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의 '인도로 가는 길'…"품질 문제" vs "발전 가능성"
바이오의약품·CDMO 진출 활발…한독·프레스티지바이오 등 협력 나서
(서울=연합뉴스) 김현수 기자 = '세계의 약국'으로 불리며 제네릭(복제약) 분야 강자로 군림해 온 인도 제약사들이 바이오 의약품 분야에도 속속 진출하며, 한국 기업과의 협력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9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제약사 한독은 지난 달 인도의 글로벌 바이오 기업 '바이오콘'과 리라글루티드 성분 비만 치료제에 대한 국내 독점 판매·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인도 제약사 '닥터레디스 래버러토리즈'의 자회사 '오리진 파마슈티컬스 서비스'와 CDMO 업무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인도는 원료의약품, 제네릭 분야의 강점을 토대로 전 세계 제약 산업의 생산 기지 역할을 해왔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인도는 미국 제네릭 의약품의 약 40%, 전 세계 백신의 약 70%를 공급하는 등 제약 산업에서 세계 3위 국가다.
인도 정부는 1970년대 특허법을 개정해 자국 기업의 제네릭 생산을 지원해왔다.
1970년 인도 대표 제약사인 '시플라'의 유수프 하미드 박사는 고혈압·부정맥 치료제인 '프로프라놀롤'의 복제약을 만들어 인도에 공급했는데, 오리지널 기업인 영국의 '임페리얼 케미컬 인더스트리'의 특허 소송에 휘말렸다.
이에 하미드 박사가 인디라 간디 당시 인도 총리에게 '특허보다 중요한 사람 목숨을 구할 약을 만들게 해달라'고 요청하자, 간디 총리는 특허법을 개정해 인도 제약사들이 특허료를 지불하지 않고도 같은 성분 의약품을 제조할 수 있게 허용했다.
그러나 급성장한 인도 제약 산업은 고질적인 의약품 품질 문제와 당면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2년 인도에서 제조된 감기 시럽에 유해 물질이 포함됐다고 발표했으며,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지난해 3월 인도 제약사 '글로벌 파마 헬스케어'의 인공눈물 사용자 중 68명이 세균에 감염되고, 3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에 따르면 2008∼2020년 의약품 생산 설비·제조 과정에 대해 보완을 요청하는 '워닝레터'(Warning Letter)를 받은 국가별 비중은 인도가 22%로 중국(18%), 미국(16%)에 앞서 가장 높았다.
미국 의회가 일부 중국 바이오 기업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생물보안법'을 논의하고 있음에도, 글로벌 기업들이 품질 문제로 인해 인도를 대체 파트너로 쉽사리 고려하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인도 정부가 제네릭 규제를 풀어 의약품을 저렴하게 보급해 온 과정에서 FDA(미국 식품의약청)나 EMA(유럽 의약품청) 수준의 엄격한 규제가 적용되지 않았다"며 "(생물보안법이) 인도 기업의 위탁개발생산(CDMO) 수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인도가 원료의약품, 제네릭을 생산한 경험을 바탕으로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도 약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인도는) 바이오의약품, 신약 분야에선 후발 주자로 아직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는 수준은 아니다"라면서도 "과거 제네릭 중심이던 우리나라도 그 기술을 기반으로 개량 신약, 신약 개발도 하는 것처럼 비슷한 과정을 밟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인도는 적극적인 인수 전략, 파트너십을 통해 바이오의약품 위탁 생산 등 제네릭을 넘어서는 모델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인도 다국적 제약사 오로빈도는 지난 달 31일(현지 시각) 세계적 제약사 MSD(머크 샤프 앤드 돔)와 생물학적 제제에 대한 제조·공급 계약(MSA)을 체결했다.
오로빈도는 MSD에 공급할 생물학적 제제를 생산하기 위해 1천억 루피(약 1조6천억원)를 투자해 제조 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인도 제약사 아라젠은 2022년 3천만 달러를 투자해 단일 항체 치료제 위탁생산 시설을 건설하기로 했으며, 바이오콘 바이오로직스 역시 기존 백신 제조 시설을 항체 치료제 위탁생산 공장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hyuns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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