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여유로운 정취 ‘배경’…자연 한가운데 달리는 ‘내집 마련’
‘매주 거실 전망을 바꾸는 삶’ 가능
주기적 점검·내부 환기로 사고 방지
비상용 발전기·태양광 패널 구비를
산과 들은 초록색으로 물들고 그리 무덥지 않은 날씨가 지속되는 요즘
산으로 강으로 바다로 떠나고픈 생각이 간절하다.
캠핑카와 함께라면 자연과 가장 가까운 곳에 나만의 숙소를 마련할 수 있다.
캠핑카 여행의 매력과 함께 전국 명소도 소개한다.
푸르른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 강원 동해 망상해수욕장. 이곳에서 ‘매주 거실 전망을 바꾸는 삶’을 사는 캠핑카 마니아 양원희씨(62)와 부인 김순이씨(63)를 만났다. 캠핑카 창문 너머로 해변을 바라보며 모닝커피를 마시면 서울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아파트에서의 삶도, 몰디브에서의 모히토 한잔도 부럽지 않다. 양씨가 캠핑카 여행을 시작한 건 40년간 공직 생활의 은퇴를 앞둔 2021년말이었다.
“아내가 ‘은퇴하고 푸드트럭 겸 캠핑카를 타고 다니며 장사와 여행을 동시에 하자’고 하더군요. 캠핑카를 탄다는 걸 생각해본 적도 없고, 돈도 많이 들 터라 처음엔 당황했습니다.”
김씨는 이미 마음을 정한 상태였기에 양씨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캠핑카는 자동차 운전석 뒤에 카라반(이동식 생활 공간)을 부착한 형태의 ‘모터 카라반’과 자동차 뒤에 카라반을 연결해 끄는 ‘트레일러 카라반’ 두가지 형태로 나뉜다. 양씨는 1t 중고 트럭을 1000만원에 산 후 업체에 1750만원을 주고 카라반을 설치해 모터 카라반 형식으로 캠핑카를 만들었다. 트럭 운전석·조수석 위에 침실로 쓸 벙커를 올리고 카라반 안에 침대 겸 소파, 샤워실, 싱크대, 수납장 등을 갖춘 것이다. 이 외에도 구조 변경, 수리, 보험 가입, 비상용 발전기와 냉장고 설치 등에 1000만원 정도 더 들었다. 양씨는 “비슷한 크기의 중고 캠핑카 가격을 찾아보니 5000만원이 넘더라”며 “손품 발품을 파느라 고생하긴 했지만 그만큼 정이 가고 비용도 아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부부는 캠핑카로 푸드트럭 장사와 여행을 같이하겠다는 기존 계획을 바꿔 여행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첫 여행은 열흘간 동해·남해·서해를 둘러보는 전국 일주로 결정했다.
“여행 기간만 열흘로 정하고 언제 어디로 갈지는 당일 아침에 선택했습니다. 자유를 찾아 여행을 간다고 하지만 실상은 숙박이나 대중교통 예약에 얽매이게 되잖아요. 캠핑카로 떠나면 그럴 필요가 없죠.”
양씨 부부는 강원 삼척을 시작으로 경북 포항, 부산, 전남 순천, 전북 전주, 충남 서천, 인천, 강원 철원 등 20개 시·군을 둘러봤다. 우리나라에 아름다운 곳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던 순간이었다. 양씨는 캠핑카 준비부터 여행하는 과정까지 담아 책 ‘10일간의 캠핑카 전국 일주’를 펴내기도 했다.
여행에서 즐거운 순간만 있었던 건 아니다. 전주에서 여섯째날 아침을 맞았을 때다.
“차를 다른 곳으로 옮기려는데 배터리가 계속 방전돼 수리업체를 두번이나 불렀어요. 이제 다 고쳤겠거니 하고 다시 길을 떠나는데 내리막길에서 차가 갑자기 멈추는 거예요. 가까이 따라오던 차가 있었으면 정말 큰 사고가 날 뻔했습니다.”
결국 견인차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 견인차 위에 올라간 캠핑카에 앉아 내려다본 전주 시내 풍경이 지금도 그의 머릿속에 선명히 남아 있다.
이렇게 캠핑카를 탈 땐 뜻밖의 사고를 마주할 수 있다. 따라서 양씨는 차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여행을 가지 않는다고 차를 오랫동안 방치하지 말고 가끔 운전해 엔진을 가동하는 것도 필요하단다. 휴대용 가스레인지나 난방기구를 사용하며 가스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어 내부 환기를 자주 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는 캠핑카 여행다닐 때 유용한 팁도 소개했다. 먼저 자동차를 공중화장실 가까이 주차하라는 것이다. 카라반 안에도 샤워시설이 있지만 물탱크를 채워야 하고 하수를 처리하기 불편해 사용하지 않고 있어서다. 용변은 공중화장실에서 해결하고, 씻는 건 동네 목욕탕을 이용한다.
또 출발 전 배터리를 모두 충전하고, 전기를 다 쓸 상황을 대비해 비상용 발전기를 챙기는 게 좋으며 태양광 발전 패널도 설치할 것을 조언했다. 양씨는 “일부 캠핑족이 공중화장실에서 샤워나 빨래를 하고 화장실에 있는 콘센트를 이용해 캠핑카를 충전하는 것을 보고 눈살이 찌푸려졌다”며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캠핑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께 여행을 다니며 양씨 부부는 사이가 더욱 돈독해졌다. 양씨는 취미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거나 업무상 연수차 국내외 이곳저곳을 다니긴 했지만 가족 여행은 자주 가지 못해 늘 아쉬워 했다. 자녀들은 장성해 독립하고 캠핑카 안에서 부부만의 오붓한 시간을 갖게 됐다.
“제가 운전을 잘 못해서 아내가 해요. 늘 고마운 마음이죠. 다음번엔 캠핑카를 배에 싣고 제주에 가서 한바퀴 돌아보려 합니다. 에메랄드빛 바다 앞에서 먹고 자는 것, 생각만으로도 벅찬 기분입니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