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스나이퍼도 탐내는 특수장비 ‘야간투시경’···찰흑 같은 밤에도 백발백중[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이현호 기자 2024. 6. 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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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투시 장비 역사는 베트남전서 시작
렌즈 숫자 많을수록 식별 능력 높아져
4세대 , 해상도 기존 3세대 대비 50%↑
수명 주기는 1만 시간, 10~11년 사용
야간투시경 ‘AN/PSQ-42’ ENVG-B의 특징 중 하나는 인공지능이 열화상정보를 증강현실 기술로 구현하는 융합 기능이다. 이 기능을 선택하면 사물의 외곽선이 사진과 같이 표시돼 보다 직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하는 게 가능하다. 사진 제공=L3해리스 홈페이지
[서울경제]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이 넘게 지속되면서 우크라이나 전장은 세계 각국의 무기체계의 효용성을 확인하는 ‘검증의 장’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배낭에 넣고 다니며 장갑차를 관통 파괴할 수 있는 자폭드론 ‘스위치 블레이드600’, 가공할 위력을 과시하는 튀르키예의 무인 공격기 ‘바이락타르 TB2’, 러시아 장갑차를 떨게 만드는 휴대용 대전차미사일 ‘재블린’ 등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가장 효과적인 특수장비로, 일명 ‘게임 체인저’로 부상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사실 최첨단 전투기와, 초정밀·고위력 미사일, 핵추진 잠수함 등이 현대 전장을 지배하는 것 같지만, 의외의 숨겨진 무기체계가 전장에서 승패를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각광을 받는 것 중 하나로 눈여겨볼 만한 것이 ‘야간투시경’(NVG·Night-Vision Goggle)이다.

야간투시경하면 적의 최전방에 투입되는 특수부대원들이 헬멧에 장착하고 작전을 하는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야간투시경은 사전 의미처럼 한밤중 또는 동굴처럼 빛이 안 들어오는 칠흑같이 어두운 곳에서 특수부대원들이 은밀히 작전하기 위해 필요한 ‘워리어 플랫폼’의 필수장비다.

그러나 최첨단 전투기와 고위력 미사일과는 비교도 안되는 무기체계지만, 야간투시경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병력들은 영상증폭관이 장착된 야간투시경을 착용하고 한밤 중 매복 작전을 펼쳐 러시아 전차부대 근처에서 대전차 미사일 공격 등을 퍼부으면서 러시아 군의 사기를 떨어트리고 있다.

야간투시경을 활용한 이른바 ‘스텔스 접근 전략’이 러시아군을 상대로 제대로 먹혀들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현대전에 필수적인 장비인 야간투시경 장비를 제대로 보급받지 못한 러시아군은 다수의 전투에서 치명적인 손상과 피해를 입고 있다. 야간 투시경을 확보한 우크라이나군은 밤만 되면 어둠을 활용한 매복 공격으로 펄펄 날았고, 러시아군은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육군은 야간과 대도심전투(지하전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야간투시경(AN/PSQ-42) ENVG-B를 대량 보급하고 있다. 사진 제공=미 국방부 홈페이지

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러시아 병력의 경우 일부 특수부대 외 일반 병사들은 야간투시경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군의 경우 지난 2014년부터 첨단 야간투시경을 보급받았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부터는 영국과 독일, 프랑스, 미국 등으로부터 보급 받으면서 대다수 병사들이 야간투시경을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야간투시경의 위력이 알려지면서, 폴란드와 스웨덴, 핀란드 등 러시아 주변국은 물론 다른 유럽 국가들도 앞다퉈 야간투시경 도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최근 독일과 벨기에 육군은 3만여 기의 야간투시경을 도입한 데 이어 4만여 기의 양안 야간투시경을 더 들여오기로 결정했다.

현지 외신들은 리투아니아 의회 로리나스 카스이우스나스 국방위원회 의장은 최근 야간투시경 보급의 중요성을 역설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로리나스 카스이우스나스 의장은 “전쟁은 낮이든 밤이든 언제든 날 수 있기 때문에 국가 안보를 위해선 야간투시경이 필수적”이라며 “우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속에 야간투시경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으며 이는 중요한 학습 기회를 준 것”라고 강조했다.

야간투시 장비 역사는 베트남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0년 이후에는 특수부대의 적 침투하는 특수 작전을 비롯해 일반 야전 전투에서 필요성이 증대되면서 보다 광범위하게 일선 부대에 보급까지 보급되기 시작했다.

