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⅔이닝 4실점' 광주에서의 악몽, 펑펑 쏟았던 눈물…"아직 지칠 때 아니에요" 슈퍼루키에게 두 번의 실수는 없었다 [MD잠실]

잠실 = 박승환 기자 2024. 6. 9.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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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두산 김택연이 9회초 1사 후 구원등판해 투구를 준비하고 있다./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2024년 6월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두산 김택연과 김기연이 9-8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두산 베어스 김택연은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팀 간 시즌 11차전 홈 맞대결에 ⅔이닝 동안 투구수 16구,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2호 세이브를 수확했다.

두산은 전날(7일) KIA와 연장 11회까지 가는 접전 승부를 펼쳤다. 선발 라울 알칸타라(6이닝 4실점)을 비롯해 최지강(1이닝)-김택연(⅔이닝)-이병헌(⅔이닝)-홍건희(1⅔이닝)-정철원(1이닝)까지 6명의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특히 5명의 불펜 투수가 등판했는데, 두 경기 연속해서 등판했던 정철원과 멀티이닝을 소화한 홍건희까지는 8일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8일 경기는 선발 김유성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했다. 최대한 긴 이닝을 끌어줄 필요성이 있었다. 하지만 김유성이 ⅓이닝 만에 강판되면서 마운드에 비상이 걸렸다. 두산은 김유성을 '퀵후크' 한 뒤 김명신을 투입하며 3⅔이닝을 맡겼다. 그런데 두산이 0-5로 뒤지던 경기를 6-5로 뒤집으면서, 승리를 지키기 위해 본격 불펜을 가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두산은 김명신 이후 이영하(1이닝)-김강률(⅓이닝)-이병헌(1이닝 1실점)-최지강(⅔이닝)-박정수(⅔이닝)-이교훈(⅔이닝)을 차례로 투입하며 힘겹게 승기를 지켜나갔다. 그리고 9-6으로 앞선 9회초에도 이교훈을 투입해 경기를 매듭지으려 했다. 그런데 이교훈이 소크라테스 브리토에게 투런홈런을 허용하면서 9-8로 턱 밑까지 추격을 당하면서, '특급유망주' 김택연까지 마운드에 오르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쫄깃한 경기가 펼쳐졌다.

턱 밑까지 추격을 당하는 홈런을 맞은 뒤 두산은 김택연을 투입해 승기를 지키기 위해 애썼는데, 첫 타자 김선빈에게 5구째 133km 슬라이더를 공략당해 좌익수 방면에 안타를 맞았다. 이 안타로 분위기는 KIA 쪽으로 넘어가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김택연은 흔들리지 않았다. 특급유망주는 후속타자 한준수와 7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135km 체인지업으로 2루수 땅볼을 유도하며 아웃카운트를 생산했고, 이어지는 2사 2루에서 최원준을 151km 직구로 삼진 처리하며 길고 길었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2024년 6월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두산 김택연이 9회초 1사 후 구원등판하며 이교훈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2024년 6월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두산 김택연과 김기연이 9-8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김택연. 1점차 박빙의 승부에서의 마무리 투수로 등판, 긴장되진 않았을까. 김택연은 "(이)교훈이 형이 올라갔을 때부터 캐치볼을 시작했다"며 "일단 등판을 할지, 안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계속 긴장을 하고 있는 상태였고, 소크라테스 선수가 홈런을 쳤을 때 등판한다고 해서 더 긴장이 됐지만, 상대가 하위 타순이었기 때문에 상위 타순으로 연결만 되지 않으면 막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한 타자, 한 타자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김택연은 KIA를 상대로 썩 좋지 않은 기억을 갖고 있다. 지난달 24일 광주에서의 맞대결에서 ⅔이닝 동안 2피안타(1피홈런) 2볼넷 4실점(4자책)으로 무너졌었던 까닭. 자칫 두산의 승리를 놓칠 뻔했다. 이후 김택연은 폭풍 눈물을 쏟았다고. 이에 이승엽 감독은 "김택연 덕분에 이긴 경기가 한두 경기가 아니다. 아주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충분히 잘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프레셔(압박)을 주고 싶지 않다. (김)택연이도 그런 부담은 안 가졌으면 좋겠다"며 "마운드에서 하고 싶은 대로 던지면 된다"고 강한 믿음을 드러냈다.

좋지 않은 기억을 안겼던 KIA를 상대로 리벤지 매치에서 완벽하게 설욕한 김택연은 "그런 안 좋은 기억을 통해 얻어 갈 점도 있지만, 안 좋았던 점은 잊어버리고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된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KIA전에 조금 더 준비를 잘 하려고 했고, 좋은 결과가 있었다. 잘 던지고 내려온 것 같다"며 이날 2만 3750명의 만원관중 앞 등판에 대해서는 "일단 만원 관중 자체가 위압감이 있고 함성도 크다. 내게는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아드레날린이 더 끓어오르는 것 같아서 좋다"고 싱긋 웃었다.

두산 베어스 김택연./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택연은 8일 경기까지 올 시즌 29경기에 등판해 29⅔이닝을 소화하게 됐다. 등판을 거듭하면서 힘이 떨어지진 않았을까. 그는 "화요일(4일)과 어제(7일) 등판 때는 '조금 힘이 떨어졌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밸런스의 문제가 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건 잊고 '오늘 경기에 집중해보자'고 했는데, 시즌 초반 못지않게 좋은 공들이 많아 나왔다. 아직 여름도 아니기 때문에 지칠 단계는 아니다"라며 "우리가 높은 순위에 있기에 불펜 소모는 많을 수밖에 없다. 선발이 길게 던지고, 타자 선배님들이 도와주면 쉬는 날이 생기기 때문에 내 역할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두산은 이날 승리로 2위 KIA 타이거즈와 격차를 없애는데 성공했다. 이제 9일 경기를 잡아낼 경우 단독 2위로 올라설 수 있다. 김택연은 "이번주 연장을 세 번이나 하는 힘든 와중에도 5연승을 기록해서 기분이 좋다. 매 경기 집중하지만, 계속 순위 싸움이 이어지다 보니 더 집중해서 악착같이 하는 중이다. 더 높은 순위로 가기 위해서 이렇게 하면 될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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