정점을 이뤘고 현재는 매년 약 500명의 환자가 발생한다. 

말라리아에는 5종(삼일열·열대열·사일열·난형열·원숭이열)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것은 삼일열 말라리아다.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된 중국얼룩날개모기가 매개체다. 논·축사·웅덩이에 서식하며 주로 야간에 흡혈 활동을 한다. 5월에 출현해 6월말과 8월 중 2차례 크게 번식하고 8월말부터 감소한다. 환자의 99%는 5월부터 10월 사이에 발생한다. 중국얼룩날개모기가 주로 출몰하는 지역은 휴전선 접경이다. 환자는 경기(59.4%), 인천(16.3%), 서울(13.4%), 강원(3.3%) 순으로 많이 발생한다. 일부 환자는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서 유입된다.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다. 모기가 활동하는 야간에 외출을 삼가고, 외출할 때는 긴소매 상의와 긴바지를 착용해 피부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모기 기피제를 바르거나 모기장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위험지역에서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말라리아 예방의 최선이며, 발열 등 의심 증상이 있을 경우 보건소 등 가까운 의료기관을 방문해 검사받을 것을 국민께 당부드린다"고 전했다. 

말라리아 잠복기는 7~30일이다. 증상은 두통·오한·고열 등이다. 체온이 서서히 오르는 증상이 수일간 계속되다가 오한과 고열이 발생하고 두통과 구역을 동반한다. 치료하지 않으면 증상은 1주~1개월 이상 계속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주로 휴전선 인근에서 군인·농부·낚시꾼·배낭여행자 등이 말라리아에 감염된다. 고열과 오한이 심하다가 다음 날은 좀 괜찮다가 또 심해지는 과정을 되풀이하는 특징을 보인다"고 말했다. 

말라리아 백신은 없지만 치료제(클로로퀸)가 있다. 치료받으면 완치되며 사망은 거의 없다. 어린이, 고령자, 면역 저하자 등은 중증으로 진행할 수 있으므로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제적으로 말라리아 환자는 2022년 기준 85개국에서 약 2억4900만 명이 발생했는데 이는 전년보다 500만 명이나 늘어난 수치다. 특히 열대지역의 말라리아는 중증과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어 해외여행 시 주의해야 한다. 김우주 교수는 "삼일열 말라리아는 약도 잘 들어 사망자가 거의 없는데, 외국에서 열대열 말라리아에 걸려 입국한 사람은 사망하기도 한다. 열대열 말라리아는 약 내성도 있어 뇌로 침범하거나 심장에 손상을 입혀 중증으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어패류 생식으로 감염되는 비브리오패혈증

간 질환자·알코올중독자, 바닷물 접촉 주의

올해 첫 비브리오패혈증 환자가 5월부터 발생했다. 70대 여성은 다리 부종, 통증, 색 변화 증상으로 응급실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으나 며칠 만에 심정지로 사망했다. 검체 검사 결과, 비브리오패혈증으로 확인됐다. 비브리오패혈균 감염에 의한 비브리오패혈증은 법정 감염병으로 치사율은 약 50%다. 지난해 69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27명이 사망했다. 이 감염병은 매년 5~6월 발생해 8~9월 최고조에 이른다. 환자의 약 91%가 8~10월에 발생했다. 

해수 온도가 18도 이상일 때 비브리로패혈균이 증식한다. 바닷물·갯벌·어패류 등에서 서식한다. 오염된 해산물이나 어패류를 날로 먹거나 덜 익혀서 먹은 경우 그리고 피부에 난 상처가 오염된 바닷물에 접촉해 감염된다. 어패류 생식을 피하고 피부에 상처가 있는 사람은 바닷물과 접촉하지 않는 것이 비브리오패혈증을 예방하는 첫걸음이다. 

가정에서 어패류를 보관할 때는 5도 이하로 저온 보관해야 한다. 어패류는 바닷물이 아닌 흐르는 수돗물로 깨끗이 씻어야 한다. 조리할 때는 85도 이상에서 가열하고, 껍질이 열리고 나서 5분 더 끓이고, 증기로 익히는 경우에는 9분 이상 더 요리해야 한다. 어패류를 다룰 때 장갑을 착용하고 도마와 칼 등 조리도구는 반드시 소독한다. 

