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영일만 석유 시추 성패는?...“원유가 새지 않았는지 확인하라” [사이언스라운지]
우선 이번 후보지 발견은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다. 국내외 업계와 학계에서는 동해에서 석유와 가스가 부존할 가능성이 있는 곳을 지난 30년 간 계속 찾아왔기 때문이다. 권이균 공주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업계와 학계는 국내에서 석유와 가스가 부존할 가능성이 있는 지질구조를 계속해서 찾아왔다”며 “부존 가능성이 높은 지질구조를 지닌 지역을 찾고 시추하는 일을 이어왔는데, 이번 역시 그런 탐사과정 중 하나”라고 말했다.
탐사는 지질조사부터 시작한다. 지표를 통해 층서와 지하지질구조, 석유 부존 가능성을 예측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후보지 표층은 주로 진흙으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포항 영일만 지역의 특성과 차이가 있다. 권 교수는 “후보지의 지질특성은 영일만 지역과 연속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영일만 지역은 매우 얕고, 당시 육지에 인접해 급격하게 퇴적하는 환경이었던 반면, 후보지는 한반도 지층과 일본 열도 지층이 분리된 곳에 굉장히 넓고 깊은 바다에 오랫동안 퇴적된 형태”라고 말했다.
지질조사 후에는 물리탐사를 거친다. 지구물리탐사는 중력(자력)탐사를 통해 분지나 퇴적층 분포, 기반암을 확인하는 방법과 지진파 중 탄성파를 통한 탐사로 시작한다. 이번 발견도 먼저 영일만 일대를 탐사하며 넓은 영역을 평면적으로 훑어 자원 유망 지역을 추정하는 2D 탐사가 기반이 됐다. 직선상에 배치된 지진 센서를 이용해 예상 매장 지역에서 얻은 지진파를 슈퍼컴퓨터로 받아 분석하는 방식이다. 이후 2D 탐사를 통해 추려낸 탐사 영역의 공간적 규모를 알아내는 3D 탐사도 진행했다. 3D 탐사는 주로 정밀탐사를 위해 진행하며, 탐사측선 간격은 최대 50m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촘촘하게 진행한다.
과학계에서는 이 단계까지 거친다면 일부 ‘가능성’을 본 정도라고 평가한다. 시추 탐사작업부터 본게임에 해당한다. 직접 땅을 파 매장량이나 매장 위치, 경제성 등을 모두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시추 탐사작업을 시작하게 되면 물리검층, 산출시험 등을 통해 석유나 가스 부존 여부를 직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석유와 가스전 개발의 가능성을 좀 더 높이는 과정이다. 이 시추 탐사에는 보통 2~3년의 기간이 소요되나 현재 정부는 내년 상반기 중 결과를 내놓겠다고 밝히고 있다.
포항 앞바다에서 석유와 가스전이 발견된 것은 이 지역의 지질학적 형성 시기와 관련이 있다. 이 지역은 ‘지질자원의 보고’로 불리는 신생대 3기 층으로 분류된다. 신생대 3기 층은 비교적 최근에 형성된 젊은 지질층으로 유기물과 바다 생물이 널리 분포해 과학계에서는 천연가스나 석유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을 제기해왔다.
신생대 3기층에 석유나 가스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은 석유와 가스의 형성 원리 때문이다. 석유의 생성에 대해서는 여러 설들이 있다. 수억 년 전 생물의 사체로부터 만들어졌다는 ‘유기성인설’과 지구 내부의 탄화수소 등이 지각 틈새로 고여 석유가 만들어졌다는 ‘무기성인설’이 대표적이다. 학계에서는 유기성인설에 무게를 둔다.
유기성인설은 지압과 지열의 작용을 기반으로 한다. 수억 년 전 살았던 생물체의 사체가 바다 밑이나 호수 밑으로 퇴적되고, 이 사체가 지압과 지열의 작용을 받아 분해되며 석유가 생성됐다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석유는 지하의 압력에 밀려 위로 올라오다가 땅속의 암석층에 가로막힌다. 석유 위로는 천연가스 층이 형성된다. 천연가스는 석유가 지압과 지열 작용을 받으며 탈 때 발생하기 때문이다.
