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망 있는 과학상 수상자들이 상 명칭 변경 요청한 이유

문세영 기자 2024. 6. 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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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현상을 물리학적인 관점에서 연구하는 '생물물리학' 분야 권위 있는 상이 명칭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다.

수십만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마약진통제를 무분별하게 판매한 제약사 오너의 이름이 상의 명칭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새클러 가문 후원금으로 생물물리학상을 만든 텔아비브대는 명칭 변경에 대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그는 "생물물리학 분야에서 공헌한 초기 수상자 2명의 이름을 따라 상 이름을 변경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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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만명 죽인 주범 이름 포함"
마약 진통제 ‘옥시콘틴’을 탄생시킨 퍼듀파마 리처드 새클러 회장의 모습. 위키미디어 제공.

생명 현상을 물리학적인 관점에서 연구하는 ‘생물물리학’ 분야 권위 있는 상이 명칭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다. 수십만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마약진통제를 무분별하게 판매한 제약사 오너의 이름이 상의 명칭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는 생물물리학 분야에 공헌한 과학자에게 ‘레이몬드 & 베벌리 새클러 국제 생물물리학상’을 수여하고 있다. 생물물리학 분야에서 권위 있는 이 상은 모든 수상자에게 각 5만 달러(약 6845만원)의 상금을 수여한다. 

올해 이 상의 수상자가 된 페트라 슈빌레 독일 뮌헨대 교수, 시즈 데커 네덜란드 델프트공대 교수, 레오니드 미르니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교수 등 3명은 상의 이름에 포함된 ‘새클러’를 문제 삼았다. 미국에서만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오피오이드를 공격적으로 마케팅한 인물의 이름이라는 것이다.  

새클러 가문이 세운 제약회사 퍼듀파마는 오피오이드로 만든 마약성 진통제 ‘옥시콘틴’으로 막대한 부를 쌓았다. 퍼듀파마는 옥시콘틴이 말기암 환자뿐 아니라 경미하지만 만성적인 통증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마케팅했고 병원 및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 오피오이드 중독 위험성을 감췄기 때문에 병원들이 과다 처방하는 원인이 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옥시콘틴 과다 사용으로 사망한 사람은 수십만명에 이른다. 이로 인해 퍼듀파마는 소송 대상이 됐고 법정에서 잘못을 인정했다. 퍼듀파마는 파산했지만 경영진 중 징역형을 받은 사람은 없다. 미국 대법원은 추가적인 법적 조치의 면책 대가로 퍼듀파마에게 오피오이드 중독을 해결하고 피해자 보상을 위한 60억 달러(약 8조2000억 원) 지불을 명령했다. 

새클러 일가는 명예 회복을 위한 활동에 나섰다. 새클러 이름을 사용하는 대가로 과학기관이나 예술가 활동을 지원하면서 상당한 기부금을 냈다. 평판을 세탁하는 데 자선활동을 이용한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옥스퍼드대, 터프츠대, 라이덴대 등 일부 기관들은 기관 내 프로그램, 도서관, 갤러리 명칭에서 새클러라는 이름을 삭제했다. 

하지만 모든 기관이 기증자 이름을 제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미국 학술기관인 스미스소니언협회는 새클러라는 이름을 영구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계약에 따라 국립아시아미술관 갤러리 명칭의 새클러를 삭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클러 가문 후원금으로 생물물리학상을 만든 텔아비브대는 명칭 변경에 대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텔아비브대 생물물리학상 수상자 3명은 상 명칭 변경을 지지하는 의사를 밝혔다. 미르니 교수는 6일(현지시간) 사이언스지를 통해 수상자라는 영향력을 기반으로 상 명칭 변경에 기여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생물물리학 분야에서 공헌한 초기 수상자 2명의 이름을 따라 상 이름을 변경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슈빌레 교수도 ”새클러라는 이름은 생물물리학과 주제적인 관점에서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상 명칭 변경에 동의 의사를 전달했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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