증상은 급성 발열, 오한, 혈압 저하, 복통, 구토, 설사 등이다. 24시간 이내에 다리 쪽에 발진·부종·수포(출혈성) 등 피부 병변이 생기므로 즉시 병원에서 항생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만성 간 질환자, 당뇨병 환자, 알코올 의존자, 면역 저하자 등은 비브리오패혈증 감염 및 사망 위험이 큰 고위험군이다. 지난해 감염자의 78%, 사망자의 93%가 기저질환자였다. 김우주 교수는 "동해보다 서해와 남해처럼 물이 얕은 곳에 균이 잘 증식한다. 건강한 일반 사람은 증상이 가볍고 빠르게 치료받으면 된다. 그러나 간 질환자, 신장 질환자, 당뇨병 환자, 알코올중독자 등이 치명적이다. 1~2일 만에 급격히 악화하므로 초기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피부 물집이 특징인 수족구병

열나는 아이에게 아스피린은 금물

수족구병도 심상치 않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수족구병 의사 환자(감염확인 환자+의심 환자)는 1000명당 20주(5월13~19일) 기준 8.9명으로 15주(4월8~14일) 2.7명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영유아가 있는 가정과 어린이 집단시설은 위생수칙을 각별히 준수해야 한다.

수족구병은 손, 발, 입안에 물집이 생기는 비교적 흔한 급성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야외활동이 늘어나는 5월부터 본격적으로 증가해 6~9월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개인위생이 취약하고 집단생활을 많이 하는 영유아를 중심으로 발생하는 특성을 보인다. 학생이나 성인에서도 발생하지만 증상은 경미하다. 

원인 바이러스는 일종의 장 바이러스(엔테로 바이러스)다. 환자의 피부 물집에 직접 접촉한 경우, 환자의 비말(침·가래·콧물)에 의한 경우, 환자가 만진 물건을 접촉한 경우에 전파된다. 3~7일 잠복기를 거쳐 발열·식욕부진·인후통·무력감 등 증상이 2~3일 지속된다. 발열 후 손, 발, 입안에 수포성 발진이 생긴다. 음식이나 물을 삼키지 못해 탈수가 유발되기도 한다. 차가운 물을 마시는 것이 탈수 예방과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7~10일 후 치유된다. 

영유아가 38도 이상 고열에 시달린다고 아스피린을 먹여서는 안 된다. 고열과 함께 구토나 경련이 생기면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병원에서는 해열진통제와 수분 보충으로 증상을 완화하고 탈수가 심하면 정맥용 수액 치료도 한다. 김우주 교수는 "아스피린은 18세 이하에서 라이증후군(급성 진행성 뇌증)이라는, 드물지만 심각한 질환 위험을 높이므로 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증상 발생 후 일주일 동안 전파력이 매우 강하다. 특히 가정, 보육시설, 놀이터, 병원, 여름 캠프 등에서 전파 위험이 크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 집단시설에서는 장난감·놀이기구·문손잡이 등 손이 닿는 물건의 소독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영유아 식사 전후 그리고 화장실 사용 후 손을 씻도록 한다. 

환자가 있는 가정에서는 코 분비물이나 물집 진물, 대변을 접촉한 후에는 반드시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을 씻어야 한다. 배설물이 묻은 의류는 깨끗이 세탁해야 한다. 생활용품을 따로 사용해 가족 구성원 간 감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수족구병에 걸린 아이는 열이 내리고 물집이 나을 때까지 어린이집·유치원·학교에 가지 말아야 한다. 어른 환자도 증상이 사라질 때까지 직장에 출근하지 말아야 한다. 김우주 교수는 "어린이집·유치원과 같이 아이들이 집단으로 생활하는 곳을 중심으로 수족구병이 퍼지므로 집단시설의 위생이 수족구병 예방에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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