석유나 가스가 매장된 퇴적층은 보통 깊이가 2000~3000m인 지층에 존재한다. 이 지층 역시 그 위로 퇴적물이 쌓이며 지압과 지열 작용이 더 강해진다. 시간이 지나면 이 작용 때문에 석유와 가스는 사라진다. 중생대 시기에 형성된 더 오래된 지층에 비해 비교적 최근의 지층인 신생대 3기 층에 석유와 가스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포항은 국내에서 신생대 3기 층이 제일 넓고 두껍게 분포하는 지역이다. 영일만 규조토 광산지역 일대에는 국내 타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벤토나이트나 불석을 비롯한 비금속광 매장량도 풍부하다.
한편 이번 포항 석유·가스전 후보지 발표를 두고 논란이 많다. 호주 탐사 개발 업체인 우드사이드가 이미 8광구와 6-1 광구 북부 지역 탐사를 했지만 ‘더 이상 장래성이 없다’고 판단해 철수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산업통상자원부와 석유공사는 “동해 심해 가스전은 이번에 처음으로 유망성 평가와 유망구조 도출이 완료됐다”며 반박했다. 우드사이드는 동해에서 2007년부터 15년간 탐사를 하다 작년 1월 철수했다. 이는 각자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서로 다른 과학적 판단을 내린 것이다. 한 쪽은 시추탐사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고, 다른 한 쪽은 시추탐사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
정부가 이르면 11월 시추탐사를 하기로 결정하기로 한만큼 향후 중요한 것은 이 탐사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진행하냐에 있다는 게 과학계의 시각이다. 석유와 가스전 개발을 결정하는데 필요한 데이터를 얼마나 충분히 뽑아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서울 소재 대학 해양지질학 전공 B교수는 “아직 매우 개략적인 추정 정도이며 고생물 화석 분석 등을 통한 디테일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그간 국내 지질학계에서는 ‘포항에는 추출할 만한 경제성을 갖고 있는 유전이나 가스전이 없다’는 게 중론이었기에 이를 뒤집을 만한 명확한 연구 결과가 되려면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추 탐사작업을 거치면 석유나 가스 부존 여부를 알 수 있다. 원유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가두는 ‘트랩 구조’가 제대로 존재하는 지를 조사해야 한다. 트랩 구조는 원유가 저장되고 빠져나가지 않도록 가둬두는 지질구조를 뜻한다. 쉽게 말해 원유를 암석들이 싸고 있는 저장소 형태다. 트랩 구조는 유기물 쌓여 석유가 생길 가능성이 있는 암석(근원암), 저장된 석유를 덮는 뚜겅 역할을 하는 암석(덮개암), 석유가 스며들며 석유 저장 역할을 하는 암석(저류암) 등으로 구성된다.
트랩 구조는 크게 ‘구조트랩’(산봉우리처럼 볼록하게 올라간 구조)과 ‘층서트랩’(대각으로 뾰족하게 치솟은 구조)으로 나뉜다. 구조트랩은 습곡운동이나 단층운동 같은 지각운동으로, 층서트랩은 구조적 변화없이 위아래 지층 간 물성 차이로 발생한다. 보통 구조트랩 안의 원유가 추출하기 용이한, 경제성이 높은 구조로 평가된다.
황인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명예연구원은“현재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구조트랩이나 층서트랩에 관계없이 원유를 추출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두 구조 간 경제성 차이가 거의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황 명예연구원은 향후 시추에서 원유가 새지 않았는 지를 확인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 설명했다. 그는 “동해 쪽에 석유 근원암은 충분히 있다”며 “저류암에서 원유가 세지는 않았는지, 저류암의 질은 어떤지 등을 시추를 통해 알아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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