야시투시경의 핵심은 ‘영상증폭관’(Image Intensifier) 이라는 핵심 기술이다. 어두운 밤이나 동굴, 지하 같은 곳에서 물체에 반사되는 아주 작은 빛을 증폭시켜서 눈으로 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 원천 기술을 갖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 프랑스, 독일, 이스라엘 정도다. 이들 국가는 기술의 해외 이전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16mm 영상증폭관이 적용된 4세대 야간투시경과 야간투시경을 착용한 모습. 사진 제공=포토니스

야간투시경은 렌즈 숫자가 1개 짜리, 2개짜리, 4개짜리로 나눠진다. 1개 렌즈는 ‘단안식 야간투시경’으로 가볍다는 장점은 있지만, 시야 반경이나 투시 능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장착된 렌즈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식별능력은 높아진다. 다만 무거워서 전투에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다.

야간투시경도 2세대, 3세대로 세대가 나뉜다. 얼마나 잘 보이고, 선명도가 높은 가로 구분된다. 가장 최신 모델은 4세대 기술로 현대전에 적합한 첨단 기술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치르면서 아프간 반군은 미군이 사용하던 3세대급 야간투시경을 입수하면서 3세대급 야간투시경 기술은 미국의 적성국가들에게 노출된 상태로, 전장에서 비교 우위를 상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신 모델인 4세대 핵심 기술에서는 ‘영상증폭관’ 기능이 대폭 증강돼 눈여겨볼 특징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선명도와 해상도가 기존 3세대 대비 50% 정도 높아져 야간작전 간에 임무 수행력이 대폭 향상됐다. 여기에 초고속 자동 차단 기능이 더해졌다. 캄캄한 곳에서 불꽃이나 섬광이 일어나면 눈에 잔상이 남으면서 몇 초 간 사물을 분별할 수 없는 실명상태가 되는 ‘시야 가림 현상’이 발생하는데 4세대 장비는 이러한 현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폭발에 의한 섬광이 발생해도 즉시 초점을 맞춰 공격이 가능한 상태를 유지한다.

특히 4세대 야간투시경은 수명주기에서 3세대에 비해 압도적이다. 야간투시경은 소모품으로 몇 년 사용하면 선명도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반해 4세대 야간투시경은 1만 시간 정도 수명주기를 갖고 있다. 덕분에 10~11년 정도 사용할 수 있다. 전원은 시중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AA바테리를 장착한다. 1개를 장착하면 24시간 사용이 가능하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야간투시경을 쓰고 있는 육군 제75레인저연대 대원들. 사진 제공=미 육군

국제적 흐름에 맞춰 우리 군 당국도 최근 워리어플랫폼 사업을 추진하면서 최신 기종인 야간투시경 보급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워리어플랫폼은 2040년까지 전투장비와 장구, 피복 등 병사들의 개인전투체계를 대폭 개선하는 사업이다. 지난 2018년부터 육군 특전사와 707 특임여단, 군사경찰 특임대대 등 대테러 특수부대를 중심으로 4안식 야간투시경 900여 기가 보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최초 개발한 이 야간투시경은 착용 시 시야각이 좌우 90도까지 넓어지는 장점이 있다. 다만 무게가 1kg에 달해 전장 또는 대테러 임무 시 신속한 움직임에 방해가 되는 것이 단점이다. 또 4안식 야간투시경은 가격이 비싸 대량 보급이 쉽지 않는 상황이다.

물론 일반 보병부대에는 지난 2005년부터 단안식 야간투시경 5만여기가 대량 보급됐다. 해외 영상증폭관을 들여와 국내에서 조립생산해 판매된 이 장비는 무게가 280g으로 가벼운 게 장점이다. 반면 시야각이 12도에 불과하고 헬멧에 부착한 채 총기 조준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 단점을 가졌다.

군사 전문가들은 “우리 군더 야간투시경이 꾸준히 보급되고 있지만 아직은 기술적, 전술적 단점이 많아 빠른 시간 내에 최첨단 야간투시경으로 교체 및 보급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해외 군사 강국들이 이미 도입한 최신 야간투시경 확보 방안을 서둘러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토니스社, 4세대급 야간투시경 제안

기술 통제가 심한 미국은 우리 군이 원하는 야간투시경 장비의 공급을 꺼리고 있다. 1991년 미국이 이라크전쟁 당시 사막의 폭풍(Desert Storm) 작전을 펼칠 때 한국군은 야시경 장비 수출을 요청했지만, 미군 우선 제공 원칙에 의해 수출을 거부한 적이 있다.

반면에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프랑스와 독일, 영국, 스페인, 벨기에, 오스트리아, 덴마크 등을 포함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9개국은 프랑스 포트니스社의 16mm 양안식 야간투시경과 같은 4세대 야간투시경을 ‘표준 모델’로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수로 약 20만 대가 보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로 포토니스는 한국의 광학전문기업인 이오시스템과 협력해 한국군에 지난 10년간 약 4만 대의 2세대급 단안식 야간투시경(PVS-04K)을 공급했다. PVS-04K는 1990년대 초에 설계된 제품으로, 성능개량이 진행되지 않아 현재 최신형 모델가는 성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포토니스社가 최근 우리 군에 나토가 채택한 16mm 영상증폭관 탑재 야간투시경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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