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김에 인도 투자?···인도는 중국의 대체투자처가 될 수 있을까[경제뭔데]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들이 쓰는 [경제뭔데] 코너입니다. 한 주간 일어난 경제 관련 뉴스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전해드립니다.
MBC 여행 예능프로그램 ‘태계일주’(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를 보고 인도 여행을 생각하신 독자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버킷리스트에 담았을 ‘미지의 세계’ 인도가 여행지 외에도 요즘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르는 분위기입니다.
14억명이 넘는 인구로 중국을 제치고 인구수 1위 타이틀을 뺐은 만큼 엄청난 인구를 자랑하는데다, 제조업 육성 정책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어 큰 성장세를 보일 것이란 기대감이 자리하고 있어서죠. 국내 증시는 박스피를 통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중국은 고령화에 부동산 경기 부진도 겹쳐 불안하다보니 대체투자처로서의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인도 경제가 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예측이 많지만, 마냥 미래를 낙관적으로만 보기엔 극심한 불평등과 청년실업률 등 걸림돌도 만만치 않습니다. 당장 총선이 끝난 인도 증시가 크게 출렁였는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경제 정책이 시행될지는 좀더 지켜볼 일입니다.
인도의 성장 스토리는 이제 시작?
올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테마는 ‘인도’입니다. 지난해 자산운용업계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인도 대표 주가지수인 니프티(Nifty)50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내놓은 데 이어 지난달에는 각각 세분화된 ETF를 출시하며 경쟁을 벌이고 있죠.
삼성자산운용은 이른바 인도의 ‘삼성’이라 불리는 타타그룹의 핵심 계열사 10개에 투자하는 ‘KODEX 인도타타그룹’ ETF를 내놨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에 질세라 인도의 주요 소비재 기업 20개에 투자하는 ‘TIGER 인도빌리언컨슈머 ETF’를 출시했습니다. 두 운용사 간 세부 전략은 다르지만, 인도의 경제성장에 따른 소비시장 확대에 베팅하는 것은 동일하죠.
이처럼 인도에 대한 주목도가 커지는 것은 그만큼 인도가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넘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인도는 매년 6%가 넘는 고성장을 거듭했지만 사실 인도의 도시화율은 40%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선진국은 물론 도시화율이 60%를 웃도는 중국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죠. 여전히 인프라의 수혜를 받지 못하는 낙후지역이 그만큼 많다는 겁니다. 수치만 보면 나빠보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앞으로 낙후지역에 대한 개발이 이뤄져 소비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인도 경제는 경제성장률의 민간소비 기여도가 60% 수준에 달할 정도로 내수 의존도가 높은데, 인도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젊은층이 본격적인 소비 행렬에 뛰어들게 되면 내수 기업은 물론 경제도 그만큼 고성장을 이룰 수 있는 것이죠.
인도 정부도 국민들의 소득 수준을 높여 소비를 증가시키기 위해 대대적인 경제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2014년 시작된 제조업 진흥 정책인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가 대표적입니다. 언뜻보면 인도는 제조업 강국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인도는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습니다. 실제로 인도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분기 기준 10% 중후반으로, 26% 수준인 중국과 비교하면 매우 적습니다.
영어를 사용하는 인도에 글로벌 IT기업들이 아웃소싱을 주로 맡기면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경제가 성장했기 때문이죠. 문제는 서비스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적고 경상수지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점이죠. 이 때문에 인도 정부는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인센티브를 지급하며 자국으로 IT제품, 전기차 등 세계 각국의 첨단 산업 제조 공장을 유치하려 하고 있죠. 이런 정책이 성장을 이끌 것이란 기대감으로 투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죠.
여기에 부동산 부실로 중국 경제에 흘러갈 자금이 인도로 쏠리고 있는데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중국 대신 공급망을 인도에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는 것도 인도에게는 호재입니다. 인도가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은 과언은 아닌 셈이죠.
빈부격차에 등돌린 인도 국민들, 고성장은 가능할까?
다만 변수는 많습니다. 인도 장기투자에 대한 결과물이 기대만큼 높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것이죠. 대표적인 문제가 소득격차에 따른 불평등입니다. 김근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소득 상위 1%의 전체 대비 수입 및 자산 비중은 각각 22.6%, 40.1%로 지속 상승하는 반면, 하위 50%의 수입은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제조업 성장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청년층 실업률이 높은 수준을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인도 청년(15~24세)의 실업률은 18%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10.6%) 수준보다 높습니다.
인구의 약 30%를 차지하는 청년층 인구가 실업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소비가 살아나지 못하고 경제 성장률도 꺼질 수 있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는 셈이죠. 모디 총리가 힌두교도의 표심을 노리고 ‘힌두 민족주의’를 내걸며 종교 갈등을 심화시킨 것도 악재입니다.
당장 지난 4일부터 진행된 인도 총선 개표에서 인도 유권자가 빈부격차와 민주주의 퇴행 우려에 등을 돌리면서 모디 총리는 총선 압승에 실패했죠. 여당 연합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며 모디 총리는 3연임에 성공했지만 모디 총리가 속한 인도국민당(BJP)은 과반을 넘기지 못하면서 과연 고성장이 계속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여론을 의식해서라도 성장정책보다는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복지를 비롯한 민생안정 정책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인도 니프티 지수는 개표 당일 장중 8% 넘게 급락했죠. 지금으로선 인도의 미래를 섣불리 예단하기 어려운 셈입니다.
인도 증시는 당분간 약세 흐름을 보이며 변동성이 큰 모습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될 만큼 장기적으론 성장을 거듭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지만, ‘모디 3기’ 정부가 성장과 복지의 균형을 어떻게 이룰지, 종교 갈등을 봉합하고 폐쇄적이라고 평가받는 인도의 보호무역주의를 탈피할 수 있을지가 결국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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